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이제 8개월 됐습니다 신혼집은 처가에서 차로 15분 거리예요 집 구할 때 장모님이 자기 동네가 살기 좋다고 강하게 추천하셔서 그렇게 됐습니다 이사 들어오는 날 장모님이 짐 정리 도와주신다고 오셨는데 그때 아내가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드렸어요 저는 그냥 그날만 쓰시라고 알려드린 줄 알았습니다 근데 그 뒤로 일주일에 두세 번은 오십니다 연락 없이요 처음엔 반찬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가시는 정도였어요 고맙긴 했습니다 진짜로 그러다 어느 날은 빨래가 개어져 있고 어느 날은 제 책상 위 서류가 한쪽으로 쌓여 있고 제 속옷 서랍 정리까지 해두셨을 땐 진짜 소름이 돋았습니다 결정타는 지난주 금요일이었어요 야근하고 밤 9시 넘어서 들어왔는데 거실 불이 켜져 있더라고요 아내는 회식이라 늦는다고 했었고요 들어가 보니까 장모님이 냉장고 문 열어놓고 유통기한 지난 거 골라내고 계셨습니다 저 보시더니 웃으시면서 자네는 이런 것도 안 버리고 사냐고 하시는데 정말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네 하고 방에 들어갔어요 아내한테 말했더니 엄마가 도와주는 건데 그걸 왜 그렇게 받아들이냐고 합니다 우리 엄마가 남이냐고요 저도 남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근데 제가 집에 없을 때 누가 제 방 서랍을 연다는 게 저는 너무 불편합니다 그게 장모님이든 저희 어머니든 마찬가지예요 실제로 저희 어머니한테는 비밀번호 안 알려드렸고 오실 때도 미리 전화하시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비밀번호를 바꾸자고 했더니 아내가 그건 엄마한테 너무 상처라고 펄쩍 뜁니다 바꾸면 엄마가 바로 알 텐데 그걸 어떻게 설명하냐고요 그럼 최소한 오시기 전에 연락만이라도 해주시라고 말씀드려 달라고 했는데 아내는 그 말도 못 하겠답니다 제가 직접 말씀드리면 그건 또 사위가 장모한테 선 긋는 거라 더 큰일 날 거라고 하고요 결국 지금 제 선택지는 그냥 참는 것밖에 없습니다 어제는 퇴근하고 현관 앞에서 비밀번호 누르기 전에 한 5분을 서 있었어요 안에 누가 있을까 봐서요 제 집에 들어가는데 제가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게 진짜 어이가 없더라고요 이번 주말에 처가 가서 밥 먹기로 했는데 거기서 한번 말씀을 드려볼까 생각 중입니다 아내는 그날 말 꺼내면 이혼하자는 거로 알겠다고 벌써 선을 그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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