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에 대학 동기들이랑 1박 2일로 캠핑 가기로 했는데 아직 부모님한테 말을 못 꺼냈어. 우리 집은 아직도 통금이 12시야. 스물여덟인데. 대학 때부터 그랬고 졸업하고 나서도 바뀐 게 없어. 외박은 군대 휴가 나왔을 때 친구 집에서 한 번 잔 게 전부고 그날도 아침 7시에 아버지 전화로 깼어. 작년에 회사 그만두고 지금 이직 준비 중이라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데 그래서 더 말하기가 애매해. 돈도 안 버는 놈이 놀러는 잘 다닌다는 말 나올 게 뻔하거든. 저번 달에는 친구 생일이라 12시 10분에 들어갔는데 현관에 아버지가 불 끄고 앉아 계셨어. 진짜 무슨 공포영화인 줄 알았음. 그날 새벽 1시까지 앉아서 잔소리 들었고 다음 날 아침 밥상에서도 그 얘기가 또 나왔어. 친구들한테 말하면 다들 웃어. 처음엔 농담인 줄 알다가 진짜라고 하면 표정이 좀 이상해지고. 여자친구가 있었을 때도 이것 때문에 헤어진 적 있어. 데이트 하다가 11시 반만 되면 일어나니까 나중엔 너는 연애를 부모님이랑 하냐고 하더라. 그 말이 지금도 좀 아파. 엄마는 그래도 다 너 걱정돼서 그런 거라고 하는데 걱정이랑 통제는 다른 거잖아. 독립하면 된다는 거 아는데 지금 통장에 있는 돈으로는 보증금도 안 나와. 취업만 하면 바로 나간다고 몇 번을 다짐했는지 몰라. 일단 이번 캠핑은 그냥 말하고 가볼 생각이야. 쫓겨나면 그 김에 독립하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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