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전 이곳에 저의 일기를 남기고 자려고 합니다. 100일동안 적고, 일기를 적으며 더욱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 되어보고자 합니다. - 35살 청년의 첫번째 일기. 가끔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내 인생은 한 번도 쉬웠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지금이 특별히 덜 힘든 것도 아니다. 아마 그냥 내가 조금 무뎌진 것 같다. 힘든 일이 생겨도 예전처럼 크게 놀라지 않고, 아픈 일이 있어도 어떻게든 지나갈 거라는 걸 알게 된 것뿐이다. 나는 내가 어떤 삶을 원했는지 잘 모르겠다. 정신없이 하루를 살고, 또 하루를 버티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흘렀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도 그냥 그런 어른이 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아온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매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잘해보고 싶어서 애썼고, 어떻게든 앞으로 가보려고 했다. 그러다 수없이 넘어졌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그래도 결국 다시 일어났다. 처음 한두 번 넘어졌을 때는 참 많이 아팠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지 억울하기도 했고, 세상이 나에게만 유독 모질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넘어지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예전만큼 아프지 않았다. 아프지 않은 게 아니라, 아픔에 익숙해진 것이겠지. 그렇게 내 마음에도 조금씩 굳은살이 박힌 것 같다. 예전에는 누군가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되고 싶은 직업을 이야기했다. 그때는 어떤 사람이 되는 것보다 무엇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딱히 되고 싶은 것이 없다.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도 아니고,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저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내 앞에 힘든 사람이 있다면 모른 척 지나가지 않고, 누군가 손을 내밀었을 때 적어도 그 손을 외면하지 않을 정도의 따뜻함은 가진 사람으로 늙어가고 싶다. 어쩌면 지금의 내 꿈은 어떤 직업도, 어떤 성공도 아닌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이를 먹으면서 어릴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그중 하나는 사람마다 말하지 않는 힘듦이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정말 힘든 날에는 오히려 말이 없어졌다. 힘들다고 말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버려서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내 무게까지 얹어주고 싶지 않아서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조용히 삼키게 된다. 내 안에서 화가 나도 삼키고, 서러워도 삼키고, 무너지고 싶은 날에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해야 할 일을 한다. 이걸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배웠다고 해야 할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어쩌면 나는 강해진 것이 아니라 그저 묵묵히 참는 법을 배운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 가지는 안다. 그동안 참 많이 넘어졌는데도 나는 아직 여기까지 걸어왔다는 것. 완벽하게 살아온 것도 아니고, 언제나 옳은 선택을 했던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내 삶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았다는 것. 그러니 앞으로도 거창한 꿈이 없어도 괜찮을 것 같다. 조금 느려도 괜찮고, 가끔은 길을 잃어도 괜찮다. 인생이 꼭 무엇인가가 되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 테니까. 살면서 받은 상처 때문에 차가운 사람이 되지 않고, 내가 힘들었던 만큼 다른 사람의 힘듦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 세상이 나에게 친절하지 않았던 순간에도, 나는 다른 사람에게 친절할 수 있는 사람.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어쩌면 내가 그동안 수없이 넘어지고 다시 일어났던 이유도, 더 높은 곳에 올라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금 더 깊은 사람이 되어가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제는 잘 살고 싶다는 말의 의미도 조금 달라졌다. 많이 가지는 삶보다 많이 이해할 수 있는 삶. 높은 곳에 서는 삶보다 낮은 곳에 있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 삶. 그리고 언젠가 아주 먼 훗날 내 인생을 마지막으로 돌아봤을 때, 참 힘든 날도 많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사람답게 살려고 노력했다고, 나는 나 자신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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