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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의 나홀로 하루 여행기^^ (feat. 감곡, 남양주, 당..

82횐님들~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감싸는 공기 맑은 가을날이예요! 요새 바람이 들었는지 눈만 뜨면 나가고 싶어져서 기차나 버스를 타고 여행을 했어요 제가 새나라의 어린이과라 새벽에 일어나는데 일찍 나와서 버스터미널에서 현장에서 표를 사든가 코레일톡으로 기차표를 사든가 해서 그냥 떠났어요 우리나라는 교통편이 잘 되어있고 교통앱도 좋아서 혼자 뚜벅이 여행이 할만하다고 생각해요 요며칠 세군데를 다녀왔는데 모두 82 댓글에서 보고 저장해 두었다가 실행에 옮겨봤네요 ^^ 감사드리며 후기 나눠봐요 첫째날, 충북 감곡매괴성모성지 사과빛 붉은 벽돌로 지은 아름답고 정갈한 느낌의 본당과 주변의 유럽 수도원 분위기의 정원, 예수님 상이 있는 넓은 광장, 7발의 총탄을 맞고도 부서지지 않은 성모상, 성모동굴, 뒷산 십자가의 길.. 등 혼자 가도, 여럿이 가도 차분하게 걷고 휴식도 하고 믿는 사람들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아닌 사람도 마음을 가다듬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고즈넉하고 푸근한 곳이었어요 제가 간 날도 사람이 없었지만 상관없이 여기저기 둘러보고 뒷산 십자가의 길도 걸어서 정상의 십자가도 보고 박물관 안에 들어가 다락방에서 성경필사도 하고 탁트인 광장 큰 나무 아래 나무 테이블에서 시원한 바람 맞으며 가져간 책도 읽고 선명한 파란색의 하늘에 쨍한 가을 햇살이 아름다운... 오래 머물고 싶었던 곳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바람만 불면 여기저기 우다다다.. 툭툭 딱딱! 하며 밤송이와 도토리가 비오듯 떨어지는 소리가 너무 좋았어요 진짜 가을의 소리랄까... 한번은 너무 심하게 불어서 우박처럼 다다다 떨어지는데 와 신난다 하다가 문득 저 밤송이가 내 머리에 꽂히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얼른 메고있던 가방을 머리에 얹고 벌서는 자세로 산길을 걷기도 했네요 ㅎㅎ 그리고 식당 커다란 테이블 몇십개에 가득 널려있던 노랑 주황의 꽃들! 지나가다 어느 문 쪽에서 노란 황금빛이 새어나오길래 봤더니 테이블 위 신문지에 수북이 따놓은 꽃들의 빛이 반사되어 사방 벽과 천정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었는데 어느 꽃밭 못지않은 장관이었어요 !!! 동서울터미널에서 시외버스로 한시간 반이고 정류장에 내려서 도보 10분이라 가기도 편하고.. 가을이면 한번씩 가서 거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떠나기 전 때지난 점심으로 먹은 구수한 보리밥과 된장국도 가을에 어울리는 속편하고 입맛도는 식사였고요 그날 주인할머님이 밭에서 막 따서 무쳐주신 조선배추 겉절이가 사각사각 달작지근하면서 시원한게 별미였어요 접시 한가득 주신 8가지 나물과 흰자위를 드레스 자락처럼 나풀나풀 예쁘게 부쳐주신 계란후라이도 예술이었고요^^ 둘째날, 남양주 물의 정원 여기는 집에서 2호선과 경의중앙선 타고 2300원으로 운길산 역까지 도보 포함 한시간 20분 정도 걸려서 갔는데 이른 아침에 갔더니 사람이 없어서 '강산이 다 내꺼다!' 속으로 외치며 배부른 맘으로 신나게 거닐었어요 두시간 정도 걷고는 그네의자에 앉아 커피 마시며 책 읽다가 물멍하다가... 신선놀음 좀 했죠 제가 사람들 바글거리고 떠들썩한 유원지 스타일은 안 좋아하는데 여기는 가게나 식당, 카페, 매점도 없이 화장실 하나와 여기저기 벤치 정도가 전부인... 아무 것도 없이 북한강물과 나무, 풀, 탁트인 하늘이 전부인 곳이라 조용한 곳을 사랑하는 분들, 커피한잔 마시며 멍때리거나 책읽거나 마냥 걷기 좋은 곳이었어요 강물 찰박이는 소리, 한번씩 들리는 기차 소리, 바람불어 바스락거리는 잎사귀 소리, 목탁소리 3배속같은 딱다구리 소리, 무수한 윤슬, 코스모스와 물풀, 강가에 늘어진 멋진 나무가지들, 강건너 겹겹의 산들이 보여주는 실루엣과 탁트인 하늘.. 등 시청각이 즐거운 곳이예요 점심 때가 가까워오면 사람들이 늘어나니 호젓함이 줄고 활기가 넘치고요 사람없는 곳에 가니 생각지 못한 생각들을 접하게 되어 좋았어요 참, 점심은 버스타고 근처 순두부집 가서 맛있게 먹었어요 셋째날, 충남 당진의 다소 당혹스러웠던 여행 ^^ 이날도 5시반에 일어나 할거 하고 코레일톡에서 기차표를 사서 7시에 나갔어요 하지만 카카오맵만 믿고 뚜벅이 나들이 나가서 뒷통수 맞기는 처음 ㅎㅎ 아산가는 기차 안에서 야무지게 다음 동네로 가는 기차편과 버스 번호도 다 알아뒀는데 내려서 보니 동네 이동하는 기차는 2-3시간마다 있고 농어촌 버스는 하루에 두번 있을까 말까.. 시간표라는게 아예 없음 ㅎㅎ 동네가 무슨 영화세트장같이 다 문닫고 사람도 없고 정류소 표지판은 페인트가 벗겨져 한 30년전 즈음 버스가 다니던 곳이었다고 알려주는 유물 같았던... 그리하야 낯선 곳에서 몸으로 때우는, 예측불가의 뚜벅이 여행이 시작됨 계획은 소용이 없어졌지만 한번 움직일 때마다 머리를 쓰고 몸으로 때우며 이 난관을 어떻게 타결할까 고민하는 상황이 오히려 재미와 설레임을 더하는 바람에 겉으로는 "이게 뭐야!"하면서도 속으로는 은근히 즐겼죠 ^^ 덕분에 예산 평야의 알알이 꽉 들어찬 묵직한 벼이삭을 원없이 멀리서 & 가까이서, 위에서 &아래에서 관찰하고, 평야를 덮고도 남는 360도 하늘을 가슴 꽉차게 보고, 논두렁 밭두렁길도 실컷 걷고, 사람도 차도 없어서 뭐라도 물어보고 싶어도 한국말로 물어볼 사람도 없는, 한국인데 한국 아닌듯한 동네를 끝없이 걸으며 가끔 벼밭을 쓸고 지나가는 쏴~~하는 바람 소리에 나도 같이 흥분하고, 쨍한 분홍과 흰색의 코스모스에 같이 몸 흔들고, 뭉친 양털같은 구름에 손뻗쳐 쓰다듬다가, 흔들리는 나뭇잎들 사이로 반짝이는 가을 햇살을 썬탠하는 맘으로 쪼이다가, 어느 농가의 감나무 주홍빛에 같이 물들다가, 골목 한쪽에 수박만한 맨드라미의 불타오르는듯한 붉음에 감동받아 한참을 바라보다 쓰다듬다가... 그랬네요 너무 오글거리나요? 가을이니 용서해 주셔요 ㅎㅎ 전철, ktx, 무궁화호, 새마을호,.. 기차는 종류별로 다 타고 그나마 카카오택시가 가능해서 다행 그런데 동네가 좁아서 두번째 택시를 불렀는데 문열고 타니 기사 아저씨가 아까 타신 분이네요? 했다는 ㅎㅎ 식당도 2인만 받는 곳이 대부분이라 퇴짜 맞고 기껏 찾아간 집은 문이 잠겨있고 ㅎㅎ 겨우 분식집 하나 찾아서 순두부 시켜서 생존을 위해 싹싹 비우고.. 쌀농사 짓는 곳이라 그런가 밥은 기름진게 맛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 오고 나니 이상하게 드넓은 평야와 하늘과 바람이 자꾸 생각나요 솔뫼성지 뒷편의 논밭과 신리성지가 자리한 예산평야의 한가운데 하늘과 맞닿은 그곳! 어디를 봐도 내 시야는 반으로 나뉘어 위의 반은 하늘색, 아래 반은 누런 색으로 꽉찬게 로스코 그림의 현실 버전이었던 그곳! 논두렁에 앉아서 묵직하게 고개숙인 벼이삭을 코 앞에 두고 벼 잎 사이로 하늘을 올려다보니 논 개구리의 시선이 이런걸까? 하는 궁금증이... ㅎ 혹은 무장공비의 시선? ㅋ 바람이 쓸고 지나가는 논을 바라보니 영화 살인의 추억도 생각나고.. (마침 옆에 도랑과 배수구도 있었음) 참, 신리성지 미술관 꼭대기 전망대에서 사방을 내려다보면 경비행기 조종사의 시선으로 볼 수도 있어요 ^^ 성당을 옆에 두고 한국의 쌀밭을 바라보며 가져간 빨강머리 앤 책 속의 따발총 수다와 흥분과 세상 무너지는 절망이 오고가는 앤의 이야기를 읽는 시간은 묘하기까지 했어요 ^^ 마지막에 들렸던 신리성지에서 평야를 바라보며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다가 어느새 방문객들이 다 빠져나가고 햇빛도 낮게 깔리는걸 보니 더 늦으면 택시도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5시가 되기 전 택시를 불렀는데 기사님이 잘하셨다고.. 이 동네에서 시간이 늦어지면 택시도 안 잡힌다는 소리에 가슴 쓸어내리며 기차역으로 갔어요 친절한 기사분님이 가는 동안 동네 역사와 교통편에 대한 조언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셔서 재미있게 들으며 기차역에 도착하고, 기차역에서 친절하게 도와주신 직원분 덕에 맘편히 기차 기다리며 동네 한바퀴 돌고 서해안 일몰을 기차 창으로 맞으며 저녁 8시에 집에 도착 기차 안에서 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들은 최백호와 조덕배의 노래는 가을 분위기를 한층 돋구었고요 즉흥적으로 떠난 13시간의 가을 나들이는 예산평야의 쌀알만큼 토실토실 알차고 기분좋은 여행이었어요 차 두고 왜 그리 고생을 하냐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텐데 매끄럽고 순탄한 여행에 없는 나름의 재미와 묘미를 즐기는 사람도 있답니다 이번주엔 어딜갈까, 전라도로 갈까 생각 중이예요^^ 가을이 하루하루 줄어드는게 아깝네요 우리 열심히 즐겨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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