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읽은 책은 어떻게 처리하세요?
혹시 다들 다 읽은 책은 어떻게 하시나요?
저는 집에 다 읽은 책이 꽤 쌓여 있는데요, 다시 읽을 것 같아서 꽂아 둔 책도 있지만, 솔직히 대부분은 다시 펼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정리할 방법을 이것저것 찾아봤습니다.
■ 찾아본 방법들
- 중고서점에 팔기: 받아 주는 책이 생각보다 적고, 가격도 기대보다 낮았습니다. 무겁게 들고 가는 것도 일이고요.
- 중고 앱에 올리기: 사진 찍고, 가격 정하고, 연락 주고받고, 시간 맞추는 게 책 한두 권 값에 비해 번거로웠습니다.
- 기증하기: 좋은 방법인데, 받는 곳마다 조건이 있고 누가 읽게 될지 모른다는 게 조금 아쉬웠습니다.
- 그냥 버리기: 이건 뭔가 아깝기도 하고, 죄책감(?) 같은 것도 들어서 못하겠더라구요.
그러다 든 생각이, 돈을 받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냥 이 책을 읽고 싶어 하는 근처 사람에게 건네주면 제일 좋겠다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있었습니다.
책을 정리하다 보면 "이 책 재밌게 읽은 사람이 동네에 또 있을까?" 싶을 때가 있잖아요. 책장을 보면 그 사람 취향이 보이니까, 기왕이면 책 취향이 비슷한 이웃을 알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책을 건네는 것과 취향이 비슷한 이웃을 알게 되는 것. 이 두 가지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서비스는 찾지 못했습니다.
■ 그래서 직접 만들었습니다
제가 만든 앱 이야기라는 점은 먼저 밝혀 둡니다 😃
저는 사업 기획·디자인 쪽 일을 하고 있고, 코드는 직접 짜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요즘은 AI가 코드를 짜 준다길래 한번 해 보자 싶었습니다.
- 하고 싶은 걸 말로 설명하면 AI(클로드 코드)가 코드를 짜고, 저는 폰에 깔아서 눌러 보며 버튼 크기나 UX 라이팅을 수정하고 싶은 방향으로 말하고 필요하면 레퍼런스 스크린샷을 던져주는 식으로 수정해 나갔습니다.
- 10월 1일에 시작해서 11월 7일에 앱스토어에 올라갔으니 5주쯤 걸렸습니다.
- 비율로 치면 AI가 90%, 나머지 10%는 제가 피그마로 화면을 다듬은 정도입니다.
코드는 AI가 짰지만, 앱 이름이나 책을 누구에게 줄지 정하는 방식 같은 결정과 실제 폰에서 확인하는 일은 결국 제 몫이었습니다. 스마트폰 3대로 쪽지와 알림을 주고받아 보면서 테스트판을 19번 만들었네요 😆
■ 이런 앱입니다
'북도네'라는 동네 책 나눔 앱입니다. 앱 소개 문구가 "책으로 이웃이 되는 곳"인데, 위에 적은 두 가지를 그대로 담았습니다.
1. 다 읽은 책을 건넵니다
- 바코드를 찍으면 책 정보가 채워지고, 실물 표지를 한 장 찍어 올립니다.
- 책마다 한 줄 감상을 남겨서, 왜 좋았는지가 책과 함께 건너갑니다.
- 읽고 싶은 이웃이 쪽지로 요청하면, 선착순이 아니라 주는 사람이 쪽지를 읽고 받을 사람을 고릅니다.
- 전화번호는 주고받지 않고 쪽지로 약속을 잡습니다.
2. 취향이 같은 이웃을 알게 됩니다
- 내가 나눈 책과 한 줄 감상, 좋아하는 분야가 프로필에 쌓입니다. 책장만 봐도 어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보입니다.
- 쪽지는 늘 책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같은 책에 관심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으니, 처음 보는 이웃과도 나눌 이야기가 생깁니다.
- 받을 사람을 고를 때도 첫 쪽지와 그분이 나눈 책·후기를 함께 봅니다.
- 사람을 찾는 앱이 아니라 책이 먼저인 앱이라, 화면도 사람보다 책이 주인공이 되게 만들었습니다.
나눔을 요청할 때는 포인트를 쓰고(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돌려받습니다), 책을 나누면 포인트가 쌓입니다. 모자라면 충전도 됩니다.
(스크린샷 속 이웃과 대화는 시연용 예시입니다.)
제일 오래 고민한 게 "선착순이 아닌 것"이었습니다. 무료로 나누면 보통 제일 먼저 연락 온 분께 드리게 되는데, 기왕이면 그 책을 정말 읽고 싶어 하는 분께 드리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건넨 책 한 권이 취향 비슷한 이웃과의 첫 대화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 여쭤보고 싶은 것
다른 분들은 다 읽은 책을 어떻게 처리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놓친 좋은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책 취향이 비슷한 동네 이웃이 있다면 책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으신지, 동네 이웃에게 책을 건넨다면 어떤 점이 제일 마음에 걸리실지도 궁금합니다. 댓글로 들려주시면 앞으로 만드는 데 참고하겠습니다.
P.S. "당근이랑 뭐가 달라요?" 하실 것 같아 짧게 적어 둡니다.
북도네는 책만 다루고 파는 기능이 없고, 선착순 대신 주는 사람이 받을 분을 고르며, 나눈 책이 프로필에 쌓여 책 취향이 비슷한 이웃을 알게 되는 쪽에 무게를 뒀습니다.
AI로 만든 과정은 개발한당에 따로 자세히 적어 두었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