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 이후 국짐은 당의 존립마저 위협받았다. 그랬던 국짐이 극우와 절연하고 헌정 질서 파괴에 대한 책임을 정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된게 엊그제 같은데, 채 2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국짐이 보여주는 모습은 쇄신보다 공세에 가깝다. 영화 《암살자(들)》을 지렛대 삼아 역사 왜곡 논란으로 규정한 뒤 보수 결집을 시도하고, 북한 지뢰와 포로 송환, 의료 지원 문제를 엮어 ‘정부의 북한 눈치 보기’로 묶으며 북풍을 소환한다. 국정감사에서는 억까에 가까운 조리돌림으로 정부의 실책을 부각하고,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논란에서는 사법부 독립을 앞세워 사법부 편먹기 까지 시도하고 있다. 물론 각 사안마다 따져 물어야 할 쟁점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국짐은 개별 현안의 문제를 제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정부의 무능과 정당성에 대한 의심으로 확산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정작 비상계엄의 책임을 어떻게 정리하고 극우 세력과의 관계를 어떻게 끊어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뒷전으로 밀어둔 채, 정권을 공격하는 데만 혈안이 된 모습이다. 박근혜 탄핵 이후 결집해 세력을 키워온 극우 정치가 다시 공세의 발판을 마련하는 악의 저력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그런데 지금 이토록 절박한 순간에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민주당 대표의 총구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이 대통령은 개혁을 내세워 내부를 공격하는 세력을 비판하며 ‘능력도 안 되면서 큰 자리를 요구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당 내부 제어를 강조했다. 인사와 정책을 사적으로 좌우하려는 행태가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정당한 비판과 사적 욕심을 구분하지 않은 채 내부의 이견부터 제어하려 든다면, 그것은 내부 단결이 아니라 침묵을 강요하는 ‘입틀막’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국짐이 정부의 모든 현안을 공격의 소재로 삼는 상황에서, 집권세력인 민주당마저 내부 논쟁에 정치적 에너지를 쏟는다면 그로 인해 이득을 보는 쪽은 누구겠는가. 갈수록 정부의 성과보다 여권 내부의 갈등이 부각되고, 민생의 해법보다 내부의 책임 공방만 더 오래 기억될 뿐이다. 결국 야당은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고도 여당이 스스로 열어준 정치적 공간에 무혈입성하는 꼴이다. 지금 대통령과 당대표가 집중해야 할 것은 자신을 향한 충성 서약을 요구하는 일이 아니라, 국민이 체감할 국정 성과를 만들고 약속한 개혁의 방향을 실현하는 일이다. 내부 비판을 무조건 적으로 돌리기보다 잘못된 인사에는 근거를 들어 책임을 묻고, 정책에 이견이 있다면 토론을 통해 조정하면 된다. 그것이 민주당이 지금까지 지켜온 규칙이며, 지지 세력이 바라는 정치의 방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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