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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맨밥 로버트 선생님의 죄가 보고싶다

1. "선생님 도와주세요-" 금발의 소년이 머리 위로 손을 들었어. 그와 동시에 낄낄거리는 소리가 교실에 울려퍼졌지. 칠판을 가로지르던 분필이 멈추고 마른 등이 눈에 띄게 움찔거려. 그 모습에 웃음소리가 더 크게 들려와. "선생님 도와달라니까요?." "제이크가 도와달라잖아요 선생님!" 분필을 잡은 오른손이 파들파들 떨려. 로버트의 몸이 잘게 떨리기 시작하자 학생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해. 물론 비웃음을 빼놓지는 않았지. 로버트는 눈을 꼭 감고 숨을 고르내쉬며 마음을 다잡았어. 분필을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몸을 돌려 학생들을 바라보자마자 숨이 턱 막혀와. 저를 향한 수십개의 눈들이 무서워. 로버트는 벌벌 떨리는 목을 겨우 가다듬고 대답했어. "응.. 으응.. 제이크 어떤 도움이 필요," "자지가 너무 아파서 누가 빨아줬으면 좋겠는데요?" 푸하핫- 웃음이 터져나와. 몇몇 학생들은 책상까지 쳐대며 웃었고 또 누군가는 입가에 주먹을 쥐어 흔들어보이기도 했어. 얼굴이 달아올랐어. 로버트는 그게 무슨 말이냐며 제이크에게 화를 냈지만 그 행동은 학생들을 더욱 박장대소하게 만들었지. 로버트는 당장이라도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었어. 이딴 수치를 겪어가며 학생들 앞에 서게 된지도 벌써 세 달이나 지났어. "어? 선생님 울어요?" 짧은 머리의 소년이 고개를 갸웃이며 소리쳐. 로버트는 대답하지 않았지. 이미 전부 망해버린 교사생활, 여기서 더 뭐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로버트는 말없이 다시 뒤를 돌아 분필을 들어 칠판에 수학공식을 하나하나 적어내려가기 시작했어. 그러자 학생들은 재미없다며 우우- 비난했고 가장 먼저 시작한 제이크는 책상 위로 발을 턱 꼬아 올리더니 소리쳤어. "선생님- 울지마요!" 2. 1960년, 미국은 존 F. 케네디와 리처드 닉슨이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있었어. 소련과의 냉전이 한창이었고 라디오를 틀면 소련이 인공위성을 쏘아올렸다니 미국이 핵무기를 개발한다니 아주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떠들어대고 있었지. 또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어. 몇몇 젊은 남자들은 가죽자켓과 청바지를 입고 다녔고 젊은 여자들은 무릎까지 오는 무늬가 있는 스커트와 블라우스를 입고 다녔지. 하지만 로버트는 멋드러지는 가죽자켓과 청바지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야. 옷장에는 셔츠에 넥타이 그리고 면바지가 가득했어. 아직 새해의 열기가 채 지나지 않은 1월이야. 새벽 6시 아직 해가 채 뜨지도 않은 이른 시간 로버트는 침대에 누운채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고 눈을 꼭 감았어. 2시간 후면 다시 지옥이 시작될텐데 그냥 콱 죽어버릴까? 생각도 들었어. 안 돼 안 돼... 절대 안 돼.. 어떻게 미국 최고 명문 사립 남학교 선생님이 됐는데.. 고향에 있는 가족들이 정말 슬퍼할거야. 그리고 가난한 가족들을 위해 매달 생활비를 부쳐줘야하니.. 만약 정말 죽어버린다면 가족들은 어떻게 살아.. 한숨이 푹 내쉬자 뽀얀 입김이 절로 나와. 1월의 뉴욕은 너무나도 추웠어. 심지어 어렵사리 구한 낡아빠진 교사 숙소는 창문틈으로 스며드는 겨울바람까지는 막아주지 못했지. 로버트는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않은 채 의자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진 스웨터를 향해 손을 뻗었어. 겨우 손끝을 간질이는 털실에 절망하려던 찰나 똑똑- 누군가가 노크를 해. 순간적으로 깜짝 놀라 몸이 굳어버렸어. 이렇게나 이른 시각에 누가 찾아온거지? 침대에서 일어나 대충 스웨터를 구겨입고 낡았지만 폭신한 털실내화를 신은 다음 두터운 가운까지 겹쳐 입었어. 어쩔 수 없잖아. 중고로 겨우 구해온 라디에이터는 밤새 덜컹거리긴 하지만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잘 모르겠는걸. 로버트가 꽁꽁 껴입는 사이 한 번 더 노크소리가 들렸어. 분명 앨리스 부인일거야. 어젯밤 전구를 갈아달라는 부탁을 받았으니까.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셨나보다. 로버트는 엉성한 잠금장치를 풀고 문을 열어주었다. 낡은 나무문이 끼이익-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조금 열리자마자 그래도 문이 활짝 열려버렸어. 휘이잉- 차가운강풍이 순식간에 로버트를 덮쳤고 그대로 몸을 부르르 떨며 반사적으로 눈을 꽉 감아버렸지. 그러자 그런 로버트가 웃기기라도 하는지 히죽이는 목소리가 들려와. "선생님 깨어 계셨네요?" 익숙한 목소리에 로버트는 눈을 번쩍 떴어. 제 앞에 있는 남자의 얼굴을 보니 뺀질거리며 웃는 제이크가 서 있었어. 그는 값어치가 나가보이는 탄탄한 코트 안에 교복을 입고 있었지. 목도리도 빼먹지 않았어. 제이크는 아무렇지도 않게 방으로 들어왔어. 로버트는 어떻게 들어왔냐고 누가 보기 전에 당장 나가라고 말했지만 제이크가 들을리는 없었지. "와 진짜 춥네. 여기서 어떻게 살아요? 방도 하나 뿐이고.. 사람 사는 곳이 아닌데?" "제이크 이른 새벽부터 무슨.. 아니, 내 방에는 왜 온거야?" "잠들었다 일어나니 보고싶어져서요."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어. 제이크는 그대로 로버트를 잡아당기더니 고작 몇 센치 앞에서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어. 로버트는 벌써부터 거의 울 지경이었지. 제이크는 잘 보이지도 않는 로버트의 얼굴을 요리조리 관찰하고는 입꼬리를 샐쭉이며 말했어. "안경 없는 것도 나쁘지는 않네요." "곧.. 앨리스 부인이 일어나실거야. 네가 여기에 있는 걸 알면 나는.." "문제가 되나요?" "다, 당연하지.. 학생을 교사 숙소에 데리고 오신 줄 알거야." "내가 설명할게요." "그게 문제가 아니야.." 제이크는 눈을 가늘게 뜨며 로버트를 바라보았어. 추운지 코와 볼이 빨개. 제이크도 꽤 추웠어. 그의 볼과 귀 끝도 빨갛게 변해있었어. 두터운 고급 울코트에 목도리까지 칭칭 감아도 추운데 로버트의 값싼 옷들로는 아마 겨울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을거야. 딱히 제이크가 알 바는 아니었지. 말을 할 때마다 입김이 절로 나와. 라디에이터는 작동을 하는건지 마는건지. 제이크는 붙잡고 있던 로버트의 멱살을 휙 놓아버렸어. 반동 덕분에 로버트의 몸이 휘청거려. 제이크는 코트 주머니에 손을 꽂고는 무심히 방 안 내부를 구경했어. 작은 책장에는 책들이 가득하고 한 쪽에는 편지지와 노트가 쌓여있었지. 침대에는 커다란 담요들이 여러 겹 깔려있었어. 제이크는 허락도 받지 않고 책상에 놓여진 노트를 구경했지. 복잡한 수학 공식들이 빼곡해. 그는 흥미없다는 듯이 노트를 다시 책상 위로 툭 던졌고 이번에는 서랍으로 손이 향해. "선생님, 사실 여기에 온 목적은 따로 있어요." "..." 로버트는 제이크의 여유로운 목소리가 무서웠어. 대체 어떤 말을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거든. 제이크가 걸을 때마다 구둣소리와 함께 마룻바닥이 삐걱여. "사실 저.. 또 내기를 했거든요." "... 내기..?" "네, 내기." "무슨.." 로버트가 묻자 푸스스 웃음소리가 들려와. 로버트는 그 웃음이 소름끼쳤지, 제이크는 책상 주변을 맴돌며 무언가를 찾는 듯 보였어. 한참을 말없이 책상과 침대를 살펴보던 제이크를 로버트는 기다렸지. 앨리스 부인이 들이닥치기 전에 빨리 나가줬으면 하는데 이 아이는 절대 그럴 생각이 없어보여. 오히려 들키길 원하는 것처럼 보였어. "제이크, 이만 가줬으면.." "속옷을 가지고 오래요." "뭐, 뭐?" "선생님 속옷이요. 그것도..." "제이크!" "정액이 묻은." "너 대체 무슨 소릴 하는거니?!" 정액을 강조하는 목소리에 로버트는 결국 버럭 화를 내었어. 수치심에 얼굴이 열이 올라. 씩씩거리며 당장 헛소리하지 말고 나가라는 로버트의 말에도 제이크는 꿈쩍 않지. 오히려 로버트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왔어. 뒷걸음질치고 싶지 않은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아. 결국 침대에 발이 걸려 뒤로 훌러덩 넘어져버렸어. 로버트가 곧장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제이크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지. 어느새 제이크는 로버트의 위로 올라탔어. "제이크.. 제발 이러지마.. 내가, 내가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응?" "선생님이 사과하셔도 달라지는 건 없어요." "제발.. 제발 하지마.. 친구들한테 거짓말을 칠 수는 없겠어? 오- 제발, 제발 한 번만 봐줘... 내기도 이제는 그만..." "지금 학생에게 거짓말을 하라고 하시는 건가요? 그런 분이 어떻게 학생을 가르치실 수 있죠?." 뻔뻔하고도 당당한 제이크의 목소리에 로버트는 고개를 황급히 저었어. 로버트의 두터운 가운의 끈이 잡혔어. 그리고 힘없이 풀려버렸지. 제이크는 추위 때문인지 아님 무서워서 그런지 벌벌 떨며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는 로버트를 내려다보며 혀를 쯧쯧 찼어. 이건 다 선생님이 먼저 시작하신 일이에요. 로버트의 바지 위로 따뜻한 손이 얹어졌어. "선생님은 제게 고마워하셔야 해요. 제가 아니었다면 다른 사람이 찾아왔을 테니까요." "흐읏.. 제이크... 제이크.. 그마안... 하아.." "선생님 지금 제자의 손에서 흥분하시는 건가요?" 그럼 로버트는 또 고개를 저었어. 하지만 부풀어 오르는 앞섬과 달뜬 신음은 그의 감정을 숨길 수는 없었지. 제이크는 부드럽고도 강압적으로 로버트의 앞섬을 손바닥으로 비비기 시작했어. 그러자 로버트의 허리가 활처럼 튀어올라. 이미 손은 담요를 부여잡고 있었지. 차가운 손이 속옷 안으로 쑥 들어가. 갑작스러운 찬 온기에 로버트가 몸을 부르르 떨었어. "제이크.. 아..! 아... 아 제이크..!" "후우.. 선생님.." 제이크의 목도리가 로버트의 얼굴을 간질여. 로버트는 저도 모르게 그의 포근한 목도리에 얼굴을 부볐지. 제 아래를 자극하는 손에 저절로 무릎이 굽혀졌어. 당장이라도 뺨을 내리쳐서라도 저항해야하는데, 차마 그럴 수 없었어. 만약 제이크의 얼굴에 아주 작은 상처라도 냈다간 바로 일자리를 잃어버릴거야. 그뿐만 아니야. 아예 다른 곳에서도 직업을 구할 수 없겠지. 저 멀리 아주 시골 촌구석의 농장에서도 일을 구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해. 정말 제이크의 말처럼 이 모든 건 로버트로부터 시작되었어. 그렇기에 로버트는 반항할 수 없었어. 정말로. 정말이야. 3. 시끌벅적한 교실 앞, 로버트는 차마 문을 열 수 없었어. 결국 제이크는 로버트의 정액이 묻은 속옷을 빼앗듯이 가져가버렸고 분명 기숙사에서 학생들에게 전리품을 자랑하듯이 선보였을테니까. 그렇다면 이미 학교에는 소문이 쫙 퍼졌을거야. 누군가는 친구나 가족에게 보낼 편지에 적어 저 멀리 캔자스에 사는 이름 모를 사람에게까지 알려질 수도 있겠지. 로버트는 작게 한숨을 내뱉었어. 입안이 메말라가. 대체 어떤 얼굴로 학생들을 봐야할지. ... 정말 무서워. 드르륵- 문이 열리고 로버트는 어색하게 미소지으며 인사했지. 그러자 물이라도 끼얹은 듯 순식간에 조용해져.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반응에 오히려 당황한건 로버트야. 로버트는 저를 빤히 바라보며 서로 시선을 교환하는 학생들에 입이 바싹 말라와. 로버트는 책을 잡은 손을 꾸물거리며 교탁 앞에 섰어. 그리고 시선을 내린 순간 몸이 굳어버렸지. "저희의 선물 어떠신가요?" "스승을 위한 제자의 마음이라고 알아주세요." 두 학생은 비집고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고 로버트는 차마 교탁에서 눈을 뗄 수 없었어. CUNT 목탄으로 쓰여진건지 꽤 삐뚤빼뚤하고 지저분했어. 그것도 오늘 새벽 제이크가 들고간 로버트의 속옷에 적혀있었지. 정액자국이 얼마나 선명한지. 책을 부여잡은 손이 바들바들 떨려. 로버트는 애써 모른 척 그나마 공간이 조금 남은 곳에 책을 펼쳤어. 그러자 학생들이 웅성거리더니 서로 낄낄거리며 웃기 바빠. 침을 꿀떡 넘겨 파들파들 떨리는 목을 가다듬었어. "오.. 오늘 배울 공식은 다들.. 어려울 수도 있겠다.. 꽤 복잡하거든." "어디서 이상한 냄새 안나?" "다들 170 페이지 볼래? 문제 1번을 보면.." "창놈 냄새가 여기까지 나잖아-" 와하하- 듣기 싫은 웃음이 터져나오고 로버트는 말을 이을 수 없었어. 고개 또한 들 수 없었지. "선생님 수업 듣고 싶어요." "..." "170 페이지 보면 되는 건가요?"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로버트는 시선을 들어올렸어. 가장 맨 뒷줄 창가 쪽에 앉은 제이크는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가증스럽게 웃고 있었지. 로버트는 그의 녹색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입술을 꽉 깨물었어. 믿을 수 없었지. 제가 알던 착하디 착한 제이크는 전부 거짓이었어. 4. 똑똑- 공동 교무실에 누군가가 찾아왔어. 로버트는 처음에는 관심을 주지 않았다가 저를 드리우는 그림자에 고개를 들었지. 글렌이야. 학교에서 가장 똑똑하기로 유명하고 학생회장을 맡고있지. 장차 하버드에 갈 인재라고 교장이 얼마나 감싸도는지. 로버트의 반 학생은 아니었지만 유명인사인만큼 잘 알고 있었어. "안녕하세요." "안녕.. 글렌. 무슨 일이니?" "이해가 안 되는 문제가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또 이런 문제 때문에도 로버트는 글렌을 잘 알고 있었지. 개인 과외까지 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굳이 로버트에게 모르는 문제를 알려달라고 해. 이런 날이 한두번이 아니라 로버트는 꽤나 곤란했어. 이유는 딱 한 가지야. 혹시 다른 학생들이 글렌까지 괴롭힐까봐. 글렌이라고 로버트의 소문을 모를리가 없었어. 이미 학생들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도 전부 알고 있는걸. 다만 그들이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학생들의 부모가 무서웠기 때문이야. 선생님들은 힘이 없어. 교장도 마찬가지야. 그들의 부모들이 기부하는 돈들로 학교가 돌아가는걸. 사립학교를 운영하는 재단의 힘도 있었지만 그 재단의 아드님이 누구게? 바로 제이크 세러신이지. 그러니 어쩔 수가 없었어. 그들은 모두 방관할 수 밖에 없었어. 로버트는 제 앞에 책을 내민 채 멀뚱히 저를 바라보는 글렌을 올려다보았어. 날렵한 콧대와 깔끔하게 올린 머리, 그리고 안경까지 쓰니 안그래도 얼음왕자라고 불리는 글렌이 더욱 차가워보였어. 오늘 cunt라는 말까지 들었는데... 게다가 정액이 묻은 속옷까지 학생에게 줘버렸고.. 그런데 얘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나봐. 로버트는 고개를 숙이며 조심스럽게 말했어. "아... 나보다는 과외 선생님께 여쭤보는 편이 빠를 것 같아." "왜죠?" "나.. 는 할 일이 좀 있어서..." "저는 선생님께 배우고 싶습니다." 숨이 턱 막혀와. 이것도 일종의 괴롭힘일까? 연필을 쥐고 있던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어. 글렌은 로버트의 거절에도 꿋꿋하게 서 있었고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를 내려다 봐. 그럼 로버트는 어쩌겠어. 학생이 원하는데 가르치지 않을 수는 없잖아. 로버트는 작게 한숨을 쉬더니 한 쪽 구석을 가리키며 말했어. "여기는 서류들이 많으니.. 저쪽에서 알려줄게." "감사합니다." 글렌은 꾸벅 목례를 하더니 교무실 구석에 자리잡은 작은 목재 테이블과 의자로 뚜벅뚜벅 걸어갔어. 로버트는 축 처지는 몸을 겨우 일으켜 그를 따라갔어. 두 사람을 몰래 훔쳐보던 선생님들의 시선이 그들을 따라가. 글렌은 이미 바른 자세로 의자에 앉아 책을 펼쳐놓고 있었어. 로버트는 그의 맞은 편에 앉아 문제를 확인했지. 꽤 어려운 문제야. 하지만 원리만 안다면 글렌 정도의 학생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로버트는 연필로 끄적끄적 적어가며 설명했어. "잘 봐.. 음.. 네가 어느 부분에서 어려워하는지 알 것 같아.. 여기서 바로 답을 구하려고 하면 복잡해져. ... 양변을 전개하지 말고 먼저 묶어보자.. 이 부분을 하나의 항으로 생각하면 훨씬 간단해져.." 글렌은 고개를 끄덕이며 책에 시선을 고정했어. 로버트는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차근차근 설명해주었지. "곱해서 6이 되고.. 더해서 -5가 되는 두 수를 찾으면 되는데.. 그러면 어떻게 되지?" "(x-2)(x-3)=0. 따라서 x는 2 또는 3입니다." "맞아." 글렌이 망설임 없이 대답하자 로버트가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어. 글렌은 대충 알겠다는 듯이 로버트가 들고 있던 연필을 슬쩍 가져가더니 문제를 풀기 시작했지. 로버트는 그런 글렌의 매끈한 머리카락을 바라보았어. 글렌은 빠른 속도로 문제를 풀더니 책을 내밀었지. 로버트는 정갈한 글씨로 적힌 문제풀이를 천천히 읽어보며 머릿속으로 계산을 해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어. "맞아. 잘하네... 좋아, 잘했어." 생긋 웃음이 나. 저도 모르게 광대가 솟아올랐어. 그러나 여전히 별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저를 쳐다보는 글렌에 민망해져 곧바로 입술을 말아 깨물었어. 글렌은 다시 고개를 숙여 문제를 풀기 시작했지. 로버트는 꽤 곤란했어. 지금 당장 처리해야할 서류가 있는데.. 늦어지면 야근 확정이란 말이야. 그러나 열심히 공부를 하는 학생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져갔어. 제가 꿈꾸던 선생의 모습이기도 했고. 따뜻한 벽난로를 사용할 수 있으니 야근도 나쁘지 않으려나? 고민을 하며 글렌이 써내려가는 공식을 구경하려던 찰나 얼음장처럼 차가운 손이 제 어깨를 턱- 잡아. "응..?" "선생님 뭐하시나요?" 제이크가 찾아왔어. 화들짝 놀란 로버트가 엉겹결에 일어서 그를 마주했지. 제이크는 생글생글 웃으며 로버트와 글렌을 번갈아보았어. 글렌은 제이크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지. 로버트의 푸른 눈이 요동쳐. "점심 시간 약속 잊으셨어요?" "어..?" "우리 약속 했잖아요. 약속." 로버트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듯이 곤란해하자 책을 덮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 글렌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의자를 원위치에 두고 로버트에게 연필을 건넸어. "감사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문제가 이해됐습니다. 또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어.. 어... 응.. 그래 글렌.." 글렌은 제이크를 쳐다도 보지 않고 그를 지나쳤어. 제이크는 고개까지 돌려가며 글렌의 뒷모습을 째려보았고 그대로 로버트를 끌고 교무실을 뛰쳐나갔지. 로버트는 힘없이 끌려갈 수 밖에 없었어. 선생님들이 어떻게 생각하던 그들이 뒤에서 어떻게 로버트에 대해서 얘기를 하던.. 그건.. 로버트가 전부 감내할 수 밖에 없었지. 5. "제이크.." "..." "제이크 아파..." 로버트의 손목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 곧 점심시간이 끝나가는데. 대체 제이크는 어디까지 끌고갈 셈인지. 저 멀리 미스터 존이 삽으로 눈을 치우고 있어. 제이크가 로버트를 끌고 복도를 지나치자 학생들이 로버트를 향해 휘파람을 불어. "선생님-! 어디가시나요? 제이크랑 좋은 시간 보내려고 하세요?" "야 제이크 다음은 내 차례다?" 수위 높은 농담이 들려와.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어. 제이크가 그들을 바라봐서 그런걸까. 질 나쁜 학생들이 깨갱 몸을 사렸지. 잘 쓰이지도 않는 과학실로 몸이 던져졌어. 철컥- 문이 잠겼고 로버트는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제이크의 얼굴을 마주보지 못했어. "무릎 꿇어요." "... 제이크 아무리 그래도 여기는.." "꿇어요." 제이크의 단호한 명령조에 로버트는 조금 망설이다 차가운 대리석에 무릎을 꿇었어. 무릎이 시려. 제이크의 벨트가 풀어지고 단추가 풀려. 안경이 제이크에 의해 벗겨지고 로버트의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을 길고 굵은 손가락이 헤집어. 로버트는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제이크의 바지를 꾹 부여잡았어. 머리가 당겨지자 입술에 속옷이 꾹 닿았고 로버트는 느리게 손을 뻗었지. 속옷이 내려지자 제이크의 성기가 퉁- 튀어나와. 아무리 봐도 적응이 되질 않아. 로버트가 무작정 입을 벌리자 머리카락이 잡아 당겨져 고개가 뒤로 억지로 젖혀져. "아..!" "침부터 뱉으셔야죠." "..." "가르쳐 드렸잖아요." 꽤 아팠는지 로버트의 눈가에 벌써부터 눈물이 고여있어. 로버트는 어설프게 제이크의 성기에 침을 주욱 뱉었어. 그리고 혀를 내밀어 기둥에 침을 바르기 시작했지. 하아- 제이크의 입에서 깊은 숨이 내뱉어져. 차가운 공기와 대비되는 따뜻한 혀가 닿으니 소름이 오소소 돋았지. 한참을 기둥을 혀로 자극하던 로버트는 시선을 올려 제이크를 확인했어. 그는 눈을 감은 채 로버트의 곱슬머리를 쓰다듬다 다시 눈을 떠 행동을 멈춘 로버트를 내려다보았지. 눈이 마주치자 로버트는 작은 입을 벌려 제이크의 것을 머금었어. 입안이 빠듯해. 그의 굵고 긴 성기가 목구멍을 쿡쿡 찔러. "후우..." "...으읍,.. 응.." 조용한 과학실에 신음과 질척이는 소리가 울려. 제이크는 로버트의 머리를 부여잡은 채 느리게 허릿짓 했어. 로버트는 인상을 찌푸린 채 그의 허릿짓을 받아줄 수 밖에 없었지. 제 얼굴을 찌르는 음모가 따가웠고 쿡쿡 찔리는 목구멍이 아팠어. 입가는 이미 뜯어졌을수도 있어. 입안은 이미 비릿한 애액이 감돌아. 제이크는 오른손으로 제 허리를 잡은 채 몇 차례 더 부드럽게 허리를 놀리더니 깊은 숨을 내쉬며 미간을 찌푸렸어. 슬슬 사정감이 몰려오나봐. 로버트가 천천히 머리를 앞뒤로 흔들었지. 그러자 곱슬머리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 퍽퍽퍽퍽- 허릿짓은 점점 빨라지고 과격해져 숨을 쉬기 힘들어져. 로버트가 머리를 뒤로 빼내려해도 소용없었지. "하아... 하..." 결국 로버트의 입 안에 사정한 제이크는 성기를 빼내고는 그의 입술에 부볐어. 그럼 로버트는 겨우겨우 정액을 꿀꺽 삼키고 아린 입가에도 입을 열어 혀를 내밀었지. 미끈거리는 성기가 로버트의 입술을 지나쳐 볼과 눈가를 부벼. 로버트는 혀로 기둥을 핥아오르고 끝을 쪽쪽 빨았어. 제이크의 바지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 눈이 마주쳐. 제이크가 만족했나봐. 웃고 있어. 그럼 로버트는 성기를 빨던 행동을 멈추고 다시 속옷을 잡아 올려주었어. 단추도 잠그어 주고 벨트 버클도 채웠지. 이제는 무릎에 감각도 느껴지지 않아. 몸을 일으키니 다리가 저려. 제이크는 스스로 옷매무새를 다듬더니 제 바지를 내려다보며 말했어. "선생님 늘 말씀 드리지만 바지는 잡지 말아주세요. 주름이 생기면 다리기 힘들거든요." ".. 미안해." "부탁드릴게요." 그말을 끝으로 제이크는 미련없이 과학실을 나가버렸어. 문이 닫히자마자 로버트는 싱크대로 달려갔고 곧바로 구역질을 했지. 웨엑- 물로 얼굴을 벅벅 닦고 입을 미친듯이 헹궜어. 그럼에도 아직도 입안은 쓰고 비려. 눈물이 터져나오면 그것도 물러 씻어 흘려보냈어. 당장 할 수만 있다면 작년으로 돌아가고 싶어. 모두에게 존경 받던, 아니 존경은 받지 않았더라도 이렇게나 개무시를 당하지 않았던 그때로. 아무렇지도 않게 학생들과 하하호호 대화를 할 수 있던 그때로 말이야. 6. “교장 선생님, 오늘 아침부터 기분이 꽤 좋아 보이시던데요?” “그러게요. 늘 인상만 쓰고 다니시던 분이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가?” 앤드류 선생님과 제닛 선생님이 속삭이면서 대화해. 옆에 있던 로버트도 우연히 듣게 되었지. 정말이야. 오늘 새로운 선생님이 부임하셔서 그런가. 늘 인상만 쓰시던 교장 선생님이 들떠보여. 모든 교직원이 공동 교무실에 옹기종기 모였어. 로버트는 벽난로 옆에 딱 붙었지. 이제 방에 있는 라디에이터가 완전히 고장나버렸나봐. 덜덜 떨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거든. 마음만 같았으면 교무실에서 자고 싶을 정도야. 로버트는 꺼져가는 듯한 벽난로에 장작을 넣었고 때마침 문이 드르륵- 열려. "오- 드디어 오셨군." "안녕하십니까." 교감 선생님과 함께 어떤 남자가 교무실로 들어와. 순식간에 이목이 집중되었지. 여자 선생님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고 남자 선생님들은 웃으며 환대했어. 그리고 로버트는 별 생각이 없었어. 당연했어. 새로 오게 된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이 왜 긴장했는지 모를 정도로 굉장히 평범한 사람이었거든. 그냥 안경 쓴 선생님이야. 그는 예의 바르게 웃으며 인사했어. "게리 존슨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게리 선생님은 수학을 담당하십니다. 아, 로버트 선생님과 같은 과목이시군요. 두 분께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실 수 있겠군요." 교장 선생님은 손바닥을 비비며 말했어. 수학 담당이라고? 로버트는 멍하니 게리를 바라보다 뒤늦게 저를 향해 내민 손을 발견했어. 곧바로 들고 있던 장작을 내려놓고 바지에 손을 탈탈 털었지. 그리고 게리의 손을 맞잡았어. "로버트 플로이드입니다. 들으셨다시피.. 저도.. 수학 담당이에요.." "로버트 선생님, 잘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훌륭한 선생님과 함께 수학을 가르치게 되어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군요." 웃음도 긍정의 말도 나오지 않아. 다들 눈치만 볼 뿐. 게리는 의아한 듯 선생님들을 둘러보았고 로버트는 눈치껏 먼저 악수한 손을 빼낼 용기가 나질 않아. "게리 선생님은 로버트 선생님 옆자리가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지내봐요. 다들 박수-" 서로 눈치만 보다 한 박자 늦게 박수가 터져나오고 로버트도 박수를 치기 위해 손을 빼내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어. 게리가 제 손을 붙잡고 놓아주질 않았거든. 로버트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자 게리는 그저 은은히 미소 짓고 있어. 그리고 정말 타이밍 좋게 노크소리와 함께 교무실 문이 열렸지. "로버트 선생님 계시, ..." 글렌이야. 아침부터 모르는 문제가 있는지 책과 노트를 들고 있었지. 글렌은 박수를 치고 있는 선생님들에 조금 놀랐는지 눈을 굴렸고 저 구석에 처음보는 사람과 손을 잡고 있는 로버트를 발견했어. 그는 나중에 다시 오겠다며 문을 닫으려 했지만 교장 선생님에 의해 제지 되었어. "오오- 때마침 잘 왔습니다. 게리 선생님 잠시 이쪽으로 와주시겠어요?" 그제야 손이 놓아져. 로버트는 황급히 제 두 손을 등 뒤로 숨겼지. 악력이 세시네. 조금 아프다. 로버트는 게리의 뒷모습을 좇았어. 그러다 저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글렌을 뒤늦게 발견했지. 로버트는 글렌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어. 늘 무표정이니 말이야. 웃는 얼굴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정말 조금의 미소도. 글렌은 로버트를 뚫어져라 쳐다보다 제 앞에 다가온 게리를 향해 시선을 돌렸어. "게리 선생님. 이 학생은 우리 학교의 자랑거리이자 아주 우수한 학생입니다. 장차 하버드에 갈 인재이며 이 위대하고 유서깊은 미국 최고 명문 사립학교 세러신 칼리지에이트 스쿨의 학생회장이자 시니어 세러신의 손자입니다. 제이크 세러신이라고 글렌군의 동생이 있는데.. 차차 소개하도록 하고.. 글렌 세러신 학생? 이쪽은 휘트모어 스쿨에서 새로 오신 게리 존슨 선생님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글렌 세러신입니다." "반가워." 글렌은 예의바르게 꾸벅 인사했어. 게리는 그를 따라 인사했지. 로버트는 벽에 딱 달라붙은 채 서로를 소개하는 교장 선생님을 바라보며 생각했어. 휘트모어 스쿨이라니. 대단하시다. 그곳은 분명 서부에 위치한 명문 사립 남학교였지? 대체 어떤 이유로 이 먼 뉴욕까지 오시게 된걸까. 대충 소개가 마무리된건지 글렌은 교장 선생님과 게리에게 한 번 더 인사를 하고 로버트를 향해 고개를 돌렸어. 눈이 마주치자 로버트는 벽에 붙였던 등을 떼어내 글렌에게 다가갔지. "무슨 일 있니?" "모르는 문제가 생겨서 왔는데.. 다음에 다시 오겠습니다." "아.... 응 그게 좋겠다... 점심시간에 다시 오렴." "네." 글렌은 미련없이 교무실을 떠났어. 로버트는 작게 한숨 쉬고 자리에 앉으려다 제 뒤에 서 있는 게리에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렸지. "제가 놀라게 했나요?" "아... 아뇨, 아닙니다." "그럼 다행이고요." 게리는 먼지 쌓인 타자기 하나 있는 제 책상 앞에 털썩 앉더니 가방에서 이것저것 꺼내기 시작했어. 여러 책들과 노트, 그리고 연필과 만년필이었지. 로버트는 금방 관심을 껐어. 어차피 친해져봤자 좋을 것도 없고 1시간 후면 곧바로 저에 대한 소문을 들을텐데. 책상 위에 흐트러진 쪽지시험지를 모았어. 낙서와 음담패설이 가득해. 제대로 시험을 푼 학생들이 손에 꼽을 정도였어. 로버트는 먼저 조금이라도 공식이 적힌 시험지를 찾아 헤맸어. 그러나 금방 제 책상을 두드리는 손에 고개를 돌렸지. "로버트 선생님." "네?" 게리였어. 로버트는 재빠르게 시험지 위에 책을 얹어 그가 보지 못하도록 만들었어. 게리는 수상쩍은 로버트의 움직임이 별 개의치 않는지 시선도 주지 않고 물어. "부탁이 하나 있는데." "네..?" "혹시 학교를 좀 안내해 주실 수 있을까요?" 로버트는 입을 떡 벌렸지. 학교 소개? 왜? 왜 하필 나? 설마 같은 수학 담당이라고? 친해지자는 건가? 만약 같이 복도를 걸으면 학생들의 놀림감이 되실텐데. 그래도.. 친해진다면.. 좋지 않을까? 아냐 나때문에 피해를 입힐 수는 없지. 그 짧은 시간 내에 별 생각이 다 들었어. 하지만 판단은 빨랐어. 로버트는 작게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지. "제가 좀 바빠서.. 안 될 것 같아요. 죄송해요." "그래요?" "네, 보시다시피 시험지 채점도 해야 하고.." "제가 좀 도와드릴게요." "아! 아뇨. 괜찮습니다." "그럼 퇴근 후라도 괜찮아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로버트가 더 거절하기 전에 게리는 몸을 돌렸어. 로버트는 절망했어.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앞으로 수업시간까지 20분도 채 남지 않았어. 그래, 어차피 조금만 있으면 금방 나를 피할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그래도 조금이라도 저에게 관심을 준 게리가 고마웠어. 이곳에서는 아무도 로버트에게 말을 걸지 않으니까 말이야. 7. 다행히 오늘은 별 탈 없이 넘어갔어. 여전히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않고 각자 떠들기 바빴지만. 음담패설 정도야 이제는 아무렇지 않았어. 그런데 학생들이 제 교실에 목탄으로 못된 말을 낙서를 하는 둥 어지럽혀 놓아 지우느라 꽤 오랜 시간이 흘렀어. 물에 젖은 걸레로 닦아내느라 애썼거든. 덕분에 입고 있던 셔츠는 엉망이 되었지. 추웠어. 로버트는 오들오들 떨리고 기진맥진한 몸을 이끌고 아무도 없을 싸늘한 교무실로 돌아갔어. 그러나 문을 열자 기대와는 다르게 포근한 온기가 다가왔지. "이제 오셨네요." "게리 선생님..?" "기다렸습니다." 게리가 타자기를 두드리며 혼자 앉아 있는 것이 아니겠어? 로버트는 꽤 놀라 눈만 끔뻑였지. 그는 망설임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로버트에게 다가왔어. "안내 해주시기로 하셨잖아요?" "아.. 아.. 그건.." "지금이 제격이겠네요. 아무도 없고." "... 학교가 넓어서 오래 걸릴지도 몰라요." "그점이 마음에 드네요." "..." "갈까요?" 게리는 무언가 깜빡한 듯 잠시만 기다리라며 다시 자리로 돌아가더니 미리 준비해두었던 가방을 들고 왔어. 로버트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 입술을 깨물었지. 왜 아무렇지도 않지? 분명 학생들이 알려주었을텐데. 아니면 선생님들이라도. 일부러 모르는 척 하는건가? 그의 의도를 알 수 없으니 혼란스러웠어. 게리는 그 자리에 서 꿈쩍 않는 로버트를 바라보다 아차- 싶더니 자리를 비켜주었어. "로버트 선생님도 짐을 정리하셔야 하네요. 앉아서 기다리겠습니다." "....네." "벌써 밖이 깜깜하니 오늘은 내부만 둘러볼 수 있을까요?" "...네." "네 좋습니다. 그럼 편하게 정리하세요." 게리는 정말 제 자리에 앉더니 가방에서 책을 꺼냈어. 로버트는 미적거리며 서랍에서 시험지 무더기를 꺼내 가방에 넣었어. 이 사람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이해가 되질 않아. 정말 특이한 사람이야. 8. "어? 뭐야? 저기 봐." "뭔데?" "저기! 저기 봐!" "호들갑 떨지 말고 설명을 해. 추워서 창문 근처에는 가고 싶지도 않으니 말이야." 기숙사 방에 옹기종기 모인 남학생들은 몰래 포커 게임을 하고 놀았어. 그러다 창가에 앉아 있던 한 학생이 호들갑을 떨자 또다른 학생이 투덜거리며 대답했어. "저기 로버트 선생님이랑 이번에 새로 온 게리 선생님 아니야?" 그 말에 방 안에 있던 학생들이 곧바로 창가로 달려갔지. 하얀 서리가 낀 창문을 스웨터로 벅벅 닦아내. 침대에 누운 채 책을 보고 있던 제이크는 창가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학생들을 보며 한 쪽 눈썹을 들어올렸어. "정말이네! 두 사람 꽤 사이 좋아보이는데?" "게리 선생님은 소문을 못 들으신 건가? 그럴 리가 없는데." "내 친구가 그러던데 첫 수업부터 그 이야기가 나왔대." "그런데도 같이 다니는거야? 무슨 일이람." "설마 반한 거 아니야?" 누군가의 의문에 오오오- 환호소리가 들려. 한 학생은 허공에 저급한 허릿짓을 했고 다른 학생은 입을 맞추는 척을 했지. 한참을 가만히 있던 제이크는 읽고 있던 스포츠 잡지를 소리나게 덮고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앉았어. 그러자 학생들이 제이크를 바라보았지. "제이크 너도 구경 와." "비켜봐." 제이크의 말에 학생들은 일제히 흩어지며 길을 터주었어. 제이크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창가로 다가갔어. 그리고 저멀리 눈길을 걸으며 수줍게 웃고 있는 로버트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지. 저절로 주먹이 쥐어져.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남을 정도로 주먹을 꽉 움켜쥔 제이크는 이내 몸을 돌렸어. 그리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침대로 가 앉았어. 잠시 침묵하던 제이크가 입을 열었어. "로버트 선생님이 아직 본인의 죄를 모르는 것 같지 않아?" "그러게, 저지른 일에 비하면 지금처럼 교사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것만 해도 대단하지." "맞아. 보통이라면 진작 쫓겨났을텐데." "제이크 네가 너무 상냥해서 그래." 그 말에 제이크는 피식 웃었어. 그러자 학생들도 하나둘 따라 웃었어. 제이크는 두 팔을 뒤로 뻗어 침대에 몸을 기대고는 느긋하게 앉았어. 그리고 입꼬리를 한쪽만 끌어올렸어. 누군가를 내려다보는 듯한... 비릿하고 오만한 미소였지. 그 미소에 오싹함을 느끼지 않은 자는 없었을거야. "내기 하나 더 하자." "뭔데..?" "이번 내기는 아주 간단해." 제이크는 손가락을 까딱였고 금세 카드 한 무더기가 올려졌어. "로버트 선생님에게 편지를 받아오는거야. 물론 그 편지가 무엇인지 다들 알고 있겠지?" 학생들은 서로를 쳐다보다 재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제이크는 태연한 얼굴로 카드를 빠르게 섞었어. 카제이크는 지금 꽤나 기분이 나빴어. 감히 나를 두고 다른 사람이랑? 말이 안 되지. 죄를 알아야죠 로버트 선생님. 선생님이 그러시면 안 되는거죠. 양심이 있으시면 웃을 일도 만드시면 안 되죠. 카드가 맞부딪히는 소리가 방 안에 경쾌하게 울렸어. "자, 술래를 정할까?" - 로 시작하는 굴림수 로버트가 보고싶네.. 다공일수여도 좋고.. 빻빻, 소재주의한 사유들로 이리저리 왕창 굴려졌음 좋겠다.. 행맨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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