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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알렉으로 맨프엉 같은 거 보고싶다 사나더

보고싶다 # 어나더 # 삼나더 # 04 알렉이 방으로 돌아왔을 때, 클레리는 거실 소파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몸을 반쯤 일으켰던 그녀는 참담한 알렉의 얼굴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나갔던 사이에 무슨 큰 일이라도 있었는지 다투고 방을 뛰쳐나갔을 때보다 더 처참한 모양새였다. 뭐라고 더 말을 붙이는 것도 미안할 정도로. 클레리는 그가 방으로 돌아가 쉴 수 있도록 내버려 두었다. 저런 상태의 사람을 데리고 무슨 시시비비를 가리겠어. 어차피 시간은 많았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부은 눈으로 침실에서 나온 알렉은 전 날의 다툼과는 전혀 딴판인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벨코트의 저택으로 직접 찾아 가자.”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던 클레리는 눈썹을 치켜 올렸다. 서로 아직 할 말이 남았을 텐데. 어제의 다툼은 마치 없었던 일처럼 딴소리였다. 무엇보다도 이 임무가 싫은 티를 내도록 내던 사람이 먼저 일 이야기를? “벨코트의 집으로요?” “성물은 경마장에도 없었고, 파티장에도 없었어. 카지노를 찾아봐도 되겠지만, 그런 귀한 물건을 자기 집에 숨겼을 가능성이 더 높겠지. 좀 더 벨코트의 환심을 사서 그쪽에서 먼저 집으로 초대할 때까지 기다려도 되겠지만, 그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그래서 먼저 찾아가자고요?” 알렉은 어깨를 으쓱했다. “몰래? 정식으로?” 클레리는 미소 지으며 물었다. 알렉은 담담히 말했다. “정식으로.” 정문으로 당당히, 쳐들어 가 보자고. 똑똑. 벨코트 님께서 보내신 편지입니다.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공교로운 타이밍이었다. 클레리는 은쟁반에 놓인 편지를 읽고 알렉에게 건네 주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고 눈을 찡그렸다. “일이 너무 잘 풀리니 조금 불안해지는데요.” 그러나 클레리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일어나 편지지와 펜을 찾았다. 아무리 거리낌이 있더라도 일단 걸려온 승부에는 응한다. 그리고 이긴다. 그게 클레리 페어차일드의 인생 모토였다. 벨코트 저택은 의외로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건물이었다. 막연하게 돈을 쳐발라 호화로울 거라고 상상했던 알렉은 조금 맥이 빠졌다. “아름다운 저택이네요.” 클레리가 진심으로 감탄했다. “유서 깊은 건물 같아요.” 차를 한 모금 마신 카밀이 빙긋 웃었다. “죽은 남편에게 물려받았답니다. 부동산 투기 목적이었지만, 막상 와보니 너무 예뻐서 그냥 눌러 앉았죠.” “네에, 썩혀 두기에는 너무 좋은 집이에요.” 클레리가 맞장구 쳤다. 카밀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하기는, 제 것을 칭찬받는데 누가 싫어하겠냐만은. “정원은 더 아름답답니다.” 원래도 정원이 저택보다 더 유명했던 곳인데, 남편이 정원사를 고용해서 정원을 대대적으로 손봤어요. 철마다 다른 꽃이 피어서 정말 예쁘죠. 그녀가 눈을 찡긋했다. “어때요, 같이 산책하겠어요?” 절호의 기회였다. 신의 가호가 있었대도 이처럼 일이 순조롭게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클레리는 카밀이 집사와 대화하는 틈에 얼른 알렉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최대한 벨코트의 주의를 끌어요. 정원을 구경하는 동안에 나는 빠져서 저택을 수색할 테니까.” 이번에는, 정말로, 잘 합시다. 믿어요, 응? 카밀이 자랑하던 정원은 과연 아름다웠다. 카밀은 알렉의 팔짱을 끼고 정원 이곳저곳을 안내했다. 그 뒤를 천천히 뒤따르던 클레리는 틈을 봐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도망쳤다. 알렉이 다소 원망스러운 시선을 던지기는 했지만, 클레리 알 바는 아니었다. 힘내라, 알렉! 사용인들의 눈을 피해서 저택에 다시 들어선 클레리는 3층부터 뒤지기 시작했다. 1층은 응접실과 식당이 있어서 외부인이 많이 드나들고, 2층도 서재와 집무실, 게스트룸이 있어서 제법 외부인의 출입이 많다. 4층은 사용인들의 방. 그렇다면 아무래도 집주인의 공간인 3층에 성물을 숨겨두었을 가능성이 컸다. 카밀의 침실과 드레스룸을 뒤졌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초조하게 복도를 둘러보던 클레리는 무언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이렇게나 넓은 집인데, 3층에는 집주인 부부의 침실 두 개와 드레스 룸 뿐. 클레리는 복도의 벽지를 세밀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여기에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 벽의 이곳저곳을 두드려보던 클레리의 귀에 마침내 기다리던 텅 빈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근처에 숨겨져 있던 버튼이. 희열에 차서 클레리는 버튼을 눌렀다. 감춰져 있던 비밀문이 열리고, 커다란 공간이 나왔다. 창문이 없는 방은 램프가 켜진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밝았다. 그리고 그 빛의 중심에는 유리 상자가 있었다. 전시대 위에 놓인 유리상자, 그 안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다. 클레리는 천천히 그 상자를 향해 다가갔다. 상자 안, 빛에 감싸인 가시관. 가시관은 참으로 초라했다. 그러나 이 가시관의 가치는 아름다운 외관이 아니라 이것이 가진 힘에서 나온다. 무엇보다도 성스럽고 소중한 힘. 클레리는 유리 상자에 손을 올렸다. 그러나 그 순간, "자, 거기까지." 카밀이 낭랑한 목소리로 클레리를 제지했다. 클레리는 홱 뒤를 돌아보았다. 카밀이 붉은 입술을 가득 끌어올려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 뒤로 손이 뒤로 묶인 알렉이 끌려오고 있었다. 분한 눈빛. "함정이었군요." 클레리가 싸늘하게 말했다. 카밀은 눈웃음 쳤다. 두 사람을 비웃었다. 물론, 함정이었다. "당신들이 누군지 내가 모를 것 같았나요?" 클레리 페어차일드, 알렉 라이트우드. 카밀은 두 사람을 차례로 가리켰다. 연기가 너무 서툴러서 모르는 척 해주느라 참 힘들었답니다. 클레리가 알렉을 쏘아보았다. 그러니까 내가! 알렉은 할 말이 없어서 눈길을 피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난 이런 거 정말 못한다고 계속 말했는데....... "자, 끌고 가." 카밀이 즐겁게 말했다. 카밀의 부하가 다가와 클레리에게서 스텔레를 빼앗고 그녀의 손을 뒤로 묶었다. 클레리는 별 수 없이 끌려나가면서도 카밀을 노려보았다. 넌 뒤졌어. 내가 여기서 나가면 넌 반드시 뒤졌어! 카밀은 코웃음쳤다. 어머나, 무섭기도 해라. 전혀 무섭지 않은 목소리와 표정이었다. 클레리는 이를 바득바득 갈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4층 구석진 방에 갇혔다. 두 사람만 남겨지자 클레리는 괴성을 질렀다. 카밀의 의기양양한 꼴을 보아하니 이 작전에 대한 정보는 초기부터 누출되었던 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카밀이 두 사람의 의도가 불순한다고 의심했던들, 알렉의 연기가 아무리 서툴렀던들, 그들이 알리칸테에서 파견한 섀도우헌터인지 어떻게 확신했단 말인가. 그들의 이름을 어떻게나 그렇게 정확히 알고 있었단 말인가. 누군가가 카밀에게 그들에 대해서 흘린 것이다. 언제 누가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정확히 알려준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알렉에 대해서만 분개했던 클레리는 금방 사태를 파악하고 미지의 적에 대해 포효했다. 이런 씨발 개호로잡놈 잡히기만 해봐라 니 사지를 찢어서 사자 우리에다가 던져 넣을거야 이 육시를 할 빌어처먹을 후레자식아! "오, 잡혀왔다길래 좀 걱정했는데, 팔팔하네, 비스킷?" 뭐임마니가팔이묶이고스텔레도뺏기고갇혀봐지금팔팔같은소리가나와- 알렉을 홱 돌아보던 클레리는 알렉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눈썹을 찌푸렸다. "여기야, 여기, 비스킷." 창틀에 턱을 괸 남자가 손을 팔랑팔랑 흔들었다. 반짝이는 고동색 눈동자가 익숙했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여기는 4층이다) "매그너스?" 그를 여기서 보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알렉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알렉을 보고 매그너스가 빙긋 부드럽게 웃어 주었다. 안녕, 또 만났네. "매그너스!" 그런데 넌 누구냐며 경계를 해야 할 클레리는 반색하면서 반갑게 매그너스를 불렀다. 언제 자신이 사자처럼 울부짖었냐는 양, 환하게 웃는다.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몰라, 알렉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매그너스는 먼데인이 아니었나? 그리고 클레리는 매그너스와 아는 사이였나? 그렇다면 매그너스가 자신에게 접근한 것도 작전의 일부였나......? "구하러 온 거예요?" 클레리가 매그너스에게 물었다. 물론이지. 산뜻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매그너스는 가볍게 창문을 넘어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손가락을 한 번 가볍게 튕기자, 클레리와 알렉을 묶고 있던 밧줄이 스르륵 풀려 구석으로 모여들었다. 알렉은 피가 안 통해 저린 손목을 주물렀다. "자, 여기, 스텔레." 매그너스가 두 사람의 스텔레를 돌려주었다. 고마워요, 매그너스! 클레리가 해맑게 말했다. 알렉은 스텔레를 넘겨 받으면서 미심쩍게 매그너스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누구죠?" 매그너스 베인, 당신은 대체 누구죠? 나를 처음 만난 이래로 내내 거짓말을 해왔던 건가요? 당신의 정체를 속이고 나에게 접근했던 건가요? 물을 수 없는 질문들이 가슴을 꽉 채웠다. 마음이 아팠다. 대체 왜, 나에게 접근했나요. 좋아서 나를 따라다녔다고 한 것도..., 거짓말이었나요? "내 소개를 다시 하지. 나는 런던의 하이월록, 매그너스 베인." 매그너스가 부드럽게 말하면서 알렉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눈빛이 다정했다. 그러나 알렉은 울고싶었다. 아니, 도망가고 싶었다. 이 상황이 너무 끔찍했다. 처음으로 좋아진 사람, 처음으로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밀어내야 했어도 그런 당신을 만날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제안을 하나 할게, 어린 섀도우헌터들." 그런 알렉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매그너스는 빙글빙글 웃으며 클레리에게 윙크를 했다. "우리, 손을 잡지 않을래?" 매그너스의 설명은 이러했다. 이레네의 가시관이 카밀의 손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다운월더들은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그들은 매그너스 베인에게 달려가 성물을 어떻게 좀 해보라고 그를 닦달했고, 결국 매그너스 베인이 몬테카를로까지 온 거였다. "물론 귀여운 비스킷을 오랜만에 다시 보는 성과도 있었지." 매그너스가 느긋하게 덧붙였다. 알렉은 클레리를 힐끗 바라보았다. 클레리가 방글거리며 설명했다. 매그너스랑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거든요. 엄마가 애비새끼를 피해서 도망다닐 때 매그너스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다운월더들이 왜 성물을 두려워해요?" 클레리가 고개를 기웃거렸다. 매그너스는 자상하게 설명했다. "이레네의 가시관은 그렇게 좋기만 한 물건이 아니야. 성물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막대한 희생이 필요하지. 예컨대 웨어울프, 뱀파이어, 실리, 월록, 그리고 섀도우헌터 각각 25명 씩 총 125명의 목숨이라던가." 성물이 괜히 널리 사용되지 않고 모스크바 인스티튜트에서 엄중하게 보관되어 있었던 게 아니야. 잘못된 손에 들어가면 엄청난 희생이 일어날 수 있지. 발렌타인이라던가, 벨코트라던가. 매그너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그가 나서야만 했던 것이다. "벨코트가 다운월더들을 납치하고 있나요?" 알렉이 잠긴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매그너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적어도 아직까지 섀도우헌터들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섀도우헌터를 스물 다섯명이나 (알렉과 클레리가 붙잡혔다는 걸 생각하면 그 수는 스물 셋으로 줄지만) 한 번에 납치한다는 것도 카밀에게는 큰 위험부담일 테니 아마 섀도우헌터의 숫자는 제일 마지막에 확보하려고 할 것이다. 다운월더 백여명을 납치한 뒤에. "심증만 있어. 물증은 없지." 물증이 있었다면 바로 그녀를 체포해 처벌했을 것이다. 하지만 꼬리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일단 성물을 회수해야 한다. 그리고 잡혀갔을 다운월더들도 찾아내 풀어줘야 했다. 끔찍한 범죄가 일어나지 못하게 막아야 했다. "그럼, 찾으러 가죠." 클레리가 단언했다. 알렉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저택 어딘가에 있을 거야. 정원이 의심스러워. 나한테 안 보여주려고 하는 건물이 있었는데, 묘한 피냄새가 났어." 카밀은 그곳이 사냥터지기의 오두막이라고 둘러댔지만 수상했다. 몬테카를로에 사냥터지기 같은 소리를 하고 있네. 언더커버 상태일 때는 억지로 건물에 밀고 들어갈 수 없었지만, 위장이고 뭐고 다 탄로난 지금은 상관없다. 실력행사에 들어갈 때였다. "좋아. 그럼 거기부터 뒤져봐요." 매그너스 생각은 어때요? 클레리가 매그너스를 바라보았다. 매그너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렉은 매그너스의 동의를 얻자마자 창문 밖으로 가볍게 뛰어내렸다. 땅에 가볍게 착지하자마자 달리기 시작한다. 그는 번잡한 머릿속을 비우고 오직 수상한 건물과 거기에 갇혀있을 다운월더들을 풀어주는 일만 생각하려 애썼다. 차라리 다행이었다, 해야만 하는 일이 있어서. 세 사람은 순조롭게 사냥터지기의 오두막에 잠입했다. 나무문을 열자, 흐릿했던 비린내가 확 끼쳐들었다. 알렉은 미간을 모으면서, 러그 밑에 감춰져 있던 지하실로 가는 비밀문을 찾아 열어젖혔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여기가 피비린내의 근원이라는 듯 밀도 짙은 냄새가 바로 코를 괴롭혔다. 클레리가 숨을 삼켰다. 그들은 발소리를 죽이고 나무 계단을 밟았다. 지하실의 복도는 그다지 길지 않았으나, 그 양 옆은 전부 쇠창살로 가로막혀 있었고, 시름시름 시들어가는 다운월더 네 종족이 좁은 방 안에 갇혀 있었다. 몇몇은 인기척에 눈을 떠서 낯선 침입자들을 보았으나, 나머지는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듯 눈을 감고 있거나 아니면 인기척을 느낄 정신도 없어 보였다. 제물로 바쳐야 하니 고문을 한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대다수는 여기로 끌려오면서 어지간히 저항을 했던지 깊은 상처를 입고 있었고, 피비린내는 제대로 치료되지 않은 상처에서 고이고 있었다. 알렉은 입술을 깨물었다. 같은 다운월더끼리 이래도 되는 건가? 너무 가혹한 짓이었다. 욕망이 얼마나 크면, 같은 사람을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희생시킬 수 있단 말인가? 알렉은 매그너스가 되찾아준 세라프 검을 허리춤에서 뽑아 있는 힘껏 자물쇠를 내리쳤다. 자물쇠가 날카로운 쇳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클레리는 문을 열어젖히고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 외쳤다. "나와요!" 큰 소리에 눈 감고 있던 다운월더들도 놀라 벌떡 일어났다. 그들은 열린 문과, 부서진 자물쇠와, 세라프 검을 들고 서 있는 젊은 섀도우헌터와, 그들 옆에 서 있는 런던의 하이월록을 번갈아 보았다. 매그너스를 발견한 그들의 눈동자가 희열로 일그러졌다. 알렉은 왜인지 모를 눈물을 꾹 눌러 참았다. 알렉과 클레리는 차례로 자물쇠를 부수고 문을 열었다. 망설이던 사람들은 매그너스를 발견하자마자 얼른 문 밖으로 뛰어나왔다. 매그너스도 분노를 꾹 억누른 표정으로 포털을 열었다. "여기로! 어서!" 대체 몇 명이나 납치해서 가둬놨던 건지. 알렉은 제대로 걷지 못하는 몇명을 부축해서 일으켜 포털로 들여보내면서 입술을 꽉꽉 짓씹었다. 다운월더들이 거의 다 도망쳤을 즈음에, 알렉은 위층에서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알렉이 클레리를 돌아보자 그녀도 같은 소리를 들었는지 알렉과 눈을 마주쳐 왔다. 두 섀도우헌터는 익숙하게 무기를 움켜쥐고 들어오는 적에 맞서 싸울 준비를 했다. "매그너스!" "거의 다 됐어!" 매그너스가 마지막 인원이 무사히 도망치는지 확인하며 말했다. 알렉은 고개를 끄덕이고, 계단을 노려보았다. 삐걱거리는 소리는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알렉은 숨을 죽였다. 지하실 문이 열리고, 카밀의 부하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알렉은 망설이지 않고 그들에게 화살을 쐈다. 다운월더이면서 같은 다운월더를 제물로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 한 카밀과, 그런 그녀에게 협력한 부하들, 그들에게 베풀 동정심은 남아 있지 않다. 클레리도 손속에 사정이 없었다. 그녀가 세라프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한 사람이 쓰러졌다. 마침내 지하실이 조용해졌다. 알렉은 활을 쥐었던 팔을 내렸다. "지하실로 온 걸 보면 우리가 사라졌다는 걸 눈치챈 거예요." 클레리가 단언했다. "카밀이 도망치기 전에 얼른 가요!" 또 다시 성물의 행방을 찾을 수 없게 되기 전에! 매그너스가 동의했다. 그는 다시 포털을 열었다. 알렉은 조금 놀라 매그너스를 보았다. 매그너스는 씩 웃었다. "서둘러야 하잖아? 그럼 지름길로 가자고." 알렉은 머뭇거렸지만, 클레리는 서슴없이 포털 안으로 뛰어들었다. 매그너스가 너는 안 가냐는 듯 알렉을 보았고, 알렉도 별 수 없이 포털에 발을 들여놓았다. 아주 짧은 어둠의 일렁임을 넘어서, 세 사람은 다시 카밀의 3층 복도에 서 있었다. 클레리는 익숙하게 버튼을 찾아내 비밀 문을 열었다. 방 안에는 아직 이레네의 성유물이 그대로 보관되어 있었다. 클레리는 스스럼없이 유리 상자를 열고, 낡아빠진 가시관을 움켜쥐었다. 전설이 사실대로라면 이천여년을 살아온 유물이 그녀의 거친 손아귀 힘을 견뎌낼 리 없는데도 그녀는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거침이 없었다. 아니면 부스러져도 좀 상관 없다는 생각일지도. 알렉도 유물의 비밀을 알고 보니, 유물이 더 이상 성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사악한 광휘를 두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리 줘." 매그너스가 손을 내밀었다. 클레리는 매그너스를 보았다. 매그너스의 표정은 진실했다. 단지 클레리에게서 성물을 잠시 맡아줄 뿐이라는 듯. 그녀가 힐끔 알렉에게 시선을 돌렸다. 알렉이 먼저 달려가서 성물을 낚아채려 할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알렉은 활을 움켜쥐고만 있을 뿐 말이 없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알렉?"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클레리는 알렉에게 물었다. 동정심인가? 알렉이 토해내듯 알려준, 클레리는 몰랐던 성유물에 얽힌 사연을 알아서 갑자기 그가 불쌍해졌나? 아니, 아니다. 클레리는 단지 뉴욕 인스티튜트의 처신에 질렸을 뿐이다. 남을 상처 입히기 위해서 클레리 자신을 이용한 뉴욕 인스티튜트의 태도가 저열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리고 이 성유물의 거취에 더 많은 것을 걸고 있는 게 알렉이기 때문에, 이제는 그것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클레리는 그것을 존중하고 싶어졌을 뿐이었다. 알렉의 사정을 모르고 그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분개했을 때라면 모를까, 이제는 알렉을 알고 그리고 그가 싫지 않기 때문에. 그래, 알렉이 싫지만은 않기 때문에. 러시아 흑빵처럼 뻣뻣하고 딱딱하고 말라비틀어졌고 재미없지만, 그래도 클레리는 알렉이 싫지 않았다. 놀랍게도. "그건-" 알렉이 입을 겨우 열었을 때, 세 사람의 귀에 발소리가 들려왔다. 알렉은 얼른 화살을 메기고, 성물을 유리상자 안에 도로 내팽개친 클레리도 검을 쥐었다. 매그너스는 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어머, 용케도 도망나왔네." 습관처럼 매달린 교태에, 분노를 더해 카밀이 세 사람을 번갈아 노려보았다. 매그너스를 발견한 그녀가 코웃음을 쳤다. "내 제물들이 도망갔던데. 네 짓이지?" "제물 같은 소리하네. 같은 사람이야." 매그너스가 날카롭게 대꾸했다. "닥쳐! 네가 뭘 알아!" 카밀이 언성을 높였다. 클레리는 비웃었다. "모르긴 뭘 몰라! 니가 이기적인 바람으로 남들을 희생시키려고 했다는 건 우리도 다 알아!" "평범한 인간으로 살고 싶다는 게 그렇게 잘못이야?" 카밀이 응수했다. 섀도우헌터 주제에, 다운월더의 삶이 어떤지 알기나 해? 니들은 항상 우릴 코 아래로 내려다보기나 하지. 우리를 기회만 잡으면 죽이려고 하지! 너! 넌 발렌타인의 딸년이잖아! 니 애비가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지 알기는 해? 니 애비가 얼마나 많은 다운월더를 죽였는지 알기나 해? 그리고 섀도우헌터들이 니 애비의 그 같잖은 이상에 얼마나 찬동하고 나섰는지, 섀도우헌터들이 니 애비가 하는 짓이 선을 넘었다고 결정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다운월더가 죽어야 했는지 니가 알기는 해? 발악이었다. 아무리 좋아하지 않는 아비라고 해도 아비는 아비, 클레리는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알렉이 나섰다. "그러는 너는 같은 다운월더를 아무렇지도 않게 제물로 바치려고 했잖아? 결론은 네 이기심 탓이면서 괜히 페어차일드를 물고 늘어지지 마." 알렉이 자신을 감싸줄 줄 몰랐던 클레리가 놀란 눈으로 알렉을 보았다. 알렉은 머쓱하게 클레리의 시선을 외면했다.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이해해, 카밀." 매그너스가 온화하게 말했다. 그가 팔을 벌렸다. "하지만 그게 핑계일 뿐이라는 건 너도 잘 알잖아." 허공에서 쿵, 창살로 된 우리가 떨어져내렸다. 감옥이 카밀을 가뒀다. 카밀이 아아악! 비명을 질렀다. 매그너스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허공에 떠오른 포털이 카밀의 우리를 집어 삼켰다. 클레리는 매그너스에게 물었다. "어디로 보냈어요?" "알리칸테로. 제대로 재판을 받아야지." 매그너스가 가볍게 말했다. 카밀의 죄가 엄중하니, 평생 감옥에서 나오지 못하거나 아니면 사형을 언도받을 수도 있겠지. 그가 씁쓸하게 말했다. "원래는 저런 애가 아니었는데." "아는 사이였어요?" 클레리의 물음에 매그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쟤도, 나도 어렸을 때에. 알렉은 눈을 좁혔다. 뭐지? 그냥 알았던 사이가 아닌 거 같은데. "자, 그건 그렇고, 알렉." 클레리가 알렉을 바라보았다. 이제 성물을 어떻게 하고 싶어요? 알렉은 유리상자 안에 굴러다니는 성물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저 성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성물에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 이상 소름돋아서 저 성물을 더 이상 만지고 싶지도 않았다. 저 성물은 사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위험한 물건이 아닐까? "없애버릴까?" 알렉이 솔직하게 말했다. 클레리는 눈을 크게 떴다가, 깊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불길한 물건이긴 하죠. 사실 클레리도 저 물건이 좀 징그러워서 손 대기 싫었다. 좀 망가져도 괜찮다는 마음에 막 굴렸는데, 이천년 넘게 살아온 유물 주제에 부서지지도 않았다. 그 점이 더 소름끼친다. "차라리 다운월더들이 보관하는 건 어떨까요?" 클레리와 알렉의 시선이 매그너스에게 모였다. 두 섀도우헌터들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고 있던 매그너스가 눈썹을 들어올렸다. "나한테 맡긴다고?" "아니, 저는 좀 만지기 싫어서...." 알렉이 웅얼거렸다. 클레리는 동의한다는 듯 격렬하게 고갯짓을 했다. 유물에 사악한 악의가 넘쳐 흐르는 것 같았다. 저건 차라리 없어지는 게 모두를 위해서 좋은 것 같아. 아니면 누군가 아주 강력한 사람이, 더 이상 빛을 볼 일 없게 엄중히 보관하거나. "내가 맡아줄 수는 있지만 두 사람은 괜찮겠어? 임무가 있잖아?" 클레리와 알렉은 서로를 마주보았다가, 고개를 또 끄덕였다. "성유물이 매그너스한테 있다는 것만 안 알려지면 돼요. 알리칸테에는 싸우던 중에 부서졌다고 보고할게요." "오, 거짓말을?" "선의의 거짓말이에요." 알렉이 힘주어 말했다. 이건 공익을 위한 거니까. 착한 거짓말은 괜찮아요. 매그너스는 환하게 웃었다. "두 사람의 의사가 그렇다면, 어렵지 않지." 아니, 굳이 말하자면, 바라던 바지. 알리칸테의 손에 들어가느니 매그너스 자신이 보관하는 편이 그로서도 마음이 놓인다. 다운월더들도 안심할 수 있을 테지. 매그너스는 손가락을 튕겨, 성유물을 그의 금고에 집어넣었다. 아주 깊숙한 곳, 열어볼 일이 없을 만한 곳, 심해 깊은 곳에 있는 금고에. "자아, 그렇다면 임무 완수!" 클레리가 경쾌하게 말했다. 성유물은 폐기했고, 카밀은 감옥에 보냈고, 납치당한 다운월더들도 (이쪽은 부수적인 성과지만) 무사히 구출했다. 이만하면 성유물을 못 찾아왔다는 잔소리는 좀 들어도 알리칸테에서 그들에게 별 말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모스크바 인스티튜트도 성유물을 확보하길 바랐겠지만, 적어도 뉴욕 인스티튜트가 성유물을 차지한 것보다는 아예 못 찾아왔다는 쪽에 더 만족하겠지. 뉴욕 인스티튜트도 비슷한 입장일 것이고. "돌아가겠네요, 알렉?" 클레리가 알렉에게 물었다. 왜인지 울상으로 서 있던 알렉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요." 응? 매그너스와 알렉이 클레리를 보았다. "벨코트가 우리한테 카지노하는 법을 가르쳐준댔는데, 일이 이렇게 됐잖아요. 근데 전 몬테카를로까지 기껏 와봤으면 카지노는 좀 해봐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말인데요-" 두 사람, 저랑 좀 어울려주지 않을래요? 클레리가 눈을 찡긋했다. 알렉이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뭐,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페어차일드." 나도 카지노는 한 번도 안 해봤어. 의기양양하게, 마치 제가 클레리에게 선심써준다는 양 알렉이 그랬다. 클레리는 속으로 슬며시 읏었다. "매그너스는요?" "오, 그럼 비스킷. 내가 가르쳐줄게." 매그너스도 기다렸다는 듯, 부드럽게, 그러나 기쁜듯이 말했다. "좋아요! 그럼 며칠 더 놀다 가기로 결정!" 클레리가 선언했다. 말렉 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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