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를 오래 했습니다. 앰프도 바꾸고, DAC도 바꾸고, 소스기기도 바꾸고, 케이블도 바꿨습니다. 그런데 오래 하다 보니 생각이 반대로 바뀌더군요. 좋은 음원을 최대한 덜 건드리고, 좋은 스피커까지 가장 짧게 보내면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지금은 아주 단순하게 갑니다. 소스는 Apple Music 무손실, 최대 24bit / 192kHz. 재생은 Mac mini M4. 스피커는 Genelec 8361A. 8361A 안에 DAC, DSP, 앰프가 다 들어 있으니 굳이 중간에 기기를 여러 대 둘 이유가 없습니다. 제가 중요하게 본 건 하나였습니다. 음원을 가공해서 좋은 소리를 만드는 것보다, 원래 정보를 최대한 그대로 스피커까지 보내는 것. 제대로 들을 때는 Mac mini로 무손실 재생을 합니다. 하지만 매번 각 잡고 듣는 건 아닙니다. 집에 들어와 그냥 음악을 틀고 싶을 때는 갤럭시에서 LDAC으로 연결합니다. 완전한 무손실은 아니지만 실제 차이는 생각보다 작습니다. 집중해서 비교하면 고역의 끝, 피아노 감쇠음, 홀의 잔향 정도에서 차이를 찾는 수준입니다. 그래서 제 사용법은 단순합니다. 집중 감상은 Mac mini 무손실. 편하게 들을 때는 스마트폰 LDAC. 네트워크 플레이어도 생각해봤습니다. 폰을 리모컨처럼 쓰면서 무손실로 들을 수 있으니 분명 편합니다. 그런데 제 경우에는 Mac mini를 없앨 수가 없습니다. Genelec은 가끔 GLM으로 룸 보정과 캘리브레이션을 해야 하고, Mac mini는 평소에도 여러 용도로 써서 어차피 항상 켜둡니다. 이미 빠르고 강력한 컴퓨터가 시스템 옆에 있는데, 오디오 전용이라는 이유로 또 하나의 기기와 전원, 앱, 리모컨을 추가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Genelec의 ISS를 적극적으로 씁니다. 신호가 없으면 스피커가 알아서 잠들고, 음악을 재생하면 자동으로 깨어납니다. Mac mini는 늘 켜져 있고, Genelec은 알아서 자고 깨어납니다. 집에 들어와 폰을 연결하고 재생을 누르면 끝입니다. 앰프 전원, DAC 전원, 입력 선택, 리모컨 찾기 같은 과정이 없습니다. 돈을 거의 전부 스피커에 썼습니다. Mac mini는 싸고 강력하고, Apple Music도 싸고, 중간 기기는 필요한 기능만 정확히 하면 됩니다. 결국 마지막에 공기를 움직이는 건 스피커니까요. 예전에는 CD와 SACD를 샀습니다. 음반에 쓴 돈만 수백은 될 겁니다. 중학생 때는 재즈 CD 한 장을 사려고 두 달씩 돈을 모았습니다. 다음 음반을 사는 데 또 두세 달이 걸렸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샀던 음반을 지금 다시 듣고 있습니다. 검색하면 몇 초 만에 나옵니다. 그때는 한 장의 음악을 듣기 위해 몇 달을 기다렸는데, 지금은 그 음반에서 수천 장의 다른 음악으로 바로 이어집니다. 생각해보면 이게 가장 큰 변화입니다. 24bit, 192kHz도 좋지만, 좋은 음악을 거의 무한대로, 바로 찾아서, 좋은 음질로 들을 수 있다는 것. 오디오를 오래 하면서 기계는 점점 줄었고, 음악은 훨씬 많아졌습니다. 지금은 그게 가장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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