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반기 인사 발표가 났어요 이번엔 될 거라고 다들 그랬어요 팀장님도 그랬고 저도 솔직히 기대했어요 결과는 저보다 7년 늦게 들어온 후배가 차장 달았어요 그 후배가 일을 못한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근데 작년 결산 때 밤 열한 시까지 남아서 숫자 맞춘 건 저였어요 그 후배는 그 시간에 본부장님이랑 골프 연습장에 있었고요 본부장님이 골프 좋아하시는 건 회사 사람 다 알아요 주말마다 같이 나가는 멤버가 정해져 있는데 이번에 승진한 사람 셋이 전부 그 멤버예요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깔끔하잖아요 팀장님이 따로 불러서 미안하다고 다음엔 꼭 챙기겠다고 하시는데 그 말을 작년에도 들었어요 저녁 회식에서 다들 축하한다고 건배하는데 승진한 후배가 저한테 와서 선배님 덕분이에요 이러더라고요 그게 진짜 고마운 건지 놀리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화장실 가서 거울 보는데 마흔다섯 먹은 여자가 눈이 벌개져서 서 있더라고요 저 골프 칠 줄 몰라요 애 둘 키우면서 주말에 골프 칠 시간이 어디 있어요 그런데 오늘 아침에 좀 웃긴 일이 있었어요 출근 버스에서 예전 거래처 부장님한테 카톡이 왔어요 회사 하나 새로 차리는데 회계 맡아줄 사람 찾는다고 혹시 생각 있으면 커피 한잔하자고요 답장 아직 못 했어요 열여덟 해 다닌 회사를 나간다는 게 무섭기도 한데 이상하게 가슴이 좀 뛰어요 골프 대신 숫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데가 있다면 한번 가보고 싶기도 하고요 일단 이번 주 금요일에 커피는 마시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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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 발표 보고 회사 생활 18년이 허무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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