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편에 보이는 곳은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루키슈케스 광장'입니다. 과거 소련 지배 시절 레닌 동상이 세워져 있던 곳으로 오늘날에는 리투아니아의 독립과 자유, 민주주의의 의미를 되새기는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역사적으로도 참 의미 있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황희두입니다.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국제 허위정보 대응 컨퍼런스 Disinfo2026의 공식 일정이 모두 끝났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세계 각국의 정부기관 관계자, 정보전/인지전 연구자, 탐사보도 기자, 시민사회 전문가들이 모였습니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 핀란드, 폴란드 등 각국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경험과 연구 결과를 공유했는데요.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허위정보를 바라보는 문제의식' 그 자체였습니다. 이곳에서는 단순히 가짜뉴스를 찾아내고 팩트체크하는 수준을 넘어선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러시아가 점성술사와 타로 상담사를 활용해 정치적 메시지를 확산한 사례부터 중국 관영매체의 해외 여론 영향력 확대, AI를 이용한 가짜 뉴스 진행자, 검색엔진과 생성형 AI의 답변을 오염시킬 수 있는 정보 공작까지 상세히 다뤘습니다. 국가 차원의 대응 사례들도 눈에 띄었는데요. - 53개 언어로 자국에 관한 국제 여론을 분석하고, 공식 SNS 댓글에서 새로운 허위 서사의 징후를 찾아내는 국가 사례 - 허위정보에 대한 단순 반박을 넘어 교사와 지방정부 담당자 등 1만 명이 넘는 소통자의 역량을 강화해 온 국가 사례 - 국무부 외교관들 대상 정보공작 대응 교육을 진행했던 전문가의 '실제 사례를 활용한 훈련과 레드팀 교육' 사례 이외에도 국제형사재판소 판사에 대한 제재, 허위정보 대응 단체에 대한 정치적 압박, 러시아의 북극권 영향력 공작, 민주주의 정보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재원 마련 등 굉장히 다양한 문제가 논의됐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을 들으며 계속 떠오른 질문이 있습니다. "과연 한국은 이런 문제에 얼마나 준비돼 있을까?" 이번 컨퍼런스에 한국에서는 저와 지인 두 명, 총 세 명이 민간 차원에서 참석했습니다. 이 사실이 특히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물론 이번 행사 참석 인원만으로 한국의 연구 수준이나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 역량 전체를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 전문가들이 정보전과 AI 프로파간다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국제 협력망을 만들고, 구체적인 제도를 논의하는 자리에 한국의 참여가 이토록 제한적이라는 건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닙니다. 물론 한국에서는 일부 정치인과 평론가들조차 정보전과 AI 프로파간다 문제를 대놓고 '음모론' 취급하는 상황이니 이런 현실이 어느 정도 이해는 갑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한국은 이미 독재부터 시작해 국가 기관의 온라인 여론공작이라는 아픈 역사를 가진 나라입니다. 실제로 해외 전문가들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노무현재단 이사로서 국정원의 온라인 여론공작, 일베의 확산, 혐오의 놀이화 같은 한국의 사례들을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처음 접하고 놀라워하는 외국인 전문가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는 아쉬웠습니다. 한국은 국제사회에 알리고 공유해야 할 역사적 경험이 많은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앞으로 가장 우려되는 건 바로 '기술의 발전 속도'입니다.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댓글을 작성하고 게시물을 퍼뜨렸다면 이제는 AI가 콘텐츠를 대량 생산하고 가짜 인물을 만들어내며, 검색과 추천 시스템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인지전, 정보전, 심리전은 더 이상 선거철에만 반짝 등장하는 정치적 문제가 아닙니다. 외교, 안보, 경제, 산업, 교육, 언론, 민주주의 전반과 연결된 문제입니다. 어떤 정보가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무엇을 사실이라고 믿으며, 누구를 신뢰하는지가 결국 국가의 의사결정과 미래까지 좌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나라마다 역사와 제도, 문화, 사회적 환경이 다르기에 이번 컨퍼런스에서 배운 내용들을 한국에 그대로 가져오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이미 경험한 문제들을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연구하고 있는지, 무엇을 시행했고 어디에서 실패했는지, 어떤 대응이 효과적이었는지는 적극적으로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저 역시 이번에 많은 과제를 안고 돌아갑니다. 컨퍼런스에서 접한 연구와 실제 사례, 해외 전문가들과 나눈 이야기들을 하나씩 정리해 한국 사회에 알리겠습니다. 동시에 현재 설립을 준비 중인 사단법인 '사이버크래프트'를 통해 한국의 온라인 여론공작 역사와 정보환경 문제도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해외 전문가들과 협력할 수 있는 접점을 넓혀가겠습니다. 한국에서도 더 많은 연구자와 언론인, 시민사회, 정부 관계자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함께 논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무사히 귀국해 하나씩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럼 일요일 오후 3시 라이브에서 뵙겠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관련 글> 리투아니아 도착.jpg # 리투아니아 개막식 후기.jpg # 리투아니아 빌뉴스 근황.jpg #
📰
이슈
-
·
-
·
0
|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회원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