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해서 씻고 나와서 적습니다. 일요일 밤인데 내일 생각하니 벌써 허리가 아프네요. 택배 일 한 지 육 년째입니다. 하루에 이백오십 개 정도 배송합니다. 엘리베이터 없는 빌라가 구역에 많아서 계단도 하루에 몇십 층은 오르내립니다. 아내도 회사 다니고 저도 일하고 애는 둘입니다. 여섯 살 아홉 살이요. 맞벌이니까 집안일 육아 나누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건 동의합니다. 근데 요즘 저희 집 분위기를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제가 허리 아프다고 하면 아내는 당신은 하루 종일 운동하는 거잖아 헬스장 안 다녀도 되고 좋겠다 합니다. 농담처럼 하는데 한두 번이 아닙니다. 평일 저녁엔 아내가 애들 숙제 봐주고 저는 설거지랑 빨래 합니다. 여기까진 괜찮습니다. 문제는 주말입니다. 아내는 평일에 머리 쓰느라 지쳤다고 주말 오전은 무조건 자기 시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토요일 일요일 오전엔 제가 애 둘 데리고 놀이터 갔다가 키즈카페 갔다가 점심까지 먹입니다. 아내는 그동안 카페에서 책 보거나 친구 만납니다. 저도 토요일엔 반나절 일하는 날이 있습니다. 그날도 오후에 들어오면 바로 애들 목욕입니다. 둘째가 아빠 냄새난다고 도망가는 걸 붙잡아서 씻기다 보면 제 옷이 다 젖습니다. 지난주에 제가 처음으로 이번 주말은 나도 오전에 좀 자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내가 당신 일은 몸만 쓰는 거고 나는 정신노동이라 피로의 종류가 다르다고 하더군요. 몸 피곤한 건 자면 풀리는데 머리 피곤한 건 안 풀린다고요. 저는 그 말이 제일 서운했습니다. 제 일을 몸만 쓰는 일이라고 말한 것도 그렇고 자면 풀린다면서 정작 잘 시간은 안 주는 것도 그렇고요. 제 생각은 분명합니다. 몸 쓰는 일도 피곤한 건 피곤한 겁니다. 육 년 동안 허리 디스크 초기 진단까지 받았습니다. 피로를 직업으로 순위 매기는 건 맞지 않다고 봅니다. 그리고 맞벌이면 주말 쉬는 시간도 반반이어야 합니다. 오전에 아내가 쉬었으면 오후엔 제가 쉬는 게 공평하지 않나요. 장모님한테 이 얘기를 아내가 했나 봅니다. 장모님이 전화로 김서방은 체력이 좋잖아 하시더라고요. 이건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큰 게 아닙니다. 주말에 딱 두 시간만 아무도 안 깨우는 잠을 자고 싶습니다. 그게 그렇게 무리한 요구인지 아내와 저 둘 중에 누가 맞는 건지 진심으로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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