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빈집서 쏟아져 나왔다…"여기 냄새" 감기약 반전
아파트 빈집서 쏟아져 나왔다…"여기 냄새" 감기약 반전
정지연 기자2026. 11. 3. 22:54
한약사·약국 동원된 '감기약 추출' 필로폰...빈 아파트서 논문 보며 4만명분 제조
윤정환 기자2026. 11. 3. 17:14
감기약 1만통 판 한약사
폐아파트서 마약 제조
경찰 확인, 면허 소지자 5명 중 4명 약국 운영·1명 종업원
무자격 약국 실장도 별도 적발…대량 공급·판매 관리 쟁점
약사 2명과 한약사 3명이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5명 가운데 4명은 약국 운영자이며 나머지 1명은 약국 종업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3일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데일리팜에 이번 사건에 연루된 면허 소지자는 약사 2명과 한약사 3명으로, 약사 2명과 한약사 2명은 각각 약국을 운영해 총 4개 약국의 운영자가 포함됐으며 나머지 한약사 1명은 한약사가 운영하는 약국에 고용돼 근무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약사 자격 없이 감기약을 판매한 혐의를 받는 약국 실장은 이들 면허 소지자 5명과는 별개의 무자격 직원이다.
B한약사는 A씨가 필로폰을 제조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총 6회에 걸쳐 감기약 1만610통(총 63만6600정)을 판매해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는다. B한약사는 약국이 아닌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감기약을 건네는 방식으로 거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 판매 기준치인 최대 4일분을 한참 초과한 천문학적 수준이다.
다만 구속영장 청구는 기각돼 구속은 면한 상태다. 이외에도 약사 2명과 약국 실장 1명에 대해서도 약사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이에 실천하는약사회(회장 성소민·이하 실천약)는 3일 즉각 성명을 내고 "한약사 비한약제제 취급을 방치해 온 정부의 직무유기가 부른 예고된 참사"라고 관리 책임을 정조준했다.
실천하는약사회는 "이번 사태는 오랫동안 제기돼 온 의약품 유통관리의 허점과 면허범위 논란을 방치한 데 대한 예고된 참사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 건강이 위협되고 있다"며 "약사법 제2조는 약사와 한약사의 면허범위를 구분하고 있음에도 복지부는 한약사의 비한약제제 일반약 취급을 방치, 법을 집행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약사법이 면허범위를 정하고 있음에도 '구분이 되어 있지 않다'는 핑계로 사실상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는 것.
이들은 "면허범위 외 의약품 취급 문제를 제대로 바로잡지 못한 정부가 장기간 방치해 온 결과가 이런 참사로 이어진 것"이라며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국가가 면허범위 외 행위에 대한 관리·감독을 외면한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국민 피해에 대한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 평택시의 폐아파트에서 감기약 성분을 추출해 필로폰 1.36kg(42억원 상당ㆍ4만명 투약분)을 제조한 일당 13명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마약 제조 사실을 알면서도 감기약 1만여 통을 판매한 한약사와 이에 가담한 약국 관계자 등도 검거됐습니다. 경찰은 식약처에 해당 감기약의 전문의약품 전환을 요청했습니다.
<앵커>
감기약으로 4만 명이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을 만든 일당이 붙잡혔습니다. 이들에게 감기약을 판 한약사도 한통속이었습니다.
정지연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유치권 분쟁으로 비어 있는 한 아파트 단지.
집 안으로 들어가자 곳곳에 방독면과 플라스크가 널려 있고, 방 한쪽에는 약병이 가득 담긴 봉투가 쌓여 있습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감기약입니다.
[경찰 : 여기 냄새나네. 여기네, 여기.]
총책 A 씨 등 5명은 지난해 4월부터 지난 6월까지 아파트에서 필로폰을 대량 제조해 오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황인기/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2계장 : (일당은) CCTV 주차 차단기 등을 이용해 외부인 출입을 감시·관리했습니다.]
경찰이 압수한 필로폰만 시가 42억 원어치인 1.36kg.
4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인데 일반 감기약을 이용해 제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약국에서 직접 구매한 감기약입니다.
코막힘 증상을 덜어주는 '슈도에페드린'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를 추출해 필로폰 제조에 사용한 겁니다.
이들은 감기약으로 필로폰을 제조하기 위해 해외 논문과 과학 실험 영상, 유사 범죄 판결문까지 참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주재료가 되는 감기약은 한약사가 제공해 줬는데, 이 한약사는 필로폰 제조에 쓰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감기약을 무려 1만 여 통, 63만여 정이나 이들에게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은 마약 제조 사범과 한약사를 포함한 일당 13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총책 A 씨 등 4명을 구속해 공소청에 넘겼습니다.
경찰은 또, 해당 성분 감기약이 쉽게 범죄에 이용되지 않도록 식약처에 전문의약품 전환 지정을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감기약 92만정으로 ‘42억원어치’ 필로폰 1.36㎏ 제조한 일당
이다겸 기자2026. 11. 3. 20:12
경기 평택시 포승읍의 한 아파트 단지. 7개 동 곳곳에 건축 폐기물이 쌓였고, 입구엔 유치권 분쟁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이 단지의 한 집에서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 동안 필로폰이 만들어졌다. 원료는 약국에서 파는 감기약이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감기약에서 마약 원료인 슈도에페드린 성분을 뽑아 필로폰 약 1.36kg을 만든 총책 김모 씨(67) 등 제조 일당 5명과 감기약 무단 판매 사범 등 13명을 검거해 4명을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약 4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42억 원어치로, 감기약으로 필로폰을 만든 국내 사건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 ‘감기약 필로폰’ 전과자 영입해 대량 제조
마약 투약 등으로 복역한 김 씨는 출소 후 평택 아파트 관리인으로 일하다 빈 호실 하나를 골라 지난해 4월 필로폰 시험 제조에 나섰다. 유치권 분쟁으로 인적이 드문 데다 폐쇄회로(CC)TV와 주차 차단기가 있어 외부인 출입을 감시하기에 좋았다.
A 씨 등이 감기약을 이용해 필로폰을 제조하던 아파트 내부 .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제공
하지만 처음 데려온 기술자가 만든 건 팔 수 없는 수준이었다. 김 씨는 감기약으로 필로폰을 만들어 본 ‘경력 기술자’ 2명을 새로 끌어들였다. 그중 1명은 김 씨와 함께 수감 생활을 한 사이였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경기 파주시의 한 건물을 빌려 감기약을 10통씩 사다가 슈도에페드린을 추출한 뒤 화학약품과 섞는 등의 방식으로 필로폰 약 9g을 만들었다.
일당은 해외 논문과 과학실험 영상, 과거 필로폰 제조 사건 판결문까지 찾아보며 제조법을 가다듬었다. 제조는 독한 냄새와의 싸움이었다. 창문을 모두 열어둔 채 방독면과 노란 보호복을 입고 작업했다. 가열 기구가 자꾸 고장 나 여러 대를 쟁여뒀다. 완성된 필로폰과 원료인 슈도에페드린은 생김새가 비슷해 비닐봉지에 ‘슈도’라고 적어 구분했다. 아파트 다른 동에는 주민 10여명이 살고 있었지만 범행을 눈치채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제보를 받은 경찰은 잠복 끝에 올 6월 평택 지제역에서 열차를 타려던 김 씨를 붙잡았다. 그의 소지품에선 필로폰이 나왔다. 일당은 수사망을 피해 경기 파주시의 별도 창고로 ‘공장’을 옮기려던 참이었다. 소방관의 도움을 받아 연 창고에선 제조 도구 약 40종 150점과 화학물질 약 20종 1.5t도 나왔다.
● 강제력 없는 판매 제한… 92만 정 풀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가 감기약 성분으로 대량의 필로폰을 제조한 일당 등 관련 사범 13명을 검거해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1층 브리핑실에서 황인기 마약범죄수사2계 계장이 브리핑 중 압수물품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2026.11.03 뉴시스
일당이 확보한 슈도에페드린 성분 감기약은 60정짜리 병 1만5360통(92만1600정)이었다.
슈도에페드린은 코막힘을 줄여 코감기에 흔히 쓰인다. 이 감기약은 일반의약품이라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과 달리 처방 내역이 관리되지 않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인당 최대 나흘분만 팔고 60정 병 포장은 처방을 거쳐 팔도록 권고하지만 강제력은 없다.
일당은 이런 허점을 노리고 서울과 대구 부산 등의 약국을 무작위로 접촉한 뒤 “요양원에 봉사용으로 보낼 비염약이 필요하다”거나 “중국에 수출한다”고 둘러댔다. 일부 약국은 세금 신고를 하지 않은 제품을 대량 공급했다.
그중 한 30대 남성 한약사는 1~6월 6차례에 걸쳐 63만6600정을 팔았다. 그는 자기 아파트 주차장에서 약을 넘기거나 챗GPT에 ‘감기약으로 필로폰 제조가 가능하냐’고 묻기도 했다. 이런 점을 토대로 경찰은 이 한약사가 필로폰 제조에 쓰일 줄 알고도 감기약을 팔았다고 보고 제조 방조 혐의 등으로 송치했다.
필로폰 제조에 필요한 황산과 염산을 팔고도 거래 기록을 남기지 않은 화공약품 판매업자 2명도 함께 붙잡혔다.
경찰은 이 한약사 1명이 판 감기약만으로도 필로폰 17kg을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일부가 유통됐을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다. 또 해당 감기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해달라고 식약처에 요청했다. 황인기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2계장은 “같은 지역에서 대량·반복 구매 사례가 나타나면 식약처에 신고하게 하지만 권고일 뿐”이라며 “구속력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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