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스크림이 연구실에서 정신을 차렸을 때 든 생각은 단 하나였음. 죽이자. 스타스크림은 제게 연결된 공급 케이블을 잡아뜯고 자리에서 일어섰지. 우리가 그렇게 고통받을 땐 들은 척도 안 하고 전부 제 품에 거둬가더니 이제 와서 우릴 다시 써먹겠다고? 누가 그런 걸 용납한다고 했어? 앞뒤 안 가리며 분류장을 향해 날아가던 스타스크림은 분류장을 코앞에 두고 뭔가에 부딪혀 바닥을 굴렀음. 전방 주시 안 하고 과격하게 비행하긴 했지만 이건 분명 그 때문은 아님. "어딜 가는 거지?" 그리고 마찬가지로 바닥을 구른 사운드웨이브가 동체에서 먼지를 털며 말했지. 스타스크림은 사운드웨이브를 노려봤음. 예상은 했던 일임. 그날 이후로 사운드웨이브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단 걸 느낄 수 있었으니까. "내가 어딜 가든 무슨 상관이야." "스타스크림: 상태 이상." 사운드웨이브는 냉정하게 말했지. 스타스크림은 코웃음을 쳤음. "내가 이상하다고? 스스로를 좀 돌아보는 게 어때." 사운드웨이브는 스타스크림의 말을 진지하게 듣는 눈치가 아니었음. 정신 불안정으로 아무데나 공격성 발언을 내뱉는 걸로 판단하고 있었지.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만, 스타스크림은 똑같은 상태 이상을 겪고 있는 녀석의 충고를 들어줄 만큼 여유롭지 못했음. "거기서 비켜." "이유." "몰라서 물어? 그 망할 사서 견습생을 죽여버릴 거야." 사운드웨이브는 심기가 몹시 불편해보였지. 스타스크림에게서 기록 분류장을 더 완벽히 감추기 위해 왼쪽으로 한발짝 더 움직이기까지 함. "이유." "비켜. 명령이야." "거절." 스타스크림이 사운드웨이브의 앞까지 걸어갔음. 그리고 목을 틀어쥐었지. 카세트덱에서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음. 하지만 사운드웨이브는 별 동요 없이 스타스크림이 하는 짓을 보고 있을 뿐임. 스타스크림은 그대로 사운드웨이브를 당겨 시선을 맞췄음. "네가 대체 언제부터 내 말을 무시하고 어디서 굴러먹었는지도 모르는 그라운더 따위를 신경 썼다는 거야." "스타스크림: 휴식 필요." "그러는 넌 단 한순간의 휴식도 없이 날 감시하고 있던 이유가 뭔데?!" 스타스크림이 이를 갈며 말했음. "스타스크림: 상태 이상." "그럼 내가 지금껏 훈련장에서 애들 패고 다닐 땐 뭐하다가 이제 왔는데!" 바이저 너머의 침착하기 그지 없던 옵틱이 한순간 흔들렸지. "스타스크림: 오라이온 팍스를 공격할 가능성이.." "그래! 처음으로 돌아갈까?! 대체 네가 그 그라운더 꼬마를 신경쓰는 이유가 뭐냐고!" 사운드웨이브는 그제야 혼란스러운 기색을 보였음. 단지 스타스크림이 돌발 행동을 할까봐 걱정했다기엔 특정 메크를 과하게 신경쓰고 있었어. 그리고 그걸 스스로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었음. 아마... 그게 자신에게 너무 자연스러운 상태였기 때문에. 사운드웨이브는 이 감각을 알고 있었음. 맹목적으로 믿고 따르고 애정하며 보호하는 그 감각이 너무나도 익숙했어. 사운드웨이브의 전신에 차가운 전기 신호가 올라왔지. 설마. 스타스크림은 사운드웨이브를 옆으로 밀치고 분류장으로 가려 했음. 하지만 사운드웨이브가 다시 앞을 막았음. "비켜." 사운드웨이브는 대답하지 못했음. 손끝이 덜덜 떨리면서도 분류장으로 가는 길목을 지켰지. 스타스크림은 이제 더 봐주지 않았음. 사운드웨이브를 공격하자 사운드웨이브는 혼란에 빠진 상태에서도 반사적으로 방어했지. 그 모습은 사운드웨이브와 스타스크림 둘 모두에게 익숙한 충격을 줄 거임. 하이가드는 프라임을 보호하고 그 명에 따를 때 전투 효율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곤 했거든. 당연하게도 프라임을 모두 잃고 난 뒤 다시 느낄 수 없던 감각이었지. 아니야. 나는 더이상.. 그런 게... 사운드웨이브는 그 예민하던 청각 센서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을 정도로 브레인 모듈이 하얗게 변했음. 스타스크림의 두번째 타격은 유효했지. 사운드웨이브가 나가떨어지는 걸 확인한 스타스크림이 다시 몇걸음 옮기기 무섭게 사운드웨이브가 다시 앞을 막아섰음. "너도 이제 알잖아. 이걸 끝낼 방법은 하나 밖에 없어." 스타스크림이 말했음. 하지만 사운드웨이브는 적극적으로 스타스크림을 막지도 못하고 비켜서지도 못하며 그저 덜덜 떨면서 그 앞에 동체를 웅크릴 뿐임. "...보류 요청." 이윽고 간신히 나온 말은 그것 뿐이었음. "부탁. 제발." 스타스크림은 결국 사운드웨이브를 모른 척 할 수가 없었지. 스타스크림은 비참함에 빠진 카세트 플레이어를 내버려두고 뒤를 돌았음. 스타스크림을 제외하면 캠프는 오늘도 평화로웠음. 좋댄다 망할 자식들. 프라이머스가 우리한테 무슨 엿을 준비해놨는지도 모르고. 뭐가 됐든 건수만 있으면 잡아족칠 생각으로 가득했던 스타스크림의 옵틱에 들어온 건 다름아닌 D-16였음. 친해지자고 치대는(이쪽 문화를 모르는 입장에선 그냥 시비거는 걸로만 보이겠다만) 하이가드들 사이에 둘러싸여 연전연승을 거두고 있었지. 옆을 보니 다른 그라운더 친구들도 보임. "좀 살살해 디." "안 말려도 돼?" "다 이기고 있는데 뭐하러." 이게 이 그들이 노는 방법인 걸 어렴풋이 알았는지 그냥 내버려두는 눈치임. 옆에서 노란 자동차만 쩔쩔 매면서 메크들이 하나둘씩 나가 떨어질 때마다 놀라 움찔거리는 중임. "살살하라고?" 스타스크림은 엘리타의 뒤에서 나타났지. 비가 비명을 질렀음. 덕분에 이목이 이쪽으로 쏠렸지. 디도 자기가 들고 있던 메크를 내던지고 이쪽을 봤음. "건방진 소리 집어쳐." 스타스크림은 엘리타를 노려봤음. 알고 있어. 더이상 자신들은 전성기 때의 하이가드가 아니란 걸. 프라임을 잃어버린 하이가드가 예전과 같을 수는 없었음. 하지만 그렇다고 50사이클은 되었을까 한 어린놈들한테 무시 당할 수준도 아니야. 아니여야만 해. 우린 그들이 없이도 살아갈 수 있어. 이미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그렇게 살아왔어! 스타스크림의 널레이에서 불꽃이 튀는 순간, 스타스크림과 엘리타 사이에 뛰어든 디가 스타스크림을 잡고 굴렀음. 하지만 스타스크림은 오늘 더 바닥을 뒹굴고 싶은 생각이 없었지. 그대로 디를 낚아채어 부스터를 켜고 자세를 뒤집었음. "야 스타스크림이랑 D-16이랑 붙는다!!" 하이가드는 빅이벤트에 그저 신나하고 있을 거임. 둘의 싸움을 구경하러 하이가드가 몰려들었음. 싸움 붙은 멤버만 좀 달라졌을 뿐 평소와 다를 거 없는 풍경이지만 엘리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봤지. 방금 전 본 스타스크림의 표정은 그냥 재미로 싸움을 거는 다른 메크들과 분명히 달랐어. "지상에는 왜 온 거야." 바닥을 긁고 벽에 부닺힌 디에게 스타스크림이 말했음. 디는 어지러움에 살짝 고개를 털었지. 옵틱이 확장된 스타스크림은 누가 봐도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음. "우리한테 대체 뭘 원해서?" 디는 헛웃음을 터트렸음. 그리고 목을 뚜둑 꺾으며 자리에서 일어섰음. "우리가 너흴 만나러 왔다고? 자의식이 너무 강한 것 같은데." 디는 스타스크림에게 달려들었지. 스타스크림이 날아서 피하려 했지만 발이 잡혔음. 부스터를 켜고 버티자 디는 스타스크림을 향해 캐논을 발사했지. 스타스크림이 캐논을 피하려 방향을 튼 순간 디는 팔 힘으로 스타스크림을 끌어내렸음.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스타스크림이 다시 한번 디에게 끌려갔지만 스타스크림은 디에게 발길질을 하여 벗어날 거임. "뭐, 원한 건 있었지. 대단하신 놈들이었다기에 센티넬과 싸울 때 쓸만할까 싶었으니." 디는 립플레이트가 찢어져 흐른 에너존을 대충 닦았음. "너무 수준 떨어져서 그 기대도 버린 지 꽤 됐지만." 디의 도발에 넘어온 스타스크림이 디에게 달려들었음. 디는 이번엔 스타스크림의 부스터에 밀리지 않고 버텼음. 그리고 스타스크림의 목을 틀어쥐고 바닥에 처박았음. 스타스크림이 빠져나가려는 기색이 느껴지자 주먹을 몇번 내리쳤지. "리더가 이 모양인데 제대로 돌아갈 리가 있나." "입 다물어!!" 스타스크림은 버둥거렸지만 디가 완전히 올라타 틀어쥐자 벗어날 수가 없을 거임. 난 노력했어. 프라임이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하이가드가 되고 싶지 않아서 갖은 애를 썼어. 그런데.. 그런데 결국은.. "내가 이끌겠어." 분함을 견디지 못해 디의 팔을 긁어대던 스타스크림이 그 순간 멈췄지. "쓸데없는 계산이나 생각 따윈 집어치워. 너흰 내가 하자는 대로 따라오기나 해. 여기 겁쟁이처럼 틀어박혀 있는 것보다 훨씬 나은 선택지를 제공해줄테니." 디는 스타스크림의 헤드에 캐논을 들이댔음. "우린 아이아콘으로 돌아간다. 센티넬을 끌어내리고 그자식이 지금까지의 모든 걸 갚게 해줄 거야." 디는 자신의 행동을 협박으로 정의했지. 겉으로 봐도 객관적으로 훌륭한 협박으로 보였고. 그렇기에 디는 스타스크림이 건방진 소리 말라며 날뛸 걸 제압할 준비만 하고 있었음. 스타스크림이 저런 표정을 지을 거라곤 전혀 상상도 못했단 말임. 스타스크림은 언제 악귀 들린 것처럼 악을 썼냐는 듯 멍한 얼굴이었지. 그러더니 갑자기 미친듯이 웃기 시작했음. 디는 스타스크림이 자신의 제안을 비웃는 거라 판단했음. 스타스크림이 제게 들이밀어진 캐논을 끌어당겨 얼굴을 부비기 전까진. 디는 스타스크림이 그런 행동을 하며 자신을 보는 표정에 순간 움찔했지. 뭔가 좀 이상한 영역에 발을 들인 것 같은데. "─습격이다!!" 그리고 둘의 대치는 애매한 형태로 끝을 맺고 말았음. 스타스크림이 디에게 뭔가 말을 하려던 그 때 캠프에 센티넬의 부대가 들이닥쳤어. 젠장, 너무 소란피웠나? 디는 스타스크림을 놓고 습격에 대응했음. 스타스크림도 재빠르게 일어서 공격을 가했지. 평화롭게 싸움 구경이나 하던 하이가드 캠프가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었음. 밤이 지나고 날이 밝아서야 센티넬의 부대가 물러가 상황을 수습할 수 있었음. 디는 난장판이 된 캠프를 둘러봤지. 피해가 심각하군. 절반은 잡혀간 것 같음. 원래 말 안 들으면 혼자서라도 센티넬을 치려고 했으니 감당 가능한 정도지만. "디!" 생각에 빠진 디에게 비가 달려왔음. 여기저기 흙먼지가 묻긴 했지만 상태는 괜찮아보임. 비는 초조하게 말했음. "엘리타가 잡혀갔어! 날.. 구해주려다.." 비가 울상이 되어 울먹이자 디는 비의 어깨를 몇번 두들겼지. 그러고보니 이 근처일 텐데. 누군갈 구해주려다 대신 피해를 입은 메크가 디가 알기론 한명 더 있음. 디는 두리번거리다가 건물 잔해를 치웠음. 몇번 반복하니 붉은 씨커가 그 아래 깔려있었지. 잔해를 치워주자 스타스크림이 쨍알거리는 목소리로 투덜거렸음. "좀 일찍일찍 발견하면 덧나냐." "구해줘도 난리군." "누가 먼저 구해줬는데?" 스타스크림은 천천히 일어섰음. 부상이 좀 있는지 살짝 구부정한 자세임. 스타스크림을 발견한 하이가드들이 그 근처로 모였음. 스타스크림은 잔해에 깔려있던 부위를 문지르며 주변을 살폈지. "사운드웨이브랑 쇼크웨이브는." "안 보여. 잡혀간 것 같아." 순간 스타스크림의 옵틱이 훅 커졌음. 그 둘이 없다고? "분류장은, 기록 분류장에 있던 녀석은 어떻게 됐어?" 옆에서 다른 하이가드가 고개를 저었지. "안 그래도 가봤는데 없었어." 안돼. 스타스크림은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음. 증오와 원망과 갈망 따위로 복잡하던 브레인 모듈이 순식간에 단어 하나로 가득 찼지. 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 "무슨 일이야." 패닉에 빠져 당장이라도 뛰쳐나가려는 스타스크림을 붙든 건 디였음. 스타스크림은 디를 돌아봤지. 디는 스타스크림을 꽉 붙든 채로 말했음. "말해 스타스크림. 분류장에 있던 녀석이 누굴 말하는 거야." 그렇게 말하는 디는 이미 그게 누구인지 어느 정도 확신을 하고 있는 듯했음.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불안한 표정이 아닐 테니까. 디셉옵티 디셉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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