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경향 김세훈 기자] 김민재, 황인범, 황희찬. 1996년생 대표팀 핵심 3명에게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여기까지 대표팀을 흔들어 놓았다면 이제는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 애매한 말로 변죽만 울리고 주변 사람의 전언을 통해 뜻을 흘린 뒤 정작 취재진 앞에서는 회피하거나 동문서답하는 방식은 책임 있는 고참 선수들의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 지난 일주일 동안 세 선수 주변에서 벌어진 일은 상식을 넘었다. 황인범의 발언은 심각했다. 그는 “대표팀 9년 차인데 변화돼야 하는 것들이 잘 안 되고 있다”며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다”고 했다. 도움을 줄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는 “일단 도움을 주실 분이 안 계신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장이 없고 모레노 감독도 ‘임시 감독’이라는 점까지 직접 거론했다. 지난 6일 우즈베키스탄전 뒤에는 김민재와 황인범, 황희찬이 일부 동료에게 국가대표 생활을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유는 “바뀌는 게 없어서”였다는 관계자 전언까지 등장했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농반진반인지 몰라도 은퇴를 운운한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세 선수는 경기 뒤 따로 사진을 찍었고, 현영민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과 자정을 넘길 때까지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리더십 변화’가 정확히 무엇인가. 손흥민이 주장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뜻이라면 그렇게 말하면 된다. 9년간 이어진 주장 체제가 너무 길었고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그것 역시 공개적으로 주장할 수 있다. 손흥민을 겨냥한 것인지, 대한축구협회를 겨냥한 것인지, 감독 체제를 문제 삼는 것인지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주장 교체를 원하는 것인지, 선수단 의사 결정 방식을 바꾸자는 것인지조차 불분명하다. 정식 감독 체제를 요구하는 것이라면 그것도 정확히 밝혀야 한다. 황인범은 모레노가 ‘임시 감독’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기댈 곳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1월 A매치까지 지켜본 뒤 모레노의 정식 감독 승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세 선수가 원하는 것은 모레노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인가. 정식 감독을 빨리 결정해 대표팀의 지휘 체계를 세워달라는 것인가. 모레노가 아니라 다른 감독을 원하는 것인가. 이 역시 지금까지 나온 발언만으로는 알 수 없다. 대표팀 은퇴 문제는 더 이해하기 어렵다. 황인범은 경기장을 떠나면서 “은퇴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요, 아니요”라고 부인했다. 황희찬도 출국장에서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그러면 무엇인가. 은퇴할 생각이 없다면 은퇴 이야기는 왜 동료들에게 나왔는가. 동료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말인가.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져 한 말이라면 그렇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면 된다. 대표팀을 그만둘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면 그 문제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그만두든 말든 하면 된다. 국가대표 은퇴는 협상용 문구, 여론 떠보기식 미끼처럼 던졌다 거둬들일 말이 아니다. 김민재와 황인범, 황희찬은 모두 서른이다. 대표팀에서는 손흥민과 이재성 다음 세대를 이끌어야 할 고참들이다. 후배 선수들은 이들의 행동과 말을 지켜본다. 그런 선수들이 “바뀌는 게 없다”, “도와줄 사람이 없다”, “리더십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정작 무엇을 바꾸자는 것인지는 밝히지 않는다면 대표팀 혼란만 커진다. 지금처럼 경기 뒤 축구화를 던지고, 울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하고, 일부 동료에게 은퇴 이야기를 했다가 다시 부인하고, ‘리더십 변화’라는 말만 떠도는 상황은 최악이다. 당사자들이 정확하게 말하면 오해도 곡해도 없다. 정확하게 말할 게 없거나, 말할 자신이 없다면 발언을 삼가고 바닥까지 떨어진 경기력이나 끌어올려라. 개인과 팀 경기력 모두 좋지 않은 데다, 경기 도중 또는 경기 후 비상식적인 행동과 애매모호한 말을 하는 것은 비겁하고 볼썽사납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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