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증 박살ㅈㅇ 날조ㅈㅇ 레픈이 차알못이라 애초에 공식이 고증 실패라는 변명중 전편: # ----- 드라이버가 안개에 익숙해진 지도 2년이 지났다. 루틴이 정해져 있는 업무는 그와 잘 맞았다. 일과가 일정해도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양했다. 등대의 모든 내장은 수리를 끊임없이 요구했다. 사람보다 기계가 편안한 그에겐 이보다 좋은 업무가 없었다. 발전기에서 늘 풍기는 익숙한 디젤 냄새도 업무의 만족스러운 점 중 하나였다. 이 얘기를 듣자 섀넌은 별 특이한 사람 다 보겠다는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이 고약한 냄새가 좋다고?" 하기사 드라이버를 이런 거로 별종 취급하는 것도 이젠 지겨웠다. 섀넌은 '그럼 그렇지'라는 눈빛을 보내곤 식사를 마친 접시를 싱크대로 옮겼다. 드라이버는 막 등대의 발전기가 염해로 손상된 부분이 있는지 점검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참이었다. 섀넌이 차린 메뉴는 미니오븐에 바싹 구운 빵과 베이컨이 듬성듬성 들어간 콘스프였다. 섀넌에겐 아침, 드라이버에겐 저녁이었다. "이번 휴가 땐 뭐 할건가?" 답이 정해진 질문이었다. "드라이브요." 섀넌은 어련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드라이버 역시 그 시선을 올곧게 받아냈다. 섀넌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출근 준비를 마쳤다. "젊은이답게 살게. 그렇다고 여자 만나서 사고치진 말고!" 등대지기의 일정은 20일 근무, 10일 휴가로 이뤄졌다. 세 명이 한 팀이 되어 2교대로 근무하는 방식이었다. 드라이버는 애가 생겨 결혼을 하겠다며 급히 지상직 신청을 한 전임자의 자리를 매꾼 자였다. 20대 후반인 그를 제외하고 나머지 둘은 40대와 50대라 드라이버와 나이 차이가 꽤 났다. 특히 섀넌은 정년을 앞둔 나이어서 그런지 그를 종종 애를 대하듯 말했다. 썩 유쾌한 취급은 아니었으나 드라이버도 다른 근무자에게 섀넌의 나이를 듣고선 그러려니 했다. "열흘 후에 봬요." "그래. 다음 번엔 또 무슨 고철을 들고 오나 기대하고 있겠어." 섀넌은 문을 등지고 손을 흔들었다. 드라이버도 내일의 휴가를 위해 단출하게 짐을 쌌다. 육지로 향하며 드라이버는 개조중인 제 임팔라를 떠올렸다. 차에 FWD(전륜구동) LS4엔진을 얹으려면 먼저 손봐야 할 것들이 있었다. 변속기를 교체하는 미션스왑은 끝냈고 연료펌프와 인젝터같은 부속품도 손을 봤다. 다음 스텝은 엔진을 얹고나서 고출력 전륜구동의 고질적 문제인 토크스티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계획을 검토하는 동안 배는 어느새 육지에 도착했다. 하선한 드라이버는 장기 주차장에 댔던 차에 올라탔다. 출퇴근 목적으로 대충 굴리려고 산 차였다. 그는 배터리 상태와 기본 사항만 점검하고 엔진에 시동을 켰다. 주말인데다 날씨가 맑아서 그런지 해변가는 평소보다 생기가 넘쳤다. 그는 차 상태도 확인할 겸 주변을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창문을 열고 해안가를 따라 등대 주변에선 느끼기 힘든 미풍의 온기를 마음껏 누렸다. 여러 번 거쳤던 경로를 지나 다시 선착장 근처로 돌아오자 비슷한 풍경에 낯선 게 생겨있었다. "우리 이러지 말자! 아까까진 좋았잖아." 갓길에 비뚤게 세워진 차를 두고 한 남자가 씨름하고 있었다. 딱 보아도 차에 문제가 생긴 사람이었으나 해야 할 일이 많은 드라이버로선 선행을 베풀 여유가 없었다. 서행하며 그를 지나치려는 순간 보닛에 가려졌던 사내의 모습이 나타났다. 남자는 울먹임이 가득한 눈으로 그를 지나가는 차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저기요!" 애처롭기까지 한 목소리에 이끌려 드라이버는 시선을 흘끗 돌렸다. 어수룩해보이는 남자가 저를 향해 손바닥을 싹싹 비볐다. "잠시만요! 제발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귀찮아서 요청을 무시하자니 부드러운 금발머리와 물기어린 푸른 눈망울에서 누군가가 겹쳐보였다. 입에 물은 이쑤시개를 잘근거린 드라이버는 결국 그의 앞에 차를 댔다. "감사합니다!" 남자는 얼마나 헤집어댄건지 뒷머리가 하늘로 솟은 머리를 하고선 차로 뛰어왔다. 그는 뛰는 폼마저도 엉성하기 그지없었다. 안경을 턱에 걸쳐 움직일 때마다 덜렁이는 모습도 불안해보였다. 사이드 미러로 그 꼴을 전부 지켜본 드라이버는 속으로 한숨을 쉬고 차에서 내렸다. "헥. 가, 감사합니다! 헤엑, 아니. 다들 바쁘신 가봐요. 차도, 허억, 별로 없는데, 다들 지나치셔서." 겨우 10야드 되는 거리를 뛰어오면서 그는 숨을 몰아쉬었다. 남자는 손으로 이마를 닦았다. 손에 묻어있던 기름때가 앞머리와 이마에 묻는다는 당연한 사실도 잊은 모양이었다. "차가 멈췄는데 제가 기계치라 그런지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혹시 한 번만 봐주실 수 있나요?" 진작 보험사를 안 부르고 왜 고생하고 있냐는듯한 드라이버의 눈빛을 마주친 그는 황급히 변명했다. "견인할 거예요! 근데 보험료가, 음... 최대한 혼자서 해결해보고 싶어서요." 그는 드라이버보다 나이가 최소 열살은 많아보였다. 드라이버는 그의 형편을 짐작하고는 열린 차체로 다가갔다. 그의 차는 예상대로 연식이 들은 고물 디젤차였다. 상태를 보니 정비를 언제 마지막으로 맡겼냐고 질문하는 행위가 낭비였다. 차를 이렇게 형편없이 다룰 거라면 자동차는 왜 타고 다니나 싶었다. "배터리는 봤는데 문제 없었어요. 연료도 충분하고요. 냉각수 문제도 아니고..." 그게 이 남자가 자동차에 대해 아는 전부처럼 들렸다. 드라이버는 보닛 내부의 연료펌프를 확인했다. 오래된 디젤차라 이를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것이 그나마 남자에게 행운이라면 행운이었다. "연료펌프나 필터 문제인 것 같은데요. 필터 교체는 언제 하셨죠?" "피, 필터 교체요? 글쎄요..." 남자는 한 치의 예상도 빗겨가지 않았다. 드라이버는 열기를 내뿜는 차를 향해 턱짓했다. "시동 좀 켜봐도 될까요." "네 그럼요!" 차키를 돌리니 엔진이 돌아가는 소리는 났다. 하지만 키를 몇 번 더 돌려봐도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시동이 갑자기 꺼졌나요? 아니면 며칠 전부터 전조가 있었다든가." "고백하자면... 차를 자주 안 타요. 그래서 잘 모르겠긴 한데, 갑자기 같기도?" 드라이버는 당신이 차를 자주 안 탄다는 건 고백할 필요도 없이 자명하다는 말을 삼켰다. 연료 필터나 펌프, 둘 중 뭐가 됐든 여기선 해결이 불가능했다. "저, 혹시 큰 문제일까요?" "펌프 문제일 가능성이 높아요. 정비소에서 부품 교체하서야 합니다." 충분히 선의를 베풀은 드라이버는 다시 제 차로 돌아갔다. 남자는 멀어지는 드라이버의 등 뒤를 향해 감사 인사를 외쳤다. 그는 고개만 끄덕였다. 남자는 울상을 지으며 차체를 쓰다듬었다. "디... 미안해." 디 라는 호칭에 드라이버가 멈칫했다. "널 너무 몰라줬다. 고생 많았어." 그는 몸을 돌려 남자에게로 성큼 걸어왔다. "타세요." "네?" "타시라고요. 주변에 아는 정비소가 있으니까 거기까지만 데려다 드릴게요." 남성은 반색을 했다. 그는 짐만 챙겨오겠다며 허둥지둥 본인의 차로 달려갔다. 돌아오는 그의 팔에는 샛노란 레인코트가 걸려있었다. ----- "정말 감사합니다. 제 생명의 은인이세요." 남자는 드라이버가 정비소에 견인을 부탁하는 전화를 끝낸 직후부터 현재 안전벨트를 매기까지 내내 감사하다고 말했다. 더 듣다간 귀에 딱지가 얹을 것 같았다. "조용히 가시죠." "네, 넵." 그는 양 손으로 벨트를 어색하게 움켜쥐었다. 드디어 차의 내부가 고요해졌다. 평화를 되찾았나 했더니 조수석에서 흘끔거리는 시선이 느껴졌다. 결국 그는 일시적 평화 협정을 깨뜨렸다. "저, 선생님(Sir)?" 기막힌 호칭에 드라이버의 미간이 구겨졌다. "드라이버." "네?" 이번에는 두 번 답해주지 않았다. 남성은 머리를 긁적이더니 혼자 뭔가를 알았다는 듯 납득했다. "저는 그레이스예요." 미국 남성에게 쓰이기엔 매우 드문 이름이었다. 그레이스가 머뭇거렸다. "그, 드라이버 는..." 뒤에 이어질 뻔한 질문이 지겨워 라디오 볼륨을 키우려는 때였다. "공구...에서 따오신 건가요? 스크류 드라이버?" 뻗어진 그의 손이 멈췄다. 이런 황당한 추측은 처음이었다. "헉, 이름이 드라이버시군요. 기계를 잘 아시길래 혹시나 해서..." 그레이스는 앓는 소리를 내더니 머리를 가볍게 쥐어박았다. 그의 머리에 새싹이 하나 더 돋아났다. "죄송해요. 저도 그레이스라고 하면 남들이 이름으로 오해하는 걸 내키지 않아하면서도 실례를 저질렀어요." "..." "...제 본명이 라일랜드 그레이스거든요." 드라이버는 굳이 그의 착각을 정정하지 않았다. 그는 정비소까지 가는 내내 쉴 새 없이 떠들었다. 그레이스의 발화는 어색함을 견디지 못해서 입을 여는 것에 가까웠다. 드라이버는 정비소에 도착할 때까지 그가 대학생 시절 음주 가능한 나이가 되자마자 동기들의 손에 이끌려 스크류드라이버 네 잔을 내리 마시고 꽐라가 되어 추태를 부리기까지의 과정을 묵묵히 들었다. 정비소에 들어서고 드라이버와 정비사는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을 시작한 후 드라이버가 인근의 정비소를 모조리 들러 골라낸, 정비사의 손기술이 좋고 준수한 부품만 취급하는 곳이었다. 드라이버는 제 임팔라를 세워둔 값을 결제하며 기름때가 묻은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 사이 정비사는 견인차에 끌려온 그레이스의 차를 살피고는 인상을 잔뜩 구겼다. 역시나 그레이스의 차는 다방면으로 문제가 많았다. 연료 펌프는 이에 종지부를 찍었을 뿐이지 자잘한 수리 및 부품 교체비용이 상당했다. 연료 펌프만 교체할 수 있냐는 그레이스의 질문에 정비사는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 "이봐요, 선생. 이 차는 지금껏 굴러간 게 기적이에요. 하느님이 은총을 몇 번이나 주셨단 말입니다. 그 기회를 전부 날려먹고서 아직도 자비가 남아있으리라 믿진 마십쇼. 공도에 멈춰서서 뒷 차랑 추돌 사고가 안 난 것에 감사하세요." 그레이스는 쩔쩔맸다. 차라리 폐차시키고 새로 하나 사라는 말에 그는 펄쩍 뛰었다. "그건 안 돼요! 차를 자주 쓰지도 않는 걸요. 디 랑 정도 들었고..." 또 귀를 간지럽히는 호칭에 드라이버는 정비사를 따로 불렀다. "아저씨, 어떻게 안 될까요. 최소한으로 돈 나가는 방향으로요." "안 돼. 너도 봤으니까 알 거 아니냐? 인건비 다 빼고 무료봉사로 한다면 또 모르겠네. 지금 이거도 네 지인이래서 부품값 좀 빼준거야." 드라이버는 이쑤시개를 슬쩍 반대편으로 굴렸다. 마음을 정한 그는 귀에 이쑤시개를 꽂고 발걸음을 돌렸다. 그레이스는 핸드폰으로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었다. "수리 급하세요?" "전혀요. 진짜 가끔씩만 써서." 할부로 하면 얼마지... 그레이스의 중얼거림과 함께 계산기의 나누기 기호 뒤에 12가 붙었다. 드라이버는 그 숫자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차 사고 이력은요?" "어- 없어요. 자주 안타서 그렇지, 저 20년 무사고 경력이에요. 혹시 그러면 수리비가 좀 싸지나요?" "아뇨." "역시나..." 접촉사고라도 이력이 있으면 아예 접으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드라이버의 기이한 제안을 무를 변명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었다. "앞으로도 차 이런 식으로 다룰 거예요?" "아뇨, 절대요! 절대 아니죠, 피같은 돈 들여서 고치는데. 저 논문도 뒤져가며 배울 수 있어요." 그가 준비한 변명이 끝났다. 드라이버는 고개를 수그리고 뻗친 금발만 보여주는 사내를 바라봤다. 그레이스도 눈 앞의 청년이 가만히 서있자 의아함을 느꼈다. 그레이스는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그에게 질문했다. "왜 그러세요, 드라이버?" 그레이스가 부르는 제 이름에 드라이버의 입가에 아주 미세한 미소가 걸렸다. "부품값만 받고 고쳐주신대요." 일부러 주어는 뺐다. 그레이스는 홱 고개를 들더니 정말요?! 라고 외치며 뛸듯이 기뻐했다. 그의 입꼬리가 슬며시 더 올라갔다. "근데 조건이 있어요. 괜찮으세요?" "당연하죠!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할게요." 드라이버는 그들이 타고 온 드라이버의 출퇴근용 자동차를 가리켰다. "저 차를 돌봐달래요." "도, 돌봐요?" "네. 배터리 방전 안되게 기름 넣어서 주행도 하고, 타이어 점검도 하고, 누유 확인도 하고."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배우겠다면서요." 눈빛이 흔들리던 그레이스는 드라이버의 마지막 말을 듣고 결의에 찬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수리는 얼마나 걸리냐는 그레이스의 질문에 그는 잠시 고민했다. "글쎄요, 천천히 수리한대서. 길면 3개월? 대기 포함해서요." "그러면 실제 수리기간은...?" "부품이 언제 오느냐에 따라 다르죠." "아하. 근데 저거 드라이버 차 아닌가요?" "네." "그런데 왜 정비사분이? 아니지, 그럼 드라이버는 어떡해요? 차가 없잖아요." 해를 가리던 구름이 걷히며 따듯한 오후의 볕이 정비소 안으로 쏟아졌다. 서늘하던 정비소의 내부로 빛이 들어차자 베일에 가린 듯 희미했던 드라이버의 얼굴이 밝혀졌다. 그레이스는 눈을 찡그리며 그의 얼굴을 응시했다. 드라이버는 미성의 목소리만큼이나 앳된 얼굴이었다. 그제서야 그레이스의 눈에 그가 옷을 갈아입은 것이 들어왔다. 그늘에 가려졌던 미소가 환하게 피어났다. "한 달중 20일은 자리를 비워서 괜찮아요." 그레이스는 그 미소를 보자마자 긍정의 답변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한낮의 볕은 몹시 뜨거워서 그레이스의 귀 끝도 달아오르게 했다. 정비가 3개월 걸릴 일이 뭐가 있냐? 바보래요 고슬고슬 자공자수 드라이브 헤일메리 드라이버그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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