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의 여름 밤은 끈적했고, 홈파티가 열린 낡은 3층 건물의 스튜디오 안 공기는 기분 나쁘게 미지근했다. 분자생물학 박사과정 3년 차인 라일랜드 그레이스는 자신이 왜 이 자리에 앉아 있는지 깊은 회의감을 느끼며 소다 병의 라벨을 손톱으로 까슬하게 뜯어내고 있었다. 학부 동기이자 오늘 생일의 주인공인 마크의 성화에 못이겨 랩실에서 탈출하긴 했으나, 논문 디펜스를 앞둔 대학원생의 영혼은 요란스러운 파티를 즐길 여유가 없는 듯했다. 미간을 무겁게 짓누르는 피로감에 이제 슬슬 돌아가야겠다 생각하던 찰나였다. 쿵, 하고 스튜디오의 낡은 철제 문이 요란하게 열리며 한 무리의 사내들이 들이닥쳤다. 순간 시끄러운 음악 소리를 뚫고 파티장 전체의 이목이 그쪽으로 쏠렸다. 그레이스 역시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가 무리의 중심에 선 한 남자에게 시선이 멎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보기 좋게 태닝 된 피부, 대충 걷어 올린 체크 셔츠 사이로 드러난 단단한 팔뚝. 언뜻 보기에도 몸 쓰는 일을 사람 같았다. 뺨과 손등 여기저기에 자잘한 흉터와 반창고가 붙어 있었지만 남자의 얼굴에는 그런 상처 따윈 아무래도 좋다는 듯한 낙천적이고 유쾌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마크! 생일 축하한다, 친구!" 남자가 마크를 번쩍 안아 올리며 호쾌하게 웃자 주변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웅성거리는 소리 사이로 '영화 촬영', '스턴트' 같은 단어들이 파편처럼 흘러다녔다. 우성 알파인 그레이스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살짝 좁혔다. 억제제로 꾹꾹 눌러 담은 것 같았지만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저 남자의 형질은 열성 오메가였다. 저렇게 거친 무리 틈에서 온몸에 자잘한 상처를 달고 다니면서도 대책 없이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라니. 이성적이고 통제된 삶이 익숙한 그레이스의 눈에 남자는 ‘시끄럽고, 깊은 생각 없고, 대책 없이 가벼운 사람’의 전형처럼 보였다. "어, 라일랜드! 잘됐다, 이리 와봐." 남자와 한참 인사를 나누던 마크가 멀찍이 서있는 그레이스를 발견하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파티장을 빠져나갈 타이밍만 재고 있던 그레이스는 제 손목을 덥석 잡아끄는 마크에게 이끌려 엉겹결에 모르는 남자와 마주하게 됐다. "이쪽은 내 학부 동기이자 예비 박사님인 라일랜드 그레이스야. 그리고 여기는 내 영화 세트장에서 고생해 주고 있는 스턴트맨이야." "안녕하세요. 콜트 시버스입니다." 콜트가 먼저 시원시원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대충 걷어붙인 소매 아래로 드러난 단단한 손등에 까진 상처가 선명했다. 그레이스는 안경 너머로 그 상처와 남자의 몸에서 미미하게 풍기는 페로몬을 눈으로 훑었다. "...라일랜드 그레이스입니다. 반갑습니다." 마주 잡은 콜트의 손은 보기보다 부드러웠다. 그레이스는 낯선 사람과 갑작스럽게 엮인 상황이 어색해 짧게 악수를 나누고 이내 손을 거두며 입을 꾹 다물었다. 낯을 가리는 탓에 괜히 시선을 이리저리 돌려대는 그레이스를 보며 마크가 분위기를 띄우려 신나게 입을 열었다. "야, 라일랜드. 콜트가 이번에 내가 참여하는 영화에서 생물 무기 바이러스 유출 때문에 고층 빌딩에서 뛰어내리는 씬을 찍거든? 내가 시나리오 자문하면서 랩실 데이터 털어 넣은 가짜 바이러스 얘기를 얘는 현장에서 온몸으로 들이받으면서 연기하고 있다고. 둘이 은근히 통하는 구석이 있지 않겠어?" 콜트는 마크의 높아진 목소리를 듣고 있는 그레이스의 어색해하는 눈빛을 단번에 알아챘다. 잘난 우성 알파의 오만함이라기보다는, 그냥 평생 책만 파느라 면역이 없는 숫기 없는 범생이 박사님의 반응에 가까웠다. 얼굴에 '나 지금 엄청 피곤하고 낯가림'이라고 쓰여 있는 것 같아 콜트는 피식 웃음이 났다. "마크 말이 맞네요. 전 맨날 가짜 바이러스 피해서 구르는데, 진짜 바이러스 다루는 박사님을 만나니까 신기한데요?" 콜트가 넉살 좋게 웃으며 그레이스의 긴장을 풀어주듯 어깨를 툭 쳤다. 먼저 스스럼없이 벽을 허물고 다가오는 콜트의 다정한 태도에 그레이스는 저도 모르게 빳빳하던 목에 힘이 조금 빠졌다 "...그렇게 거창한건 아닙니다. 전 그냥 실험실에서 데이터만 보는 거라, 시버스씨처럼 몸을 던지는 일에 비하면 아주 정적인 직업이죠." "에이, 데이터 보는게 얼마나 머리 아픈 일인데요. 전 글자 많은 거 보면 멀미 나거든요." 콜트가 제 뺨을 긁적이며 장난스레 대꾸하자 그레이스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생각보다 시끄럽지도, 가볍지도 않은 편안한 반응이었다. 마크가 다른 손님들을 맞이하러 사라진 뒤에도 콜트는 그레이스가 겉돌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대화를 리드하며 곁을 지켜주었다. 낯선 이들에게 둘러싸여 귀가를 갈망하던 그레이스에게 콜트의 존재는 묘한 해방감을 주었고 두 사람은 파티장의 소음을 배경 삼아 꽤 오랜 시간 대화를 이어갔다. 새벽 1시, 사람들이 하나둘 뻗어 나가고 베란다에 단둘이 남게 되었을 때, 두 사람 사이의 기류는 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처음의 빳빳했던 어색함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사이처럼 대화가 기분 좋게 맞아떨어졌다. 콜트가 돈을 벌기 위해 뛰었던 기상천외한 알바 썰-동물원 청소부터 고층 빌딩 유리창 닦기까지-을 풀자 그레이스가 배를 잡고 웃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그러니까 사자 우리를 청소하다가 진짜로 사자랑 눈이 마주쳤다고요?" "라일랜드, 웃을 일이 아니에요. 그때 진짜 내 세포 하나하나가 비명을 지르는 걸 느꼈다니까? 생물학적으로 그거 무슨 현상이라고 안해요?" "경악 반응이요, 콜트. 생각보다 생존 본능이 과학적이네요." 그레이스가 안경테를 슬쩍 밀어 올리며 부드럽게 웃었다. 늘 논문과 학회 속에서 딱딱하고 계산적인 인간들만 보아온 그레이스에게 온몸으로 삶을 부딪치며 살아온 콜트의 이야기는 신선하다 못해 눈이 번쩍 뜨이는 모험담 같았다. 그레이스의 시선이 콜트의 입가에 머물렀다. "박사님은 웃을 때 인상이 확 바뀌네요." 콜트가 턱을 괴고 그레이스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아까 처음 소개받을 때는 나를 무슨 외계인 보듯 보길래 내가 실수했나 싶었거든요." "아... 미안해요. 랩실에 너무 오래 갇혀 있다 나와서 사회성이 좀 떨어졌었나 봐요." "사과하라고 한 말 아닌데. 그냥… 되게 다정한분 같아서요. 내 말도 엄청 잘 들어주고." 콜트가 눈꼬리를 접어 웃으며 그레이스의 소다 병에 제 맥주 병을 툭 부딪쳤다. 그레이스는 문득 콜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시끄럽고 가벼울 거라고 지레짐작했던 남자의 눈빛이 의외로 깊고 맑았다. 밤바람이 불어 두 사람의 거리가 조금 더 가까워졌을 때였다. 콜트가 웃다가 중심을 잃고 그레이스의 어깨를 슬쩍 짚었다. 그 순간 억제제의 효과가 조금 떨어졌는지 콜트의 목덜미에서 녹아내릴 듯 달콤한 바닐라 코코넛 향이 훅 끼쳐왔다. 그 달콤한 온기에 그레이스의 페로몬이 본능적으로 꿈틀거리며 베란다의 좁은 공기를 장악했다. 묵직하고 시원한 시더우드 향이 섞여들며 콜트의 온몸을 감쌌다. "...어." 콜트가 숨을 들이켰다.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것 같은 긴장감이 척추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레이스의 눈빛이 순식간에 포식자의 그것으로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내 차, 저 앞에 주차해 놨는데." 그레이스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콜트는 침을 삼켰다. 안 될 거 없지. 내일 알바도 없는데. 콜트가 느슨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레이스의 차 뒷좌석은 좁았지만, 그래서 더 미칠 것 같았다. 누구 하나 주춤거리는 것도 없이 입술을 맞부딪쳤다. 셔츠 단추가 뜯겨 나가는 소리가 고요한 차 안을 울렸다. 그레이스는 항상 이성적으로 자신을 통제하는 삶을 살아왔지만 단단한 콜트의 배를 손바닥으로 쓸어내리는 순간 이성이 완벽하게 마비되는 것을 느꼈다. 잘 가꾸어진 콜트의 허벅지와 엉덩이는 터질 듯 탄탄했고 손에 감겨오는 피부는 너무 보드라웠다. "하윽, 천천히...." 콜트가 그레이스의 목을 끌어안으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열성 오메가라 평소에는 히트사이클도 제대로 오지 않던 몸이 그레이스의 우성 페로몬에 완전히 절여져 아래를 잔뜩 적셔내고 있었다. 그레이스는 콜트의 바지를 거칠게 벗겨내고 곧바로 손을 밀어넣었다. 이미 애액으로 흠뻑 젖어 알파의 손가락을 부드럽게 삼켰다. 콜트가 몸을 떨며 그레이스의 목을 끌어안았다. 옴죽거리면서 손가락을 삼키는 그의 안이 너무 유연하고 뜨거워서 그레이스는 더 참지 못하고 바짝 서있는 성기를 단번에 밀어 넣었다. "아아! 읏...!" 내벽을 긁어내며 꽉 들어차는 양감에 콜트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약하게 신음했다. 그레이스의 얼굴이 그 움직임을 곧장 따라가 밭은 숨을 내쉬는 입술을 삼켰다. 좁고 밀폐된 차 안은 순식간에 두 사람의 페로몬으로 가득 찼다. 밀려드는 시원하고 청량한 시더우드 향에 콜트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끼며 그의 목덜미로 파고들며 제 주변을 감싸는 향을 깊게 들이마셨다. 동시에 열성 오메가의 몸 깊숙한 곳에서부터 억눌려 있던 진득하고 달콤한 향이 은은하게 퍼져 나갔고 그레이스는 코끝을 스치는 단 향에 온 신경이 집중되는 것을 느꼈다. "라일랜드, 하아..." 달콤한 향이 그레이스의 이성을 거칠게 헤집어 놓았다. 그레이스는 콜트의 목덜미와 어깨죽지를 따라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거칠게 핥아 올렸다. 콜트는 제 엉덩이를 그러잡아 벌리고 안을 가득 채우는 그레이스의 손길에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잘게 떨었다. 좁은 가죽 시트 위에서 골반이 부딪치는 소리와 진득하게 엉겨 붙은 살결이 떨어질 때마다 나는 마찰음이 밀폐된 차 안을 가득 채웠다. 그레이스는 콜트의 허벅지를 제 어깨에 걸쳐 올린 채 한층 더 깊숙하게 안을 파고들었다. 내벽을 사정없이 긁어내리는 묵직한 성기에 콜트가 그레이스의 팔목을 애타게 붙잡았다. "아, 앗! 잠시만, 하아, 너무, 깊어요-" "하아, 콜트, 조금만... 더...." 그레이스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콜트의 뺨을 감싸 쥐고 쉴 새 없이 입을 맞추며 허리 짓을 멈추지 않았다. 아래가 꽉 맞물린 채로 쳐올릴 때마다 콜트의 단단한 복근이 가쁘게 가라앉았다가 튀어 올랐다. 우성 알파의 향을 한가득 머금은 채로 뒤를 조여오는 감각은 그레이스에게도 생경한 쾌감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땀과 페로몬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몇 번이고 가장 깊은 곳까지 맞부딪쳤다. 진짜 몇 시간을 그렇게 좁은 공간 속에서 서로를 탐했는지 몇 번이나 사정을 반복했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온 사방이 두 사람의 향으로 뒤덮여 숨쉬기조차 벅찰 때쯤에야 격렬했던 흔들림이 겨우 멎었다. 두 사람은 뒷좌석의 좁고 불편한 시트 위에서 서로의 살을 바짝 맞댄 채 거친 숨을 골랐다. 습기로 눅눅해진 차창 너머를 흘긋 바라보며 시계를 확인하니 벌써 새벽 3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허어." 그레이스가 기가 막힌다는 듯 나직하게 실소를 터트렸다. 평소의 자신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는 자각이 밀려들며 머리가 다 어질어질했다. 그레이스는 땀으로 젖은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콜트의 턱 끝에 제 이마를 툭 기댔다. 콜트는 완전히 힘이 빠진 채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든 상태였지만 제 가슴팍 위로 기분 좋게 내려앉는 그레이스의 무게감이 싫지 않아 등 위를 손으로 느릿하게 문질문질 쓸어내렸다. "하하...." 콜트의 입술 사이로 나른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와, 진짜 오랜만에 엄청난 섹스를 했네. 억제제로 찌들어 있던 몸이 우성 알파의 무지막지한 페로몬에 절여져 구석구석까지 완전히 해방된 기분이었다. 두 사람은 이렇다 할 대화도 없이 그저 좁은 시트 위에서 서로를 끌어안은 채 한동안 숨을 나눴다. 끈적하게 얽혀들던 호흡이 겨우 차분하게 가라앉을 무렵 그레이스가 먼저 콜트의 이마에 닿았던 고개를 슬며시 들었다. "...데려다줄게요." 낮게 가라앉아 긁히는 그레이스의 목소리가 섹시했다. 콜트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좁은 뒷좌석에서 끙끙거리며 사방으로 주섬주섬 흩어져 있던 옷가지들을 찾아 주워 입기 시작했다. 뜯겨 나간 단추와 구겨진 셔츠를 대충 수습하는 손길마다 기분 좋은 피로감이 묻어났다. 콜트의 집은 마크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차로 10분이면 충분히 닿을 거리였다. 하지만 운전대를 잡은 그레이스는 당장이라도 퓨즈가 끊어질 것처럼 눈을 절반쯤 감은 채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대학원생의 고질적인 수면 부족에 급격한 체력 소모가 겹친 탓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조수석에 앉은 콜트의 몸에서 여전히 달큰한 바닐라 코코넛 냄새가 쉴 새 없이 풍겨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밀폐된 운전석에서 그 잔향을 고스란히 들이마시고 있는 그레이스는 피곤함 속에서도 정신이 붕 뜬 상태였다. 콜트가 슬그머니 고개를 기울여 그레이스의 표정을 훔쳐보았다. 안경 너머로 끔벅거리는 눈꺼풀이 금방이라도 내려앉을 것 같았다. "라일랜드. 졸려요? 응?" 콜트가 장난기 그득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귀가 간지러워지는 뉘앙스에 그레이스가 핸들을 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조금요..." 하고 낮게 중얼거렸다. 콜트가 사는 곳은 LA 시내의 낡고 허름한 외관의 빌딩이었다. 건물 앞에 차를 부드럽게 세우자 콜트가 안전벨트를 풀며 그레이스를 돌아보았다.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콜트가 조수석 문을 열려다 말고 그레이스의 몽롱한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이대로 보냈다간 텅 빈 새벽의 도로 한복판에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몰골이었다. 콜트가 작게 웃으며 제안했다. "올라가서 커피라도 한 잔 마시고 갈래요? 잠 좀 깨게." 그레이스는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건물 2층에 위치한 콜트의 아파트는 좁고 투박했지만 주인의 성격처럼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그리고 문이 작은 소리를 내며 닫혔고, 드립커피밖에 없는데- 하며 부엌으로 향하려던 콜트의 손목을 그레이스가 강하게 낚아챘다. 콜트는 놀라지도 않고 그레이스의 가슴팍을 밀어붙였다. 거칠게 입술이 부딪혔지만 키스는 부드러웠다. 콜트는 숨이 막힐 정도로 진하게 밀고 들어오는 그레이스의 혀에 제 혀를 얽으며 그의 허리를 두 팔로 꽉 붙잡았다. 떨어지지 않을 것처럼 입술을 집요하게 얽은 채로 두 사람의 발걸음이 위태롭게 침실로 향했다. 방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콜트가 그레이스의 어깨를 밀어 침대 위로 눕혔다. 삐걱거리는 매트리스 위로 그레이스가 무너지듯 엎어지자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생긋 웃으며 무릎걸음으로 올라와 그레이스의 골반 위로 천천히 올라탔다. 침대의 머리맡에 위치한 창으로 주황색 가로등 빛이 어스름하게 흘러들어왔다. 은은한 조명에 감싸진 채 제 위에 올라앉아 셔츠를 거침없이 벗어던지는 콜트의 몸을 바라보며 그레이스는 숨이 멎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잔근육들이 가로등 음영에 따라 선명하게 도드라졌다. 온몸에 흩어진 자잘한 상처들마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워 보였다. 그레이스는 몽롱한 와중에도 제 페로몬이 완전히 통제력을 잃고 줄줄 흘러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알파로서의 본능을 제어하지 못한 적이 없었지만 온 사방을 빽빽하게 채운 시더우드 향은 이미 그의 이성을 한참 전에 집어삼킨 상태였다. 콜트는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그레이스의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어내리며 가슴과 복근 위로 잘게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손가락이 제 살결을 스칠 때마다 등줄기로 소름이 돋았다. 콜트의 입술이 제 아랫배를 지나 아래로 내려가는 순간 그레이스는 급하게 숨을 들이쉬었다. 안돼- 그레이스가 당황해서 밀어낼 틈도 없이 콜트의 뜨거운 숨결이 기둥을 감쌌고, 이내 부드럽고 더운 점막이 성기를 조여오는 감각이 선명해졌다. "윽." 뇌를 마비시키는 자극에 그레이스는 침구를 꽉 쥐었다. 금방 사정할 것 같았다. 터질 듯한 쾌감 속에서도 그레이스는 아래에서 저를 올려다보는 콜트의 얼굴이 너무나 보고싶어 상체를 일으켜세웠다. 그리고는 콜트의 뺨을 커다란 손바닥으로 감싸 쥐며 그의 부드러운 얼굴을 가만히 쓸어내렸다. 벌써 싸고 싶지 않다는 이성적인 판단이 간신히 작동했다. 그레이스는 콜트의 고개를 강제로 들어 올려 그대로 입술을 물었다. 질척하게 혀를 섞으며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 집요하게 파고들자 콜트의 숨소리가 한층 더 가팔라졌다. 한참을 입술을 받아내던 콜트가 작게 웃으며 그레이스의 가슴팍을 부드럽게 밀어눕혔다. "가만히 있어요." 콜트가 달큰한 향이 섞인 맑은 숨을 내뱉으며 조심스럽게 그레이스의 것을 제 안으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알파를 받을 준비가 된 내벽이 밀려들어오는 성기를 조여내며 끝까지 삼켰다. 콜트가 상체를 뒤틀며 가늘게 신음을 흘렸다. 그레이스는 아래에서 콜트의 아랫배를 단단히 붙잡아 지탱해주었지만 콜트가 그의 손을 잡아오며 허리를 움직였다. 콜트의 실루엣이 유연하게 흔들렸다. 뭉근하게 내벽을 비벼오며 치받히는 지점을 정확히 찾아내 조여오는 짓에 그레이스의 등줄기로 짜릿한 전율이 몰아쳤다. "하아, 아...!" 땀방울이 콜트의 턱끝을 타고 그레이스의 가슴팍 위로 툭툭 떨어졌다. 어둑한 빛 아래에서 콜트는 제 무게를 온전히 실은 채 느릿하고도 집요하게 허리를 돌렸다. 힘겹게 깊은 곳까지 눌러 담았다가 아래를 바짝 조여내며 위로 밀어 올리는 골반의 움직임에, 그리고 단단한 복근을 잘게 떨며 제 안을 사정없이 조이는 생경한 자극에 그레이스는 숨을 쉬는 법조쳐 잊은 채 콜트의 손만 꽉 움켜잡았다. 며칠 밤을 새운 대학원생의 피로도와 극상의 흥분이 겹친 탓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번져나갔다. "콜트, 윽, 잠시만...!" "아흣!" 절정에 다다를 무렵 콜트가 허리를 잘게 떨며 그레이스의 것을 세차게 압박해왔고 그레이스는 눈앞이 아득해지는 충격과 함께 콜트의 가장 깊은 곳에 모든 것을 쏟아냈다. 정말 뇌의 퓨즈가 완전히 나가버린 것 같았다. 마지막 사정과 동시에 코밑으로 무언가 끈적하고 뜨거운 액체가 울컥 흘러내렸다. "...어? 라이, 라일랜드, 코피 흘려요?!" "........아." 당황한 콜트가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제 손으로 그레이스의 인중을 급하게 훔쳐냈다. 약하게 그을린 손등에 붉은 피가 흥건하게 묻어나자 콜트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헉, 어떡해. 잠시만요, 움직이지 마요!" 콜트는 허벅지에 흘러내린 그레이스의 정액을 그대로 묻힌 채 침대에서 내려와 휴지를 찾으러 밖으로 뛰어나갔고, 혼자 침대에 뻗은 그레이스는 천장을 바라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다시 겪을 수 있을까 싶은 정도의 자극이었다. 온몸의 진이 다 빠져나가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다. 이윽고 롤휴지를 통째로 들고 뛰어온 콜트가 침대맡에 걸터앉아 그레이스의 흘러내린 피를 닦아주었다. 조심스러운 손을 느끼며 벌거벗은 허리를 감싸잡자 콜트가 단 향을 풍기며 작게 웃었다. 그레이스는 콜트와 마주보고 따라 웃어주고, 몸을 닦아주고, 뽀송하게 잘 마른 옷을 입혀주고 싶었찌만 밀려오는 끔찍한 수마를 이기지 못하고 기절하듯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정오의 강렬한 햇살이 침대 위로 쏟아졌다. 그레이스가 먼저 뻑뻑한 눈을 떴다. 낯선 천장과 기분좋게 몸에 감기는 침구, 좁은 방, 그리고 제 팔을 베고 세상 모르고 자고 있는 사내. 어젯밤의 격렬했던 기억들이 플래시백처럼 스쳐 지나갔다. 마크의 어수선한 스튜디오의 베란다에서의 간질간질했던 대화, 급하게 붙어먹었던 차 안, 현관문 앞에서의 키스, 그리고... 코피까지. 그레이스는 손끝에 닿는 머리칼을 조금 만지작 거리다가 조심스럽게 팔을 빼고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대충 물로 몸을 씻어내고 거울을 보니 목덜미에는 콜트가 남긴 잇자국이 선명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콜트 역시 부스스한 금발을 까치집으로 만든 채 침대에 멍하니 걸터앉아 있었다. "저 좀 씻었어요." "응? 아, 잘했어요. 아프진 않아요?" 아프다니? 그레이스가 의아한 듯 쳐다보자 콜트가 제 코끝을 톡톡 쳤다. 아, 그거. 그레이스가 고갤 작게 끄덕이자 특유의 선개한 미소가 돌아왔다. 어젯밤 서로를 뒤흔들던 페로몬의 열기는 가셨지만 콜트의 목덜미와 어깨에는 그레이스가 남긴 묵직한 시더우드 향이 여전히 부드럽게 감돌고 있었다. 이성이 돌아온 그레이스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꼬이기 시작했다. 어젯밤 오메가를 가득 안느라 코피까지 쏟았다는 사실이 귀끝이 달아오르게 했다. 동시에 제 오래된 습관인 이성적인 방어기제가 최대로 가동되었다. 저렇게 몸도 좋고 능숙한 걸 보면 나 말고도 스쳐 지나간 알파가 차고 넘쳤겠지. 어제 일은 그냥 술김에 한 하룻밤 일탈이었을 거야. 나 혼자 심각해지면 구차해 보여. 그레이스는 상처받지 않으려고, 나 혼자 첫눈에 반해 휘둘린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려고 애써 표정을 굳혔다. "음, 어제 일은... 재미있었어요. 오랜만에 스트레스도 풀렸고." 그레이스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내뱉은 건조하고 멍청한 한마디였다. 정작 속으로는 '제발 아니라고 해라, 나한테 빌붙어라' 하고 미련하게 바라는 모순적인 상태였다. 대뜸 훅 들어온 선긋기에 콜트는 조금 의아한 듯 그레이스를 바라보았다. 굳이 저렇게까지 딱딱하게 못 박을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워낙 갈 길 바쁜 박사님이니 하룻밤 해프닝으로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은 모양이라고 담백하게 받아들였다. 아쉽긴 했지만. "저두요. 정말 좋았어요. 음, 밥이라도 먹고 갈래요? 집에 마땅히 먹을 건 없지만..." 콜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드러난 알몸을 그레이스가 잠깐 넋을 놓고 보다가 시선을 돌리며 헛기침을 했다. "고맙지만 오늘 랩실에 바로 들어가 봐야 해서요." 그레이스는 속마음과 달리 자꾸만 튀어나오는 딱딱한 말투를 통제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서둘러 옷을 챙겨 입었다. 그레이스는 현관문 앞에 서서 콜트에게 손을 내밀었다. 정말로 모든 용기를 쥐어짠 행동이었다. "핸드폰 줘요. 연락처 줄게요. 만약을 위해서." 콜트가 순순히 핸드폰을 내밀었고 거기에 제 전화번호를 입력한 그레이스가 제게 손을 흔드는 콜트에게 고갤 끄덕 해보이고는 몸을 돌렸다. 문이 닫히고, 홀로 남은 집에서 콜트는 한숨을 푹 쉬며 침대에 다시 누웠다. 제게 남은건 손에 쥔 핸드폰에 라일랜드 그레이스라는 이름과 전화번호 뿐이었다. 어젯밤 저를 내려다보던 그 깊고 뜨거운 눈빛이 도무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억울할 정도로, 진짜 너무 좋았는데. 낡은 아파트의 삐걱거리는 계단을 내려오며 그레이스 역시 마른세수를 했다. 속으로는 '제발 문 열고 나와서 붙잡아라', '들어가자 마자 먼저 문자를 해라' 하고 미련하게 빌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발걸음은 일부러 더 쿨한 척 빠르게 옮겼다. 차에 올라타 운전대를 잡은 그레이스는 멍하니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보니 그가 내게 먼저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하지 않으면 저로서는 그의 번호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젠장할. 머릿속이 온통 그 이름으로 가득 차서 터질 것 같았다. 사람 마음을 이렇게 사정없이 흔들어놓고,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밥이나 먹고 가라며 태연하다니. 그레이스는 신경질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캠퍼스로 향하는 내내 핸들을 쥔 손가락끝이 어젯밤의 단단한 살결을 기억하듯 움찍거렸다. 혼자 앞서나가서 세워버린 어설픈 벽과 그보다 더 깊이 박혀버린 첫 만남의 잔상이 길게 꼬리를 물어댔다. 고슬고슬 그레이스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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