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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독재자를 다룬 영화 한 편에 갈라진 한국 사회"

독재자를 다룬 영화 한 편에 갈라진 한국 사회 박정희 전 대통령의 1974년 암살 미수 사건을 다룬 블록버스터 영화가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by 데이비드 D. 리 한국의 대표적인 가을 명절인 추석에 개봉한 영화들이 대체로 그렇듯, [암살자(들)] 역시 개봉하자마자 흥행에 불이 붙었다. 개봉 첫 나흘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단숨에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1974년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상영 중단 요구가 잇따르고, 감독과 제작진을 경찰에 고발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유명 감독 허진호가 연출한 이 영화를 두고 박정희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보수 정치권에서는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박정희와 그의 정권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961년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는 지금도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첨예하게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 중 하나다. 그의 권위주의 통치 아래 한국은 세계에서도 손꼽힐 만큼 빠른 산업화를 이뤘지만, 한편으로는 정치적 탄압이 이어졌고 시민의 자유도 크게 제한됐다. 논란은 영화관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일부 배우들은 관객과의 만남 일정을 취소했고, 자유를 위해 싸우는 기자 역을 맡은 월드 스타 이민호는 다음 주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행사 참석을 갑작스럽게 취소했다. 배우들을 향한 온라인 비난도 거세지고 있으며, 영화와 출연 배우들이 광고하는 제품을 불매하자는 움직임까지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번 논란은 박정희 시대를 한국 사회가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오래된 논쟁을 다시 끄집어냈다. 동시에 아직 해소되지 않은 정치적 갈등이 사람들이 과거의 역사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어느 편에 설 것인가 샘 박은 이 영화를 보지 않기로 한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30세의 브랜드 디자이너인 그는 “이 영화와 북한 선전영화 사이에 비슷한 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영화의 배우와 제작진을 두고 ‘공산주의자’, ‘종북 세력’이라는 낙인도 찍혔다. 한국 보수 진영이 진보 성향 인사들을 공격할 때 흔히 사용하는 표현이다. “무엇보다 이 사건은 비교적 최근의 역사이고, 지금도 생존해 있는 유가족들이 있습니다. 영화 제작진은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더라도 역사적 사실과 창작적 해석을 보다 신중하게 구분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암살자(들)]은 광복절 기념식에서 벌어진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일본에서 거주하던 재일교포 문세광은 일본에 거주하던 재일교포로, 북한 추종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을 저격하려 했지만 빗나갔고, 대신 당시 영부인이었던 육영수가 총에 맞아 숨졌다. 영화는 공범을 특정하지 않지만, 대통령실이나 정보기관 내부 인사들이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은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에 상영 중단을 요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 당일 밤을 그린 [그때 그 사람들]이 개봉했던 2005년에도 같은 요구를 한 바 있다. 기념재단은 목요일 공동 성명을 내고 영화 제작사에 공식 사과와 함께 극장 상영 중단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소속 전직 시의원은 화요일 허진호 감독과 영화 제작진을 경찰에 고발했다. 영화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부인의 암살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암시함으로써 명예를 훼손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주장이다. 금요일에는 보수 시민단체 자유연대가 영화에서 암살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관을 연기한 배우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며 경찰에 집회 계획을 신고했다고 밝혔다. 김상진 자유연대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배우에게도 정치적 균형을 위해 우파 영화에 출연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암살자(들)]을 관람한 엘리 청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자신이 잘 알지 못했던 사건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권위주의 정권과 박정희 시대를 다룬 영화인 만큼 논란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라는 이유로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 같아, 이제는 너무 지나친 것 같습니다.” 제작진은 정치적인 의도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새로운 역사적 결론을 ‘입증’하려 한 것이 아니라 영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둘러싼 이 같은 논란은 한국 법원에서도 과거 여러 차례 다뤄졌다. 북한 지도자 암살을 위해 조직된 부대를 다룬 2003년 영화 [실미도]의 경우, 영화에서 범죄자로 묘사된 인물들의 유족들이 상영 중단을 요구했지만 법원은 영화 제작진의 표현의 자유를 인정했다. [그때 그 사람들] 역시 상영이 허용됐지만, 다큐멘터리 영상을 사용한 세 장면은 삭제해야 했다. 해결되지 않은 역사 한남대학교 역사교육과 박종린 교수는 이번 논란의 핵심은 결국 한국 사회가 과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사실관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당시 벌어진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차이입니다. 역사를 바라본다는 건 본질적으로 그런 것이죠. 영화에 대한 다양한 반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박정희 정권의 유산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해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철학 및 문화연구 이택광 교수는 이번 논란의 뿌리가 1980년대 한국의 민주화 투쟁에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 문제는 1980년대에 등장한 세력들과 연결돼 있습니다. 군사독재에 맞서 새로운 정치 질서를 세우려 했던 민주화 운동 세력과, 앞선 시기에 경제 발전을 이끌었던 권위주의 정권을 지지하는 세력이 맞물려 있는 것이죠.” 이 교수는 박정희 암살 사건을 또 다른 시각에서 그린 [남산의 부장들]과 [서울의 봄] 같은 영화들이 한국 현대사를 새롭게 해석하려 했으며, 이는 특히 보수 진영에서 박정희의 유산을 정당화하려는 움직임과는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중문화를 통해 정치적 정체성과 세계관을 형성하려는 현상은 여러 차례 시민 민주화 운동을 거친 한국 사회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여전히 이런 역사적 논쟁이 해결되지 않은 나라입니다. 10년 전만 해도 신자유주의 세력이 계속해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극우 세력이 부상하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자신들의 반대가 단순히 정치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영화 매체 [더 스크린]의 박혜은 편집장은 관객이라면 누구나 사실과 다르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영화에 대해 비판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제가 우려하는 건 주요 정당의 대표가 특정 영화를 지목해 관람하지 말라고 촉구한 데 이어, 영화 제작진을 형사 고발하고 영화 자체를 정치적 논쟁의 장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입니다. 이는 관객이 자신의 의견을 밝힐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라기보다, 정치권력이 문화 영역에 개입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 편집장은 이번 논란을 지켜보면서 오히려 영화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건 사실 누구나 질문을 던질 수 있고, 누구나 그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는 사회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영화가 궁극적으로 묻는 건 성숙한 사회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느냐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고, 서로의 답을 듣고 고민할 만큼 성숙한 사회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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