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벌 채밀하기 - 상강 절기에 단 한 번 ^^^^^^^
토종벌은 일 년에 딱 한 번 채밀한다.
상강 절기에 채밀하면 묽지도 되지도 않고 적당하다.
10월 23일이 상강인데 이런 저런 일로 바쁘기도 했고
맑은 날에 채밀해야 하는데 시간이 되는 날에는 비가 오거나 잔뜩 흐렸다.
남편이 채밀을 위한 준비작업을 해 놓고 사진 찍으라며 나를 부른다.
봄에 분봉한 벌통이 아니라 지난 겨울을 난 벌통은 위쪽이 많이 비어 있다.
토종벌은 모아 놓은 꿀을 파먹으며 겨울을 견딘다.
반면에 양봉벌은 몸집도 크고 먹성이 좋아서
꿀로는 당해낼 수 없어서 겨울에는 설탕물을 공급해 준다.
토종벌은 겨울 양식을 남겨주지 않으면 몰살한다.
꿀을 모두 채취하고 설탕물을 공급하게 되면 벌들은 질병에 취약해진다.
대신 양봉벌은 소독약도 치고 치료약으로 방제를 할 수 있지만
토종벌은 야생성이 살아 있어서 약을 치면 도거(집을 버리고 도망가는 것)한다.
보통 토종벌은 겨울 양식으로 4칸 정도를 남겨 둔다.
남편은 조금 넉넉하게 5칸을 남겨 주는 편이다.
겨울과 장마철에 파먹은 빈집이 3칸.
꿀이 반만 들어있는 1칸.
겨울 양식으로 남겨두어야 하는 꿀이 들어차 있는 5칸.
결국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벌통은 일 년 동안 정성을 다해 돌봐주어야 한 해에 2~3칸이다.
토종꿀이 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붕을 걷고 뚜껑을 열면 비어 있는 벌집이 나온다.
이 벌통은 겨울을 보낸 벌집이라 빈통이 많다.
장마철에는 일을 하지 못하니 모아놓은 꿀을 파먹는다.
장마가 길어질 경우 빈집은 더 늘어난다.
벌통 3칸 정도를 제거하면 꿀이 반 정도 들어있는 벌집이 나온다.
꿀이 들어있는벌집은 플라스틱 대야에 담고
비어 있는 벌집은 도려내어 페인트통에 담는다.
빈 벌집에도 꿀이 소량 남아있기는 한데 채밀이 되지 않는다.
페인트통에 담긴 빈 벌집을 벌통 옆에 두면
토종벌들과 다른 벌들이 남아 있는 꿀을 일부 수거하기도 한다.
빈 벌집을 모아 밀랍을 만들기도 했는데 너무 힘든 작업이라 요즘은 하지 않는다.
큰 들통에 벌집을 물과 함께 넣어 끓여서 → 식혀서 → 벌집과 찌꺼기를 걷어내고
다시 물을 가득 넣고 끓이고 식혀서 걷어내는 과정을 3~4회 반복해야 순수한 밀랍을 얻을 수 있다.
처음에는 이 난해한 작업 끝에 얻은 밀랍으로 향초를 만들어 이웃과 지인들에게 선물했다.
큰 들통에 물을 끓이는 일이 위험한 작업이라 지금은 밀랍을 추출하지 않는다.
숙성이 잘된 꿀이다.
상강이 닷새 지나서 그런지 꿀이 되직하다.
농도가 너무 진해도 꿀이 잘 내려지지 않는다.
상강 절기는 지켜서 채밀하는 것이 적절한 것 같다.
벌집을 나무주걱으로 잘게 부순다.
망사천에 싸고 아래쪽에 그릇을 받혀놓고 줄로 묶어서 매단다.
먼지가 유입되지 않도록 그릇과 매달은 망사천 뭉치 전체를 비닐봉투로 잘 싸준다.
따뜻한 보일러실에 두면 꿀이 잘 내려진다.
보일러실 문을 열면 꿀 향기가 가득해서 어질어질할 정도.
아침에 일어나 2층 발코니에서 내려다 보니 마당숲에 촉촉하게 이슬이 내렸다.
단풍은 이제 끝물이지만 생강나무와 병꽃은 노란색으로 반짝거리고
블루베리, 감나무, 산옥매가 주홍빛으로 물들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