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모른 채 시작했던 첫사랑
고등학생 시절, 부산에 살던 나와 인천에 살던 그녀는 인터넷 유머 사이트의 댓글을 통해 처음 인연을 맺었다.
처음에는 그저 댓글 몇 개를 주고받는 사이였지만, 어느 순간 서로의 메신저 아이디를 주고받았고, 그렇게 조금씩 가까워졌다.
얼굴도, 목소리도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우리는 사랑을 시작했다.
매일 메신저와 문자로 하루를 나누고, 별것 아닌 이야기에도 웃고, 서로의 일상을 궁금해하며 하루하루를 함께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순수하고 서툴렀지만, 그때의 우리는 누구보다 진심이었다.
그러다 마침내 서로를 직접 만나는 날이 찾아왔다.
화면과 글자로만 그려왔던 사람을 실제로 마주했던 순간. 함께 걷고, 이야기를 나누고, 같은 시간을 보냈던 그날은 지금도 한순간, 한순간 생생히 기억날 만큼 황홀했다. 어쩌면 그토록 오래 상상해 왔던 만남이었기에 더욱 특별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어렸고, 부산과 인천이라는 거리는 생각보다 멀었다. 마음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현실이 있었고, 결국 우리는 이별을 선택했다.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는 끝이 났다.
그리고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나는 결혼을 했고, 각자의 삶 속에서 서로는 더 이상 아무런 소식도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추억을 쌓으며 살아왔는데도 가끔 문득 그 시절의 그녀가 떠오른다.
얼굴도 모른 채 사랑을 시작했던 풋풋함, 매일같이 기다렸던 메시지, 그리고 단 한 번의 만남이 남긴 황홀했던 기억.
다시 돌아가고 싶은 것도, 무언가를 되돌리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저 그때의 내가 참 순수하게 누군가를 사랑했었다는 사실이 가끔 그리울 뿐이고 20년이 지난 지금도 문득 생각나는 걸 보면, 그 짧았던 인연은 내 인생에서 결코 짧은 추억이 아니었나 보다.
"지금은 잘 지내고 있겠지. 어디서 누구와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다시 만날 일은 없겠지만, 가끔은 궁금하다. 나에게 그 시절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듯, 너에게도 그때의 내가 잠시나마 좋은 기억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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