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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바뀌었는데, 병역의 부담은 왜 여전히 한쪽에 집중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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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병역의 공정성을 논의하려면 과거와 현재의 사회적 조건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부터 봐야 한다. 국가가 청년에게 요구하는 시간의 희생을 평가할 때, 그 청년이 복무를 마치고 돌아갈 사회와 노동시장의 변화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과거 한국 사회는 남성을 생계부양자로, 여성을 출산과 돌봄의 담당자로 보는 성역할이 강했다. 여성은 교육과 취업에서 지금보다 큰 제약을 받았고, 남성에게 경제활동과 사회 진출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더 열려 있었다. 실제로 과거 여성의 고등교육 참여 확대에도 불구하고 채용상의 성차별과 취업 기회의 제약이 지속됐다는 연구가 있다. 남성 중심의 병역의무 역시 이러한 성별 분업이 강했던 사회 속에서 유지돼 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자료 일부 채용시험에는 제대군인을 위한 가산점도 존재했다. 다만 모든 복무자가 혜택을 받은 것은 아니었으며, 해당 제도는 여성과 군복무를 할 수 없는 사람 등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1999년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이 사실은 과거의 보상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시에 그 방식이 폐지된 이후 복무자의 손실을 어떤 제도로 보완할 것인지는 여전히 따져야 할 문제다. 헌법재판소 98헌마363 결정 과거의 남성이 모두 특혜를 누렸거나, 당시의 군복무가 충분히 보상됐다는 뜻은 아니다. 과거 복무자 역시 자신의 시간과 기회를 희생했다. 중요한 것은 당시의 사회적 조건을 오늘날 청년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는 성별과 관계없이 동등한 시민으로서 교육받고 직업을 선택하며 경쟁해야 한다는 원칙이 자리 잡았고, 여성의 교육과 경제활동 참여도 확대됐다. 현실의 성별 격차와 돌봄 부담은 여전히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제와 함께, 병역의무 때문에 특정 청년에게 집중되는 손실도 독립적으로 인정하고 해결해야 한다. 과거 남성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했던 사회구조가 오늘 입대하는 개인에게 동일한 이익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2025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 출산과 가족의 모습도 달라졌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970년 4.53명에서 크게 낮아졌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모든 여성에게 동일한 출산·돌봄 역할을 가정하고 병역 부담을 설명하는 논리도 재검토해야 한다. 출산과 돌봄은 실제로 그 부담을 지는 사람에게 충분히 지원하고, 병역의무의 배분은 현재의 사회적 조건과 군의 필요에 맞춰 설계해야 한다. 국가지표체계 합계출산율 군복무로 인한 손실은 복무기간 동안 벌지 못한 소득에만 머물지 않는다. 학업의 연속성, 인턴과 첫 직장에 지원할 기회, 전문성을 쌓는 경험, 저축을 시작하는 시점이 영향을 받는다. 무엇보다 청년기의 일정 기간 동안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자유가 제한된다. 이를 평가하려면 급여와 지원금뿐 아니라 복무 때문에 미뤄지거나 사라진 선택지도 함께 봐야 한다. AI로 노동시장이 빠르게 바뀌는 지금은 이 문제가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한국은행은 2026년 보고서에서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청년고용이 감소하고, 신규채용 감소와 기존 청년 근로자의 유출이 함께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를 AI만의 영향으로 단정하지 않았으며, 경력직 중심 채용과 기업 내부교육 약화 등 여러 변화가 함께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청년고용 위축, AI탓인가?」 이러한 변화는 청년 전반의 문제다. 여기에 의무복무자는 노동시장 진입이나 경력 준비가 지연되는 부담을 추가로 겪을 수 있다. 예컨대 같은 시기에 진로를 준비하던 사람 중 한 사람은 현장에서 경험을 쌓고, 다른 사람은 복무를 마친 뒤 신입으로 지원하게 된다면, 그사이 기업의 채용 규모와 요구 역량이 달라질 수 있다.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입대 전에 열려 있던 기회가 그대로 남아 있다는 보장은 없다. AI가 복무자의 추가 손실을 정확히 얼마나 키웠는지는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국가가 개인의 시간을 의무적으로 요구한다면, 급변하는 노동시장 속에서 그 지연이 어떤 불이익을 만드는지 조사하고 보완할 책임도 져야 한다. 현재 제공되는 급여와 지원이 이러한 기회비용까지 충분히 반영하는지 검토해야 한다. 따라서 나는 여성을 포함해 성별에 관계없이 병역의무의 대상을 정하고, 실제 군의 인력 수요와 직무 수행 능력에 따라 선발하는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이미 복무했거나 앞으로 복무할 사람의 학업 복귀, 경력 형성, 경제적 손실에 대한 보상도 구체화해야 한다. 동등한 시민으로서 경쟁을 요구하는 사회라면, 국가가 부과한 의무 때문에 생긴 출발 시점의 차이에도 책임 있게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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