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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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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생각과 대화를 정리했습니다.

​지금 제 가슴을 가장 답답하게 하는 것은 당 지도부의 얄팍한 계산이나 정치권 인사들의 엇갈린 행보가 아닙니다. 가장 뼈아픈 것은 이재명 대통령과 현 정부가 보여주는 모습에서 느끼는 깊은 실망감과 근본적인 배신감입니다. ​이 정부가 어떻게 탄생했습니까? 조국 일가 사냥으로 시작된 검찰 쿠데타, 추미애 장관에 대한 항명, 온갖 법조 기득권과 언론, 그리고 여론조사 가스라이팅까지 합세해 윤석열 당시 후보와 영합하며 벌어진 뼈아픈 대선 패배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후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정국과 암살 미수 사건, 파기환송이라는 거대한 사법 리스크를 견뎌냈습니다. 나아가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기습적인 비상계엄 선포를 시민과 국회의 힘으로 무너뜨린, 사실상의 '내전'이자 '멸망전'을 뚫고 세운 정부입니다. 그렇다면 이 정부는 마땅히 그 뜨거웠던 열망에 부응해 혁명적 수준의 권력기관 개혁, 이른바 '칼춤'을 보여주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굳건했던 믿음은 처음부터 흔들렸습니다. 오광수 전 민정수석 임명을 둘러싼 논란, 이어진 봉욱 민정수석 발탁 과정에서 불거진 '검찰 출신 편중' 우려, 그리고 개혁적이라기보다는 관리형에 가깝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었던 정성호 법무부 장관 임명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검찰 개혁의 핵심 과제였던 형사소송법 개정은 미적거리더니, 급기야 최근 중대범죄수사청 초대 청장 후보로 김지용 씨를 낙점하면서 개혁의 동력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그 믿음마저 산산조각 나고 말았습니다. ​심지어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개혁은 고통을 수반하니, 기득권을 양보해야 하는 분들의 아픔을 위무하며 실용적으로 해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낡고 부당한 기득권을 타파하라고 했더니, 도리어 그들을 위로하겠다는 스윗한 태도에, 권력기관 개혁을 열망했던 저로서는 아연실색을 넘어 깊은 모욕감마저 느꼈습니다. ​'실용'이라는 미명 아래 엿보이는 기득권과의 영합은 경제·노동 분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이 대통령이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 회장 등 재벌 총수들 앞에서 90도로 고개를 숙인 장면은 제 머리에 깊은 물음표를 남겼습니다. 국가의 지도자라면 마땅히 새벽 별을 보며 일하는 노동자, 공장과 연구소의 연구원, 나라를 지키는 군인과 소방관 같은 평범한 국민에게 허리를 굽힐지언정, 거대 자본과 기득권 앞에서는 당당해야 했습니다. ​대선 공약이었던 '주 4.5일제'는 자취를 감췄고, 호남 반도체 메가특구를 명분으로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이라는 노동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자본 기득권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노동자의 권리는 후퇴시키는 씁쓸한 역주행을 보는 것 같습니다. 미적거리는 권력기관 및 사법부 개혁, 자본에 끌려다니는 듯한 행보를 보며 결국 기득권에 타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듭니다. "차라리 취업 사기를 당했다고 생각하겠다"는 자조 섞인 탄식이 터져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이러한 국정 후퇴는 척박한 환경을 스스로 딛고 일어선 자수성가형 정치인 특유의 "내가 해온 방식이 성공했으니, 앞으로도 내 방식이 맞다"는 강한 행정적 자신감과 아집에서 기인하는 듯합니다. 이 대통령의 여러 저서를 읽어보아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저서 '운명'이나 퇴임 후 펴낸 '변방에서 중심으로' 등에서 느껴졌던 시대에 대한 뭉클한 부채의식이나 묵직한 신념의 궤적, 그리고 한반도 경영에 대한 큰 그림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의 정치적 궤적과 인연을 살펴보면, 이 대통령에게선 김대중·노무현의 가치를 잇는 진영 내 전통적 지지층을 향한 본능적인 거리감이나 묘한 콤플렉스마저 엿보이는 듯합니다. 이는 이 대통령의 정치적 뿌리로 불리는 정동영 장관의 과거 행보와도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정동영 장관은 과거 2007년 대선 경선 국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현직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탈당을 압박하며 각을 세웠던 인물입니다. 당시 유시민 전 장관으로부터 "참여정부가 필요할 때만 단물 빼먹는 곶감 항아리냐"는 매서운 일침을 듣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걷고 있는 얄팍한 실용주의 노선은, 과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노무현 정신마저 저버렸던 그 시절의 씁쓸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더욱이 대선 승리 이후 쓴소리할 사람이 사라지자, 트위터에서 네티즌과 직접 설전을 벌이며 "좌아하게" 같은 표현을 쓰는 모습은 스스로 국가 기관이라는 무게감을 잊고 자신을 '짜치게' 만들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언어는 공식적이고 정제되어야 합니다. 정치인은 우스워지고, 나아가 대중의 조롱 대상이 되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여기에 더해, 당 안팎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부 스피커들과 '뉴이재명'을 자처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신진 세력들은 개혁을 외치는 지지자들을 시대에 뒤떨어진 한심한 이들로 매도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벌이는 '뺄셈의 정치'는 민주당 지지층의 역동성과 결집력을 안에서부터 갉아먹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지지층이 길을 잃었다면 당이라도 중심을 잡아야 하지만, 현재 민주당 지도부에게는 그럴 의지도 능력도 엿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을 미리 경고하며 정국을 대비하게 한 김민석 대표의 역사적 공로는 분명히 인정합니다. 저 역시 그 공로로 인해,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저주하며 정몽준 캠프로 날아갔던 그의 뼈아픈 정치적 과오에 대해 일종의 '면죄부(까방권)'를 주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책임을 지고 앞장서야 할 '1인자'의 그릇이라기보다는, 손익을 계산하며 대권으로 직행하려는 '2인자(전략가)'의 조급함만 보일 뿐입니다. ​송영길 전 대표 역시 과거 계양을 지역구를 양보하며 정치적 돌파구를 마련해 준 결단은 평가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토록 기민했던 결단은 아마 과거에도 없었을 것이고 앞으로도 없을 단 한 번의 움직임일 것입니다.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세게 비판하다가,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엔 친문을 자처하고, 당 대표 이후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지지자들을 디스하더니, 결국 이재명 대통령에게 향한 자신의 유불리에만 따른 행보들은 저에게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그에게 큰 정치적 기대를 걸기 어렵게 만듭니다. 그의 아킬레스건인 변희재, 최대집과 소나무당을 창당한 기행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요. ​어쩌면 지금의 당 지도부와 대통령은 내년(2027년) 4월로 예상되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오세훈 시장의 대법원 판결 결과에 따라)가 열리는 것 자체를 내심 원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는 그들에게는 결과에 따라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차라리 그 선거에서 민주당이 뼈아픈 패배를 겪어야 한다는 극단적인 생각마저 듭니다. 패배의 충격으로 지도부 체제가 흔들리고 대통령 지지율에 심대한 타격을 입어야만 비로소 당과 정권이 제정신을 차리고 쇄신에 나설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막상 선거가 닥치면 민주 진영의 승리를 위해 다시금 뛸 수밖에 없는 것이 지지자의 얄궂은 숙명이겠지만 말입니다. ​이제 저는 낭만적인 환상을 거두려 합니다.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에게, 개혁을 열망하는 시민과 당의 지지가 대권 쟁취를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면, 저 역시 이전 정권의 폭정을 끝내기 위해 그를 철저히 '도구'로 썼을 뿐이라고 냉정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애초에 제게 유시민 작가가 뜻을 함께하는 동지라면, 이재명 대통령은 정권 교체를 위한 도구였을 뿐입니다. ​코스피 2, 3만 달성이나 통일과 같은 거대한 역사적 성과를 단기간에 이루어내지 못하는 이상, 오직 정책 주도의 지지율 성장에만 몰두하는 얄팍한 실용주의 노선으로는 한 번 돌아선 코어 지지층의 상처 입은 마음을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민주당 내부에 건강한 긴장감을 불어넣고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진영 내 새로운 리더십에 힘을 실어주어 차기 주자가 더욱 강력한 대안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코어 지지층의 사랑은 끝났지만, 정부가 붕괴하지 않을 우정은 유지해야 한다." ​김어준 총수의 이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헌정 질서를 위협했던 초유의 계엄 사태를 막아내고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를 지켜낸 공로가 있으니, 이 정부가 스스로 무너지지 않도록 방어하는 선에서 최소한의 존중은 지킬 용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저는 지금 정부가 우리의 눈치를 보도록 만들고, 이상한 행보를 하지 않게 철저하게 견제하며, 다음 총선에서 혁명 수준의 물갈이를 통해 민주당을 완전히 재탄생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맹목적인 사랑과 무조건적인 지지는 여기까지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권력기관 개혁, 문재인 전 대통령의 국가적 위기 극복, 그리고 유시민과 조국 등으로 이어져 온 진보 진영의 뜨거운 신념의 서사를 기억하고 계승하는 것은 깨어있는 시민들의 분명한 몫입니다. ​기득권의 아픔이나 위무하는 타협적인 실용주의자가 아니라, 불타는 신념으로 개혁의 최전선에서 흔들림 없이 끝까지 함께할 '새로운 차기 주자'를 발굴해 내는 것. ​ 그것이 비록 우리가 뽑았지만 우리를 저버린 정권마저도 냉정하게 도구로 쓸 줄 아는, 깨어있는 주권자가 걸어가야 할 위대하고도 험난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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