# 쇼크웨이브에게 잔소리 듣고 약간 시무룩해진 오라이온은 기록물 분류장에 얌전히 있었음. 오래 시무룩할 생각은 없었고 한 반나절 정도만 우울해하다가 다시 뛰쳐나갈 생각이긴 했다만 어쨌거나 오라이온은 밖의 상황을 전혀 몰랐고 난데없이 쳐들어온 센티넬의 부대에게 아무런 저항 수단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단 거임. 하다못해 주위에 쌓여있는 기록장치 속으로 몸을 숨기는 선택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갑작스러웠지. "잠깐! 기다려! 우린 같은 편이야! 난 여기 포로로 잡혀있는 거라고!" 오라이온은 양 손을 들고 외쳤음. 터무니 없는 거짓말이라 아무도 믿진 않았음. 그래도 발포하려던 것을 멈추고 블라스터를 겨눈 채로 오라이온에게 천천히 다가오긴 했지. 그리고 거리가 적당히 좁혀졌을 때, 오라이온은 발 밑의 기록장치를 발로 걷어차 메크들의 시야를 가렸음. 그들이 주춤한 사이에 한명에게 뛰어든 오라이온은 블라스터를 하나 빼앗을 수 있을 거임. 문제는 무기 하나 생겼다고 혼자서 처리할 수 있는 수가 아니라는 거였지. 원래는 이래저래 허술하던 기록 분류장을 쇼크웨이브가 업그레이드 해둔 탓에 퇴로도 없음. 큰일인데. 오라이온은 브레인 모듈을 굴렸음. 어떻게든 출입구까지만 갈 수 있다면... 응? 오라이온은 출입구를 다시 봤지. 왠지 누군가 오는 느낌임. 그리고 그 느낌은 틀리지 않았음. 몇초도 지나지 않아 사운드웨이브가 트랜스폼 하며 날아왔지. 메크들은 총구를 사운드웨이브로 돌렸지만 이미 늦었음. "─────!!!" 들어본 적 없는 째지는 소리가 사운드웨이브에게서 터져나왔음. 오라이온은 그 공격이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내부 장기가 긁히는 느낌에 반사적으로 청각 센서를 막았지. 직접적으로 음파 공격을 받은 메크들은 비틀거리며 쓰러졌음. 사운드웨이브는 언어적이지 않은 음성을 내며 주변을 두리번거렸음. 사운드웨이브를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긴 했지만 이렇게 화난 모습은 처음이었지. 사운드웨이브는 당장의 위협이 없는 걸 확인한 뒤에야 오라이온을 향해 다가왔음. 그리고 오라이온이 반사적으로 물러서자 깜짝 놀라서 자신도 덩달아 뒷걸음질을 칠 거임. 사운드웨이브는 언제 화를 냈냐는 듯이 쩔쩔매며 오라이온의 눈치를 봤음. 아. 오라이온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청각 센서를 막았던 손을 내렸음. "미안 좀 놀랐어. 그나저나 엄청나네. 역시 하이가드인가?" 오라이온은 분위기를 풀기 위해 별 생각 없이 칭찬으로 한 말이었음. 그게 사운드웨이브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오라이온이 알 수 있을 리가 없었지. 오라이온이 자신을 피했을 때보다 더 굳어버린 사운드웨이브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음. "사운드웨이브! 역시 여기 있었군." 그 타이밍에 쇼크웨이브가 날아왔음. 캠프가 습격당한 이 순간에 주요 전력 하나가 전선을 이탈해버려서 황당하던 참임. 사운드웨이브가 이런 비이성적인 행동을 할 이유가 하나 밖에 없으니 목적지를 찾기가 어렵진 않았지. 여전히 그 이유의 원인은 모르겠다만. "여기 있을 때가 아니," 사운드웨이브를 데려가려던 쇼크웨이브는 자신을 따라온 적들을 발견했음. 자신 또한 사운드웨이브를 찾아 이탈하는 마당에 혼자 빠져나올 순 없어서 일부러 추적되도록 내버려 둔 거긴 함. 분명 계획한 일이었는데 갑자기 낭패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왤까. 쇼크웨이브는 뒤를 돌았음. 오라이온은 어디서 났는지 블라스터를 들고 싸울 태세를 갖추고 있었지. "싸울 생각 하지 말고 도망가!!" 쇼크웨이브가 소리쳤음. 오라이온은 쇼크웨이브의 말에 조금 당황했다가 블라스터를 들어보일 거임. "나도 싸울 수 있어." "가란 말이 안 들리는 거냐?!!" 그렇게 지겹도록 도망다니더니 왜 이제 와서 뻗대는지. 쇼크웨이브는 분류장에 쳐들어온 적들을 향해 발포했음. 결과적으로 오라이온은 남아서 싸움을 거들었고 그건 옳은 선택이 되었지. 사운드웨이브의 상태가 영 이상했거든. 적에 대한 대응도 공격도 모든 것이 늦었음. 심지어 삐걱거리면서 어색하게 움직이는 걸 보니 동체 상태가 안 좋다기 보단 스스로 움직임을 억누르는 것에 가까워 보였지. 쇼크웨이브는 사운드웨이브가 대체 뭘 하는 건지 따져 묻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지만 일단은 오라이온 덕분에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었기에 따지는 건 싸움이 끝난 뒤에 하기로 했음. 오라이온은 생각보다 잘 싸웠지. 그러고보면 예전에 훈련 하는 걸 본 적이 있긴 했음. 성적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기도 했어. 스타스크림에게 왜 오라이온을 훈련에서 뺐냐고 물어본 적이 있기도 함. 오라이온을 싸움에 내보내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한 게 언제부터였더라? "피해!" 쇼크웨이브가 갑작스런 두통으로 멈칫했던 순간 오라이온이 쇼크웨이브를 걷어찼음. 쇼크웨이브는 블라스터를 피할 수 있었지만 오라이온이 대신 복부를 맞았지. 다행히 빗맞아 부상이 크진 않았지만 오라이온이 공중에서 꼬인 자세 탓에 그 반동으로 뒤로 넘어졌음. "오라이온!" 쇼크웨이브가 급하게 다시 몸을 일으켰을 때는 이미 늦었음. 오라이온이 넘어간 장소엔 처음에 사운드웨이브가 기절시켰던 메크 중 하나가 어느 새 깨어나 넘어진 오라이온을 붙잡고 총구를 들이밀고 있었음. "항복해라." 사실 그 메크도 인질을 잡으며 별 기대는 하지 않았지. 그동안 지상에서 맞붙은 하이가드의 인상으로 보자면 아이아콘에서 온 뭣도 없는 어린 메크 하나에 항복할 만큼 무르진 않았음. 그러니 사실상 인질극은 별 의미 없고 그냥 방패로 쓸 수 있다면 만족할 정도임. 둘이 저렇게 굳어버릴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말임. 심지어 인질로 잡혀있는 오라이온도 쇼크웨이브가 자신을 관통하여 메크를 쏴버릴 거라고만 생각하고 최대한 동체를 옆으로 뺄 궁리만 하고 있었음. "....알겠으니 그거 치워." 쇼크웨이브가 험악하게 말하며 양 손을 올렸음. 그곳에 모인 모두가 당황했지. 어쩌면, 사운드웨이브만 제외하고. 함정이 아닌지 몇번이나 의심했으나 쇼크웨이브는 메크들이 자신에게 수갑을 채울 때까지 꼼짝하지 않았음. "이봐 너도 손 들어!" 메크 중 하나가 사운드웨이브에게 위협적으로 윽박질렀지만 사운드웨이브는 움직이지 않았음. 항복하지 않을 셈인가 협박을 건넸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음. 이상할 정도로. 뭔가 상태가 이상하여 가까이 가보니 사운드웨이브는 그냥 덜덜 떨고 있을 뿐이었지. 메크들이 수갑을 채웠을 때서야 기운 없이 고개를 떨구는 반응 정도나 보임. "미안 나 때문에.. 네 말대로 도망갔어야 했는데." 마찬가지로 붙잡힌 오라이온이 면목 없는 음성으로 중얼거렸음. 쇼크웨이브는 할 말은 많았지만 하지 않기로 했다. 부상까지 입은 녀석한테 뭐라고 더 할 얘기도 없었고 더 화난 대상은 따로 있었으니. "오라이온: 잘못 없음." 그리고 사운드웨이브가 기운 없이 말했지. "내 탓." 사운드웨이브는 미친 듯한 자괴감에 휩싸여 있었음. 분명 자신은 오라이온의 뒤에서 그 메크가 깨어나는 걸 알아차렸어. 평소보다 예민해진 감각으로 인해 그걸 몇분이나 먼저 알아차렸음. 그럼에도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 평소의 자신이었다면 그 난전 속에서 알아차릴 수 없었을 정보였으니까. 사운드웨이브는 모르는 척 해버렸어. 그리고 그 결과가 이거였지. "그게 무슨 소리야 사운드웨이브. 네 탓일 리가 없잖아." 사운드웨이브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리 없는 오라이온은 사운드웨이브를 위로하기 바빴음. "분명히 다른 녀석들이 구해줄 거야. 아니어도 내가 어떻게든 빠져나갈 계획을 세울 테니까. 그렇게 겁먹지 마." 사운드웨이브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음. 사운드웨이브가 떨고 있는 걸 겁에 질렸다고 해석한 모양이다만 쇼크웨이브는 사운드웨이브가 퍽이나 겁을 먹겠다고 생각했음. 붙잡힌 메크들은 센티넬 타워에 갇혔음. 오라이온은 센티넬 타워 내부를 구경 한번 해본 적 없는데도 왠지 엄청나게 익숙할 듯. 그냥 센티넬 평소 하는 짓만 봐도 딱 이렇게 꾸며놓고 살 것 같았음. "근데 넌 그동안 대체 어디 있다가 붙잡힌 거야?" 옆에 앉아있는 엘리타가 물었지. 오라이온은 엘리타를 발견하자마자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가 지금 이게 무사해보이냐고 분노를 산 참이라 조심스럽게 대답했음. "기록물 분류하고 있었어. 내가 전투원으로 쓸모가 없을 거라 하더라고." 오라이온은 약간 이르는 말투일 거임. 엘리타가 그게 무슨 말이냐고 반박해주길 기다렸지만 엘리타는 쇼크웨이브나 힐끔 거렸음. 적어도 거짓말은 안 했네. 오라이온은 엘리타의 반박이 없자 속으로 조그맣게 궁시렁거렸음. 내가 그렇게 못 싸우나. 그리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음. 번쩍거리는 황금색 문이 열리고 등장한 건 센티넬이었지. 센티넬은 거만하게 걸어오며 하이가드들을 비꼬았음. "웨이브즈가 사이좋게 둘 다 모였군." 쇼크웨이브는 센티넬을 노려보았고 사운드웨이브는 참견하기도 싫은지 외면했음. 자연스럽게 넘긴 센티넬은 맨 앞줄의 오라이온을 발견하고 웃음을 터트렸지. "네 처형 소식은 별로 놀랍지도 않겠군. 구역의 골칫덩이가 사라져서 오히려 기뻐하려나?" "뭐라는 거지. 난 인기 많았어. 내가 없어지면 찾아다닐 친구가 한 둘이 아니거든." "아니. 그럴 일은 없어. 넌 반역자가 될 테니까." "하도 거짓말로만 살아서 친구가 뭔지도 까먹은 것 같은데 그녀석들은 분명히 진실을 밝혀낼 거야. 설령 내 친구들이 아니라 하더라도 결국 나처럼 진실을 찾으려는 메크들은 언제고 나타나겠지. 네가 그리 하찮게 여기는 코그리스 광부도 도달한 진실을 다른 메크가 영원히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게 더 웃기지 않아? 네가 지금 가리고 있는 건 아이아콘에 사는 메크들의 옵틱 뿐만이 아니야. 네 옵틱도 네 손으로 스스로 가리고 안 보이니까 괜찮다고 혼자 모른 척 하고 있는 거지.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게 되어 있어. 넌 결국 몰락하게 될 운명이란 걸 그만 받아들이는 게 좋을걸." 오라이온은 센티넬을 향해 장황하게 쏘아붙였음. 그리고 엘리타는 유연한 관절구동을 이용해 앉은 자세에서 오라이온을 걷어찼음. "악! 왜?!" "너 정의로운 거 알겠으니까 상황을 좀 봐." 엘리타는 센티넬을 경계했지만 센티넬의 짜증은 이미 오라이온에게 쏠려있었음. "어디서 이런 말버릇을 배웠을까. 광산에 처박아 놨으면 광질이나 열심히 할 것이지 딴짓 하는 걸 내버려두니까 이렇게 되는 거 아니야." 센티넬은 오라이온의 오디오 피니얼을 붙잡아 들어올렸음. 피니얼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오라이온은 거기가 그렇게 예민한 부위란 걸 처음 알았겠지. "유감이지만 나는 설교를 아주 싫어해." "그 손..!" "당장 내려놔!!" 화를 내려던 엘리타도 막 블레이드를 들었던 센티넬도 깜짝 놀라서 소리가 들린 쪽을 볼 거임. 소리친 건 쇼크웨이브였음. 어찌나 화가 났는지 자리에서 일어나기까지 했지. 다시 꿇어앉히려는 경비병들에게 저항하며 쇼크웨이브는 다시금 소리쳤음. "그녀석을 놔줘!!" 쇼크웨이브는 스스로도 자신이 왜 이렇게 화가 났는지 알 수 없겠지. 하지만 오라이온이 공격 받는 상황에서 나서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었음. 특히 그것이 센티넬이라면. 쇼크웨이브는 분노로 스파크가 폭발할 지경이었지. 두번은 안돼. 알 수 없는 말이 브레인 모듈을 잠식했음. 그리고 하이가드 사이에서 이상한 기류가 감돌았음. 한두명씩 쇼크웨이브에게 동조하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거기 잡혀온 하이가드 전부가 오라이온을 놓으라며 아우성을 쳤음. 아니 너희들 날 그렇게까지.. 오라이온은 당황반 감동반으로 그 광경을 보고 있었고 엘리타는 순수 100% 당황했음. 뭐야 이자식들. 이 상황에 의아함을 느끼고 있는 건 센티넬 또한 마찬가지였지. 블레이드를 슬쩍 오라이온의 목에 가져다 대자 하이가드가 거의 맨손으로 수갑을 뜯을 것처럼 난동을 부릴 거임. 지상으로 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텐데 언제 이렇게 친해졌지. 어쩌면 광산에 친구가 많다는 소리를 괜히 한 게 아닐지도 모름. 정말 친구 사귀기에 특출난 재능이 있는 걸지도. 센티넬은 오라이온이 죽었다는 소식에 이 상황과 필적한 소동을 벌이며 반란을 일으키는 광부들을 떠올리고 약간 아찔해졌음. 코그도 없는 녀석들을 제압하긴 어렵지 않겠지만 에너존 채굴이 늦어지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임. 센티넬은 피니얼을 잡고 있던 손을 놨음. 소란은 겨우 잦아들었지만 적의는 사라지지 않았지. 센티넬을 자신을 노려보는 수많은 옵틱에 약간 질리는 기분이었음. 차라리 죽이지 말고 세뇌를 할까. 이 정체모를 충성심을 내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충성심? 센티넬은 전율이 이는 것을 느꼈음. 하이가드의 이상 행동에서 느낀 위화감, 혹은 기시감. 이건 분명... 센티넬은 오라이온을 바라봤음. 오라이온은 잡혔던 피니얼이 아픈지 찡그린 표정으로 피니얼을 까딱이고 있었지. 이 멍청해보이는 녀석이? 말도 안돼. 말도 안되지만... 이 상황을 설명하는 건 단 한가지 밖에 없었음. 센티넬은 한 손으로 오라이온의 어깨를 잡았음. 그리고 다른 손으로 오라이온의 체스트를 붙잡았지. 뭐? 오라이온이 무슨 반응을 하기도 전에 체스트를 잡은 손끝이 외장갑을 파고 들기 시작했음. "아악!!" 오라이온이 버둥거렸지만 센티넬은 한손으로 누르며 외장갑을 떼어냈음. 하이가드가 다시 소란스러워졌지만 센티넬은 더이상 아랑곳 하지 않았지. 센티넬의 예상이 맞다면 하이가드가 저런 반응을 하는 건 당연했으니 이제 놀랄 것도 없음. 결국 오라이온의 체스트를 감싸고 있던 외장갑이 완전히 떨어져 나가 내부가 드러났음. 하지만 푸르게 빛나는 프라이마의 코그만 보일 뿐 센티넬이 찾고 있는 건 보이지 않았어. 더 안쪽에 있나? 아니면 아직? 동체에서 생성되는 방식은 아니겠지 설마. "미친 변태 자식아 손 떼!!" 보다 못한 엘리타가 일어섰음. 혼자만의 생각에 갇혀 있던 센티넬은 외장갑이 벗겨진 체스트를 주물럭거리던 자신의 행동이 어떻게 보일지 뒤늦게 깨달을 거임. 깨달았다고 해도 별 생각은 없었지만. 자신이 뭘 하든 감히 뭐라 할 수 있는 녀석은 없음. 그렇게 생각하며 제 옆에 있을 에어라크니드가 엘리타를 제압하길 기다렸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에어라크니드는 보이지 않을 듯. 두리번거리다 뒤를 보니 에어라크니드가 아 그런 건 딴 데 가서 하쇼 하는 표정으로 멀찍히 떨어져 있었음.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 이녀석은.." 그제야 이미지를 수습할 필요성을 느낀 센티넬이 변명을 하려던 차, 갑자기 청각 센서를 찢을 듯한 소리가 퍼졌음. 아군이고 적군이고 할 것 없는 광역 공격에 모두가 주춤한 사이 사운드웨이브가 센티넬에게 날아들었음. 사운드웨이브는 센티넬을 걷어차고 오라이온을 제 뒤에 숨겼지. "뭐야, 결박을 어떻게.." 코그 덕분인지 음파 공격에서 빠르게 회복한 센티넬이 사운드웨이브를 보고 멈칫했음. 사운드웨이브의 왼손과 그 윗부분이 없었음. 억지로 뜯은 모양인지 에너존이 후두둑 떨어지고 있었지. 센티넬은 그 꼴을 보고 확신했음. 하이가드가 저렇게까지 지키려고 하는 대상이 누군지는 뻔한 이야기임. "역시 그녀석은.." "오라이온 팍스: 연인." 환희에 차있던 센티넬에게 물음표가 떴음. "뭐?" "남의 애인에게 손대지 말 것." 센티넬은 뭐라 형언할 수 없는 표정이 되었지. 그리고 엘리타도 비슷한 표정이 되었음. 아무리 생각해도 이 공간에 멀쩡한 봇이 없다. 엘리타는 오라이온을 데리고 튀어야 한다는 강렬한 확신이 들었음. "사운드..웨이브.." 오라이온은 고통으로 앓으며 사운드웨이브를 불렀음. 안 그래도 센티넬 때문에 대미지를 입었는데 음파 공격에까지 직격으로 휩쓸려서 브레인 모듈이 징징 울리고 있겠지. 오라이온은 시스템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간신히 정신을 붙들고 있었지만 점점 시야가 흐릿해졌음. "아무래도.. 지상 생활이 좀 힘들었던 모양이군." 센티넬은 혼란스러운 얼굴로 블레이드를 들었음. 사운드웨이브 때문에 헷갈리긴 해도 추측한 바를 접을 생각은 아직 없는 모양임. 센티넬이 오라이온에게 관심 갖는 건 어느 쪽으로든 사운드웨이브에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음. "혼자서 날 막을 생각인가? 손 한쪽도 날려 먹고." 그새 원래 텐션을 되찾은 센티넬이 비아냥거렸음. 물론 사운드웨이브는 자신이 그럴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지. 사운드웨이브의 목적은 3가지였음. 첫번재는 센티넬하고 오라이온을 떨어뜨리는 것, 두번째는 시간을 버는 것임. 그들이 오는 소리를 사운드웨이브는 똑똑히 들을 수 있었으니까. 사운드웨이브가 정확히 예상한 타이밍에 타워의 천장이 무너졌음. 센티넬은 위에서 쏟아지는 공격을 피하기 위해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지. 오라이온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착지한 오랜 친구의 등을 볼 수 있었음. 거기까지가 오라이온이 기억하고 있는 전부였지. 디를 보고 안심이 되었던 건지 그대로 정신을 잃은 오라이온은 한참 뒤에야 깨어날 수 있었음. 비척대며 동체를 일으키던 오라이온은 자신이 아직도 손이 묶인 상태라는 걸 깨달았지. 설마 센티넬이 승리한 건가, 라고 하기엔 그 화려하던 센티넬 타워랑은 다른 느낌임. 센티넬 타워를 전부 알고 있는 것도 아니니 지하 감옥 쯤으로 추측할 수도 있겠다만 여긴 감옥이라기에도 이상했음. 어둡고 고요하면서도 어딘가 따뜻함. "오라이온 팍스." 오라이온은 소리가 들리는 쪽을 쳐다봤음. 그곳에 있는 건 사운드웨이브였지. 사운드웨이브는 오라이온에게 다가와 에너존 큐브를 먹였음. 에너지 잔량이 낮았던 오라이온은 별 의심 없이 받아먹을 거임.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야?" 조금 기운을 차린 오라이온이 물었음. 사운드웨이브는 말 없이 에너존 큐브나 하나 더 내밀었지. 오라이온은 이 상황의 이상함에 대해서 큐브를 두개 정도 더 먹은 다음에야 깨달았음. 왜 사운드웨이브가 나한테 먹여주고 있지. 오라이온은 사운드웨이브에게 등을 돌려 수갑을 보여줬음. "일단 이것 좀 풀어줘." 풀어줄 거였으면 진작 풀었을 거라는 당연한 추론을 하기엔 아직 브레인 모듈의 성능이 전부 돌아오지 않았겠지. 사운드웨이브는 오라이온의 수갑을 푸는 대신 그대로 오라이온을 끌어안았음. "사운드웨이브..?" 사운드웨이브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음. 난데없이 백허그 당한 오라이온은 이 다정함을 아주 느린 속도로 분석했고 그 결과 느리게나마 위험을 감지해낼 수 있었지. 무슨 일이 있던 건진 모르겠지만, 사운드웨이브가 자신을 납치했어. 오싹해진 오라이온은 자신을 안고 있는 사운드웨이브를 밀어내려 뒤척이다가 사운드웨이브의 손을 보게 될 거임. 사운드웨이브는 여전히 왼손이 뜯겨진 그대로였음. 치료조차 제대로 못한 모습으로. 센티넬한테서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손까지 스스로 뜯어낸 메크임. 진짜 목적은 뭐였는지 몰라도. 심란해진 오라이온은 사운드웨이브를 밀어내려던 걸 포기했음. 포옹 정도야 뭐... 만족하면 알아서 떨어지겠지. 사운드웨이브는 자신을 내버려두기로 한 오라이온의 결정을 느꼈는지 오라이온을 끌어안은 동작에 힘이 조금 더 들어갈 거임. 오라이온은 다소 어색하게 사운드웨이브의 품에 기댔음. 오라이온은 지금 자신의 뒤에 있는 사운드웨이브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든 그게 사운드웨이브의 본심일 거라고 확신했지. 지금 뒤를 본다고 해도 어차피 마스크 때문에 볼 수 없겠지만. 디셉옵티 디셉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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