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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한국 정치의 급소를 찌르다

한동훈 한국 정치의 급소를 찌르다. '급소'란 눌리면 숨을 못쉬며 자지러지는 곳이다. 지금 한국 정치는 한동훈에 의해 급소가 찔려진 격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치판 전체가 자지러지고 있다. 민주당은 증오심에 길길이 뛰고 국민의힘 당권파는 질투심에 펄펄 뛰고. 한동훈이 노무현을 다시 정치의 한복판으로 불러냈다. 이 논쟁의 본질은 한 전직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가 아니다. 더 불편하고 오래된 문제, 한국 정치의 급소인 부패와 그에 대한 협조 또는 감싸기에 관한 질문이다. 경제학 관점에서 말하면, 부패가 무서운 건 그게 개인 몇 사람의 일탈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부패가 반복되고 서로의 비리를 눈감아주는 것이 관행이 되면 일종의 ‘나쁜 내쉬균형’이 만들어진다. 모두가 깨끗해지는 것이 사회 전체에 이롭지만, 다른 사람들이 부패에 협조하는데 자신만 거부하면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 공익제보자들의 고행을 떠올려보라. 그렇기에 서로 침묵하고 부패에 협조하는 전략이 각자에게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누구도 홀로 쉽게 이탈하지 못하는 균형이다. 한동훈은 그걸 찌르고 있다. '노무현 정신’이라는 추상적 언어를 내세우기 전에 구체적인 사실 앞에서 같은 잣대를 적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통해서다. '인간 노무현'에 대한 공격이 아닌 것이다. 인간 노무현 공격에 나선 이들은 한동훈 보다 오히려 좌파 진영 내 정치인들이었다. 그러다 노무현이 사라지자 그들은 교묘하게 노무현을 팔아먹기 시작했다. 윤건영 의원 사건은 상징적이다. 그는 한국미래발전연구원 기획실장 시절 직원을 국회의원실 인턴으로 허위 등록해 약 5개월간 국회사무처 급여 545만원을 지급받게 한 혐의로 기소됐고, 2025년 6월 대법원에서 사기죄 벌금 500만원이 확정됐다. 그리고 불과 두 달 뒤 8·15 특별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이 대목에서 한동훈이 던진 “노무현 정신이 도대체 무엇이냐”는 질문은 또 한번 급소를 찌른다. 노무현의 이름을 잇는다는 정치인이라면 먼저 자신의 행위에 더 엄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어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 역시 사실과 법적 판단을 구분해야 한다. 당시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회장에게서 100만 달러를 받은 사실은 공개적으로 확인됐고, 노 전 대통령도 이를 부인의 금전거래라고 설명했다. 500만 달러 문제까지 포함해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수사했지만,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최종적인 사법 판단에는 이르지 못했다. 좌파언론 한겨레 경향은 검찰 소환 당시 사설에서 비리의 사슬과 도덕성을 거론하며 노 전 대통령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노무현 성역화도 아니고 인간 노무현에 대한 공격도 아니다. 중요한 질문은 왜 한국 정치는 사람에 따라 비리의 기준을 바꾸느냐는 것이다. '더블 스탠다드' 문제다. 부패의 ‘나쁜 내쉬균형’을 깨는 첫 조건은 간단하다. 내 편의 부패부터 예외 없이 문제 삼는 것이다. ‘정신’이라는 말이 사실을 덮으면 그건 정신이 아니라 정신병이다. 권력욕과 물욕에 미쳐 수치심이 사라진 결과다. 한동훈이 찌른 한국 정치의 급소는 어쩌면 노무현이라는 한 사람의 과거가 아니다. 부패보다 더 무서운 것, 즉 내 편의 부패를 서로 눈감아주는 '나쁜 균형' 그 자체다. 그렇게 '나쁜 균형'이 고착화된 나라에선 개혁과 변화라는 말은 사치다. 절대로 개혁과 변화가 실현될 수 없다. 나라 썩어가 문드러지는 건 도덕심 문제도 아니고 정이 없어서도 아니다. 부패가 시스템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부패에 협조하는 '나쁜 균형'이 고착되어 있고 그 균형에서 홀로 이탈할 경우 불이익이 돌아갈 것을 알기에 모두가 침묵하고 부패에 협조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 되어서다. 결국 '나쁜 균형'이 한국의 급소인 것이다. 한동훈은 그 급소를 찌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한국의 정치권 전체가 자지러지는 것이다. ======================================================== 2009년 봄 진보 언론 노무현 전 대통령께 죽을 때 죽더라도 하찮은 하이에나 떼에 물려 죽지 마시고, 지도자답게 산화하십시오. 당신이 죽어야 이 땅의 민주주의와 사회정의가 부활합니다. -2009년 4월 14일 미디어오늘- # 굿바이 노무현 자신이 뿌린 씨앗 거두고 가길 노무현 정권의 재앙은 5년의 실패를 넘는다. 다음 5년은 물론, 또 다음 5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렇다면, 노무현 당선은 재앙의 시작이었다고 해야 옳다. 이제 그가 역사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란 자신이 뿌린 환멸의 씨앗을 모두 거두어 장엄한 낙조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2009년 4월 15일 경향신문 # 비굴이냐, 고통이냐/김종구 조금 매정하게 말하면, 노 전 대통령의 앞에는 비굴이냐, 고통이냐의 두 갈래 길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아프고 괴롭겠지만 지금의 운명을 긍정하고 고통의 길을 걸었으면 한다. 지금이야말로 그의 예전 장기였던 ‘사즉생 생즉사’의 자세가 필요한 때다. ‘나를 더 이상 욕되게 하지 말고 깨끗이 목을 베라’고 일갈했던 옛 장수들의 기개를 한번 발휘해볼 일이다. -2009년 4월 30일 한겨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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