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모두의 성장' 안되려면 양극화 해소 예산 강화해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사가 2일 이재명 대통령의 시정연설과 함께 시작됐다. 새해 예산안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로 올해보다 12.8% 늘어난 820조9000억원의 사상 최대 규모로 편성됐고, 신설된 미래대응기금이 그중 약 20%를 차지할 만큼 규모가 크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어려운 민생을 살피기 위한 확장재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국회는 낭비되는 예산이 없도록 철저히 심사하는 것은 물론 미래대응기금이 정부 쌈짓돈처럼 쓰일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할 통제장치 마련도 검토하길 바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불평등·양극화가 심화되는 ‘K자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낡은 이분법적 논쟁에서 벗어나 달라진 시대·상황에 맞는 새로운 성장 공식을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특정 지역·계층, 소수 기업에 성장 과실이 집중되는 ‘소수의 성장’이 아니라 ‘모두의 성장’으로 대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대응기금을 청년, 미래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의 4개 축에 집중 투자해 격차 완화와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하지만 당장 미래대응기금이 여야 간 첨예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은 대규모 추가세수를 미래대응기금이란 재정 저수지에 넣기보다는 국채 발행 축소에 활용해 재정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활황기에 보수적인 경제·재정 운용이 맞을 수 있지만, 격화하는 글로벌 첨단전략산업 경쟁이나 반도체 외에 좀체 살아나지 않는 경기 전망 등을 생각하면 무조건 재정건전성을 최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모처럼의 세수 풍년 기회를 우리 사회의 심각한 양극화 해소 모멘텀으로 삼을 수 있다면 의미가 클 것이다. 다만 미래대응기금이 국회 의결 없이 변경할 수 있는 지출한도가 30%에 달하는 등 정부에 과도한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는 만큼 대책을 마련할 필요는 있다. 국회는 미래대응기금의 목적과 사업을 분명하게 정의하고 통제해야 한다.
여야는 새해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정치적 공방에 매몰돼 양극화 해소 같은 중요한 과제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4%에 육박하고 연간 수출이 1조달러를 웃돌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성장의 과실이 고르게 돌아가지 않는 상황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정부가 ‘모두의 성장’을 강조하지만, 실제 예산안 세부 내용을 보면 양극화 해소 의지가 충분하다고 하기도 어렵다. 양극화 완화를 위한 보건·복지·고용 예산 증가율(9.3%)은 총지출 증가율(12.8%)보다 되레 낮다. 더구나 내년은 대기업에 대한 국세 감면액이 중소기업 전체 감면액보다 더 많은 최초의 해가 될 전망이라고 한다. 국회는 ‘모두의 성장’이 가능하도록 격차 해소를 예산안 심사의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