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보다 조금 늦어진 배달 새벽 한 시. 배달 기사 도윤이 오래된 곰탕집에서 음식을 받는다. 사장은 봉투를 두 겹으로 묶으며 국물 새지 않게 해달라고 한다. 픽업 완료를 누른다. 지도가 멀어진다. 동네가 사라지고, 서울이 사라지고, 한반도가 화면 구석으로 밀려난다. 목적지는 아프리카 서쪽 바다. 도윤은 고객센터에 전화한다. 상담원은 앱을 다시 켜보라고 한다. 다시 켜도 똑같다. 상담원이 상급 부서에 문의하겠다며 전화를 끊는다. 가게로 돌아간다. “사장님, 이거 배달지가 아프리카인데요.” 사장이 돋보기를 쓰고 화면을 본다. “그러네.” “주소 따로 받은 거 없어요?” “우린 주문서에 나온 대로만 하지.” 주문자에게는 전화가 연결되지 않는다. 도윤은 오토바이에 걸터앉아 식어가는 봉투를 본다. 취소하고 밥이나 먹으려는데 전화가 온다. 발신번호 표시제한. “아직 음식 가지고 계십니까?” 차분한 여자 목소리다. “위치 오류 아닙니다. 고객은 거기 계십니다.” “그럼 국제택배를 부르셔야죠.” “고객께서 처음 음식을 받은 분이 직접 와주셨으면 합니다.” 도윤이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여자가 말을 잇는다. “지금부터 드는 비용은 전부 저희가 부담합니다. 전달하시면 보수는 별도로 오억 원입니다.” 도윤은 웃는다. “입금부터 하시든가요.” 휴대폰 위에 은행 알림이 뜬다. 20,000,000원 입금. 도윤이 헬멧을 다시 쓴다. 갈 곳도 정하지 않았는데. - 이상하게 준비가 잘된 의뢰 발신자는 자신을 고객의 대리인이라고만 소개한다. 실제 계약서와 선금, 항공편, 현지 안내인까지 준비된다. 계약 상대는 도윤도 이름을 들어본 해운 재벌의 개인 자산관리회사다. 기본 보수는 이미 지급됐고, 도중에 그만둬도 돌려줄 필요가 없다. 경비와 사고 보상, 귀국편도 보장된다. 지원 담당자가 곰탕을 운송용 냉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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