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쉬는 날이 아니지만, 병가를 하루 내야 했습니다. 이미 한 달 전에 내 놓은 병가지요. 발에 굳은살이 배기고, 그 위에 물집이 잡혀 터지고 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티눈이 생기고, 그것이 다시 굳은살과 티눈이 되고, 그래서 발을 아프게 하고, 이걸 제거하기 위해 병원에 간 거지요. 덕분에 하루를 더 쉬고 있습니다. 내일 일 갔다가 오면 일요일에 또 쉬니 하루만 일하면 될 겁니다. 대신 내일 일 나가면 제 배달구역은 엉망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필요할 때 병가를 내고 쉴 자유가 있는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게 고마운 일이긴 합니다. 이건 노조가 강해서 가능한 겁니다. 물론 노조가 강하다는 건 해고당하는 것이 당연하다 싶은 직원들을 해고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고 그만큼 생산성에 영향을 끼치기도 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확실히 보장하고, 그 노동자들이 적절한 임금을 받고, 그 임금이 생활비로 쓰이며 경제를 돌린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 당연한 시스템을 부수어버린 것이 레이거노믹스였고, 그리고 나서부터 미국은 지금까지 계속해 내리막을 걸어왔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할 것입니다. 한 사회의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노동자들에게 안정된 수입원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2차산업의 중요성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미국은 자기 스스로 가장 안정되어 있던 2차산업을 없애 버렸습니다. 기업들이 이윤을 좇아 공장을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옮기며 정작 미국은 지금처럼 불안정한 사회가 되어 버린 것이지요. 그리고 세계 제일의 공업국이던 미국은 지금 그냥 거대한 농업국가, 서비스 산업만이 존재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 나라에 남아 있는 공장들이란 것이 농업 생산물 가공 공장이라던가, 혹은 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울트라 하이테크 관련이거나, 뭐 그렇습니다. 아니면 무기 생산 공장이거나.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은 이제 자기가 벌인 전쟁조차 제 손으로 수습하기 힘든 나라가 됐습니다. 미국이 살 길은 아이러니컬하게도 트럼프 1기 때 그렇게 강조했던 리쇼어링(공장을 다시 미국으로 불러들이는) 일 겁니다. 그러나 공장 자체가 엄청나게 사라지면서 그런 노동인력을 길러낼 필요가 없었던 미국은 공장을 돌릴 수 있는 제대로 교육받은 노동자들조차 구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지요. 여기에 지금은 인공지능의 놀라운(혹은 공포스러운)약진으로 인해 그동안 미국인들이 고연봉 직장으로 꼽아왔던 분야들이 모두 AI의 손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래저래 정치의 중요성이란 걸 새삼스레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국민의 관심과 견제가 없는 정치는 필연적으로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그것은 결국 '내 삶을 망가뜨리는 정치'를 만들어 내는 것을 요즘 미국을 보며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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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결국 스스로를 여기까지 망가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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