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처가에서 생활비를 받고 있었다는 걸 알았어요

회사 그만둔 지 8개월째예요. 재취업 준비한다고 자격증 공부하고 면접도 몇 번 봤는데 아직 소식이 없어요.
그동안 생활비는 아내 월급이랑 제 퇴직금으로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난주에 아내 핸드폰으로 아이 사진 찾다가 은행 알림이 하나 떴어요. 장모님 이름으로 150만원이 들어와 있더라고요.
처음엔 무슨 일로 보내셨나 했는데 매달 같은 날짜에 들어온 기록이 있었어요. 다섯 달째였습니다. 합치면 750만원이에요.

그날 저녁에 조심스럽게 물어봤어요. 아내는 잠깐 말이 없다가 엄마가 먼저 주신다고 해서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당신 부담될까봐 말 안 했다고요.

화가 나야 하는 건지 고마워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서 그냥 알겠다고만 하고 먼저 방에 들어갔어요.

근데 그 뒤로 이상하게 처가 식구들 얼굴을 못 보겠어요.
장인어른이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한두 번 물으시던 게 이제 다르게 들려요. 처남이 일자리 알아봐 드릴까요 하던 것도요.
다들 알고 계셨겠죠.
처가 단톡방에서 제 얘기가 오갔을 걸 생각하면 손이 차가워져요. 사위가 아직도 집에 있대, 이런 말들이요.

아내는 그게 뭐가 문제냐고, 가족끼리 힘들 때 돕는 거라고 해요. 저도 머리로는 압니다.
그런데 제 퇴직금이 생각보다 오래 버틴다고 혼자 뿌듯해했던 게 다 장모님 돈 덕분이었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창피해요.

어제는 아내한테 그 돈 내가 나중에 다 갚겠다고 했더니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엄마 서운해하신다고 하더라고요.
갚지도 못하게 하니까 더 숨이 막혀요.

아내 말대로 그냥 감사하게 받으면 되는 건데 저는 그게 왜 이렇게 안 될까요. 저희 아버지는 평생 처가에 손 벌리는 걸 제일 창피한 일로 아셨던 분이라 그런가 싶기도 하고요.

아이는 요즘 아빠가 집에 있어서 좋다고 해요. 유치원 끝나면 제가 데리러 가니까요. 그 말 들으면 웃다가도 아이 학원비도 장모님 돈에서 나간 건 아닐까 계산하고 있는 제 자신이 싫어요.

그저께는 아내 몰래 퇴직금 통장 잔액을 다시 확인해봤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남아 있더라고요. 그만큼 장모님 돈이 들어갔다는 뜻이겠죠.

면접 결과 기다리는 동안 휴대폰 알림이 울릴 때마다 철렁해요. 합격 문자일까 싶어서도 있고, 또 은행 알림일까 싶어서도 있어요.

이번 주말에 처가 가기로 했는데 아무렇지 않게 웃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댓글

나중에 칠순이나 기회가 될 때 받으신 돈은 목돈으로 돌려드리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퇴직금이 남아있다면 아내에게 "처가 지원은 감사하나 그만 받으면 안되겠냐"하고 싸우지 말고 잘 얘기해보세요. 아직 경제적으로 버틸 금액이 있고 곧 취직 가능하다면 본인이 심적으로 너무 불편하면서까지 받으실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잘 얘기하세요

와이프분은 괜찮다고는 하지만 취업하고 여유가 되시면 장모님 주신 돈은 감사히 생각하시고 생신때나 아니면 어떤 행사때 그 돈 만큼은 다시 드리는게 좋을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