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에 혼자 베란다에서 담배 피우다가 생각나서 써봅니다 결혼 15년차고 애는 중학생 고등학생 둘입니다 와이프랑은 회사에서 만났고 3년 연애하고 결혼했어요 연애할때랑 지금이랑 비교해보면 이렇습니다 연애할때 제가 퇴근하면 와이프가 회사 앞에서 기다렸어요 비 오는 날엔 우산 두개 들고요 지금은 제가 퇴근하면 거실에서 와이프가 쳐다도 안보고 손 씻고 밥 먹어 합니다 그게 다예요 연애할때 제 생일엔 손편지에 직접 구운 케이크까지 해줬습니다 지금도 그 편지 서랍에 있어요 작년 제 생일엔 카톡으로 기프티콘 하나 왔습니다 치킨이었는데 그것도 애들이랑 먹었고요 연애할때 제가 회사 힘들다고 하면 밤새 전화로 들어줬어요 지금은 회사 얘기 꺼내면 그건 당신이 알아서 해 나도 힘들어 합니다 연애할때 제가 감기만 걸려도 죽 끓여서 자취방까지 들고 왔어요 작년에 제가 허리 삐끗해서 일주일 누워있을땐 애들 학원 픽업 못한다고 한숨부터 쉬더라구요 약은 제가 기어가서 사왔습니다 연애할때 주말이면 어디 가고 싶냐고 먼저 물어봤어요 지금 주말엔 와이프는 친구들이랑 등산 가고 저는 애들 밥 챙깁니다 어디 가냐고 물어보면 말해도 모르잖아 합니다 연애할때 저를 오빠라고 불렀어요 지금은 야 아니면 애들아빠입니다 처가 식구들 앞에선 김서방이고요 어제 큰애가 학교 숙제라고 엄마아빠 연애할때 사진 찾길래 같이 앨범 꺼내봤는데요 사진 속 와이프가 저를 보는 눈이 지금이랑 너무 달라서 좀 멍해지더라구요 와이프도 옆에서 보더니 그땐 오빠가 말랐었네 하고 웃고 들어갔어요 그게 다였습니다 물론 저도 변했겠죠 배도 나오고 말수도 줄고 와이프 입장에서 쓰면 또 다른 얘기가 나올거라는것도 압니다 애 둘 키우면서 맞벌이까지 했으니 지칠만도 하고요 근데 그냥 가끔 서럽습니다 돈 벌어오는 기계까진 아니어도 집에 있는 가구 하나쯤 된 기분이요 장례식장 가서 친구 아버님 영정사진 보는데 그 집 어머님이 관 붙잡고 우시는거 보면서 나중에 나 가면 우리 와이프는 저렇게 울어줄까 그 생각까지 했습니다 와이프한테 이런 얘기 하면 또 유난이라고 할게 뻔해서 여기다 씁니다 친구들한테 하면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할거고요 담배 한대만 더 피우고 조용히 들어가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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