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곡 논란으로 개봉 이후 거센 후폭풍에 휩싸인 영화 '암살자(들)'이 국내 극장가에서는 좀처럼 식지 않는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개봉 15일 만에 누적 관객 250만 명을 넘어선 데 이어 해외 주요 영화제의 잇단 초청과 호평까지 이어지면서 작품을 둘러싼 평가가 국내외에서 엇갈리는 양상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주연 배우 유해진 역시 부일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작품과 별개로 배우로서의 성취를 이어갔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8일 오전 기준 누적 관객 25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9월 23일 개봉한 이후 15일 만에 거둔 성과다. 앞서 개봉 이후 꾸준히 예매율 상위권을 지켜온 데 이어 실제 관객 동원에서도 힘을 발휘하면서, 논란이 흥행에 직접적인 제동을 걸지는 못한 모습이다. 국내에서 작품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거세질수록 오히려 영화 자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례적인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극장가에서의 성적만큼 눈에 띄는 것은 해외 영화제에서의 반응이다. '암살자(들)'은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데 이어 국제 관객상 러너 업에 선정됐다. 해당 부문은 영화제 관객들의 투표를 바탕으로 결정되는 만큼 현지 관객들의 직접적인 호응이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토론토에서의 반응 이후 해외 영화제 초청도 이어지고 있다. 제28회 리우데자네이루국제영화제, 제37회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제21회 파리한국영화제, 제46회 하와이국제영화제 등이 작품을 초청했다. 리우데자네이루국제영화제에서는 월드 파노라마 섹션에 이름을 올렸으며, 싱가포르국제영화제와 파리한국영화제에서는 개막작으로 관객을 만난다. 특히 싱가포르국제영화제의 선택은 현재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측은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의를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예정대로 개막작으로 상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화제는 작품을 제작진의 창작적 비전에 따라 독립적인 프로그래밍 과정을 통해 선정했으며, 역사적 사건에 허구적 인물과 상황을 결합한 창작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국내에서 제기된 역사적 해석을 둘러싼 논쟁과 해외 영화제의 작품 평가가 반드시 같은 기준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로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측은 작품을 특정한 역사적 결론이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영화로 규정하기보다 동시대 아시아 영화의 한 작품으로 바라보겠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 논란이 커진 상황에서도 영화제의 독립적인 프로그래밍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하와이국제영화제 역시 '암살자(들)'을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했다. 해외 영화제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한 부분은 역사적 소재 자체만이 아니라 이를 미스터리와 추적극의 장르적 문법으로 풀어낸 방식, 허진호 감독의 연출, 유해진·박해일·이민호로 이어지는 배우들의 앙상블 등이다.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도 현지 매체와 관객들은 작품의 미스터리와 액션, 배우들의 연기와 전개에 관심을 보였다. 국내 상황은 사뭇 다르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영부인 저격 사건을 모티브로 역사적 사건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다. 제작진이 창작물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일부에서는 실제 역사에 대한 해석과 묘사를 놓고 문제를 제기했고 논쟁은 영화 밖으로까지 번졌다. 개봉 이후 부산국제영화제 관련 일정과 일부 홍보 행사가 취소되는 등 제작진과 배우들의 활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논란이 배우 개인을 향한 항의로 확산되면서 상황은 더욱 민감해졌다. 유해진의 자택 인근에서 규탄 집회가 열리고 온라인에서도 협박성 발언이 이어지자 경찰은 소속사의 요청을 받아 신변보호 조치에 들어갔다. 유해진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112 시스템에 등록하는 동시에 자택 주변 순찰을 강화했다. 경찰은 실제 범죄 피해가 발생한 경우뿐 아니라 위해 우려가 있는 경우에도 안전조치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유해진은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예정된 부산 일정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배우 개인의 작품 활동과 영화에 대한 사회적 논쟁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유해진은 7일 열린 제35회 부일영화상에서 '왕과 사는 남자'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시상식에는 불참해 제작사 관계자가 대리 수상했다. 이는 '암살자(들)'의 논란과 별개로 배우의 연기 성취에 대해 내려진 평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결국 '암살자(들)'은 현재 하나의 영화가 국내외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소비되는 특이한 국면에 놓여 있다. 국내에서는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해석의 경계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고, 그 과정에서 출연 배우의 안전 문제까지 불거졌다. 반면 해외 영화제에서는 장르적 완성도와 연출, 배우들의 연기, 동시대적 주제의식 등을 중심으로 작품을 바라보며 주요 프로그램에 초청하고 있다. 영화 속 철구와 재환, 영일은 각자의 위치에서 사건의 진실을 좇는다. 동료를 위해 수사에 뛰어드는 인물과 오랜 경험으로 단서를 추적하는 인물, 그리고 주저 없이 취재 현장에 뛰어드는 인물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하나의 사건을 파고드는 구조다. 유해진·박해일·이민호는 각기 다른 결을 지닌 인물을 연기하며 긴박한 추적극의 밀도를 끌어올린다.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가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는 작품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으로 남아 있다. 동시에 창작물에 대한 평가는 역사적 해석의 문제와 장르적 완성도를 나눠 살펴볼 필요도 있다. '암살자(들)'이 국내에서 250만 관객을 넘어선 데 이어 해외 영화제에서도 잇달아 관객과 만나는 만큼, 작품을 둘러싼 논쟁 역시 당분간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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