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몰웨딩이 유행이라고 해서, 오래전 제 결혼 같은 방식이 이제는 꽤 일반화되었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찾아보니 제가 생각했던 스몰웨딩과 요즘 말하는 스몰웨딩은 아예 다른 것이더군요. 저는 20년 전쯤 괌에서 결혼했습니다. 어차피 우리 둘만 즐겁고 행복하면 되는 결혼식이라 생각해서 주변에도 거의 알리지 않았습니다. 청첩장, 혼수, 결혼사진도 모두 하지 않았고, 결혼반지도 예식에 필요해서 적당한 것으로 준비한 정도였습니다. 원래는 둘만 가려고 했는데, 따라오겠다는 가족과 친척 몇 분만 함께했습니다. 결혼과 신혼여행을 한 번에 해결했고, 축의금도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친지분들이 억지로 주신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주변에서 꽤 이상하게 봤습니다. 왜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느냐, 왜 제대로 결혼식을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회사에도 주말을 끼고 이틀 연차를 쓰려고 했는데 계속 반려되는 바람에 결국 결혼 때문에 해외에 다녀온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제가 한 정도의 결혼이면 스몰웨딩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래서 요즘 젊은 세대의 결혼에 대한 생각도 실용적으로 바뀌었구나 싶었는데, 아니더군요. 하객 수는 줄이지만 장소는 더 특별해지고, 음식은 더 좋아지고, 사진과 꽃, 장식과 연출에는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들이는 방식이었습니다. 과거 결혼식이 예식장에서 비슷한 형식으로 찍어내듯 진행하는 ‘매스형 결혼식’이었다면, 요즘 스몰웨딩은 인원은 적어도 훨씬 더 개인화된 프리미엄 웨딩에 가까운 느낌이었습니다. 2025년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결혼식 인식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3.5%가 앞으로 스몰웨딩을 고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반면 결혼식장과 스드메를 합친 비용은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 2026년 2월 전국 평균 약 2,139만원, 서울 강남은 약 3,466만원이었다고 합니다. 제 느낌에는 스몰웨딩에 대한 관심은 커졌지만, 돈을 덜 쓰거나 둘만 하는 결혼이라기보다 규모는 작아도 더 고급스럽고 더 비싼 결혼식에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찾아보니 작은 결혼도 규모와 방식에 따라 스몰웨딩, 마이크로웨딩, 엘로프먼트 등으로 나뉘더군요. 제 결혼은 요즘 기준으로 스몰웨딩보다 ‘엘로프먼트(Elopement)’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원래 ‘도망가서 몰래 결혼한다’는 뜻에서 유래했지만, 요즘에는 둘만 또는 극소수와 치르는 아주 작은 결혼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고 합니다. 결국 남들과 비교하고, 체면을 따지고, 보여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은 예나 지금이나 형태만 조금씩 바뀔 뿐 본질은 같을 것 같습니다. 제도와 의식도 모습을 바꿔 가며 계속 이어지겠지요. 저는 그런 삶이 어릴 때도 그랬지만, 중년 후반에 들어선 지금도 참 피곤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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