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가
← 이전 글
다음 글 →

게시글 상세

↔

화면을 좌우로 스와이프하여 다음/이전 글로 넘겨보세요

📰
이슈
- · 약 1분 분량 ·
0
|

축의금 장부 펴놓고 앉아 있는 제가 제일 웃기네요

고등학교 때부터 20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가 있어요 제가 작년 봄에 늦게 결혼했는데 그 친구가 결혼식에 와서 축의금을 했어요 그리고 지난주에 그 친구가 둘째 돌잔치를 한다고 초대장을 보냈어요 저는 당연히 가려고 했고 봉투도 미리 사놨어요\n돌 선물로 줄 내복 세트도 백화점 가서 따로 골랐고요 친구 사이에 얼마 할지 고민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그래도 받은 만큼은 해야 하니까 결혼식 때 정리해둔 장부를 꺼냈거든요 남편이 엑셀로 정리해준 게 있어서 이름 검색하니까 바로 나오더라고요 근데 금액이 5만원이었어요 저는 그 친구 첫째 돌잔치 때 10만원 했고 그 친구 결혼식 때는 15만원 했어요 그때 저는 미혼이었고 회사 막 옮겨서 월급도 많지 않을 때였는데 그래도 제일 친한 친구니까 했던 거예요 장부 보고 나서 한참을 멍하게 앉아만 있었어요 그 친구가 형편이 어려운 것도 아니에요 작년에 이사 간 아파트 집들이도 제가 갔었고 차도 바꿨다고 사진 보내줬었어요\n지난달엔 가족끼리 제주도 한 달 살기 다녀왔다고 단톡에 사진을 몇십 장씩 올렸고요\n그 사진 볼 때는 그냥 부럽다 잘됐다 했는데 장부 보고 나서 다시 떠올리니까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n돈이 없어서 5만원을 한 게 아니라 저한테는 5만원이면 된다고 생각한 거잖아요 남편은 그냥 신경 쓰지 말고 우리가 하고 싶은 만큼 하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남편 말을 들으니까 더 서운했어요 이 사람 눈에도 제가 손해 보는 쪽으로 보이는구나 싶어서요 다른 친구한테 슬쩍 물어보니까 걔도 그 친구한테 5만원 받았대요 자기는 그냥 그 친구가 원래 다 그렇게 한다고 생각한대요 그 말 들으니까 그나마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다행인 건지 모르겠어요 결국 봉투에 5만원을 넣었어요 넣으면서도 손이 좀 부끄럽더라고요 20년 친구 사이에 장부를 펴놓고 숫자를 맞추고 있는 제 모습이요 돌잔치 가서 친구가 반갑게 안아주는데 봉투 건네면서 괜히 눈을 못 마주쳤어요 친구는 아무것도 모르고 둘째 안고 사진 찍자고 하는데 저 혼자 속으로 계산하고 있었던 게 그날 내내 마음에 걸렸어요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장부 파일을 지울까 하다가 그냥 닫았어요 앞으로도 또 펴보게 될 것 같아서요 나이 들수록 사람을 금액으로 재는 게 싫다고 하면서 제일 정확하게 재고 있는 게 저였네요

💬

댓글

0개

댓글을 작성하려면 회원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