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제 마흔 번째 생일이었습니다 특별한 걸 바란 건 아니었습니다 케이크 하나에 미역국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 정도였으니까요 아침에 일어났는데 아내는 이미 출근 준비 중이었습니다 잘 잤냐는 말도 없이 오늘 늦을 것 같다고만 하고 나가더라고요 그래도 저녁에 뭐 있겠지 하고 출근했습니다 회사에서 동료들이 커피 쿠폰 보내주고 팀장님이 케이크 조각도 사주셨어요 어머니는 아침 일곱 시에 전화 주셨고 누나도 카톡 보냈습니다 아내한테서는 하루 종일 아무 연락이 없었습니다 밤 열 시쯤 아내가 들어왔는데 손에 쇼핑백이 들려 있었습니다 순간 저 혼자 좀 설렜어요 근데 그게 처가 강아지 생일 선물이었습니다 장모님 댁 말티즈가 다음 주에 열 살이 된다고 강아지 전용 케이크랑 옷을 미리 사 온 거였어요 아내는 그걸 식탁에 올려놓고 사진을 찍더니 처가 단톡방에 올리더라고요 우리 막내 생일 선물 준비 완료 라고요 장모님은 바로 하트를 보내셨고 처제는 언니 최고라고 답장을 했습니다 그걸 옆에서 보는데 진짜 아무 말도 안 나오더라고요 제가 오늘 무슨 날인지 알아 하고 물었습니다 아내가 잠깐 멍하더니 아 맞다 하고 웃더라고요 미안 요즘 정신이 없어서 내일 맛있는 거 먹자 그게 다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강아지 옷 사이즈 맞을지 모르겠다며 다시 폰을 봤어요 저 서운하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내가 마흔 넘은 남자가 생일 가지고 서운해하는 게 더 웃긴다고 하더라고요 애도 아니고 왜 그러냐고요 강아지는 열 살인데 선물을 받고 저는 마흔인데 서운해하면 애가 되는 건지 제가 따지니까 아내가 그럼 내년엔 꼭 챙겨줄게 하고 방에 들어갔습니다 혼자 거실에 앉아서 회사에서 받아 온 케이크 조각을 냉장고에서 꺼내 먹었습니다\n포크도 하나 없어서 숟가락으로 먹었는데 생크림이 다 굳어 있더라고요\n먹다가 괜히 웃음이 나왔습니다 마흔 생일이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싶어서 초도 없이요 오늘 아침에 아내가 출근하면서 어제는 미안했다고 하긴 했습니다 근데 식탁 위에는 여전히 그 강아지 케이크 상자가 놓여 있더라고요 결혼 9년 차입니다 연애할 때는 제 생일에 하루 휴가까지 냈던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진짜 나이 먹고 유치하게 구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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