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공장이 구미로 옮기면서 주말부부가 된 지 3년 됐어요 처음엔 다들 부럽다고 했습니다 주말부부는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느니 하면서요 해보니까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은 안 해본 사람들이더라고요 그동안 느낀 거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어볼게요 금요일 밤 고속도로가 일주일 중에 제일 기분 좋은 시간입니다 근데 집에 도착하면 그 기분이 한 시간을 못 가요 애들은 아빠 왔어 한마디 하고 방에 들어가고 아내는 피곤하다고 먼저 잡니다 집에 있는 물건 위치가 계속 바뀝니다 리모컨 어딨냐고 물어보면 아내가 그걸 왜 아직도 모르냐고 하는데 저는 일주일에 이틀 있는 사람이에요 애들 학교 행사 학원 상담 이런 건 다 끝나고 나서 전해 듣습니다 작은애 반장 된 것도 처형한테 먼저 들었어요 월요일 새벽 다섯 시에 나올 때 아무도 안 깨어 있어요 처음엔 아내가 현관까지 나왔는데 반년쯤 지나니까 안 나오더라고요 저라도 안 나올 것 같긴 합니다 원룸에서 혼자 라면 먹다 보면 내가 이 집 남편인지 이 집에 돈 부치는 사람인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주말에 집에서 제 역할은 운전기사랑 무거운 거 드는 사람이에요 장 보러 가고 처가 가고 애들 학원 픽업하고 나면 일요일 저녁이에요 아내랑 싸울 일은 확실히 줄었습니다 싸울 시간이 없어서요 이걸 좋다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몸이 먼저 망가집니다 원룸 근처 식당 메뉴를 다 외웠고 저녁은 거의 편의점이에요 건강검진에서 간 수치 나왔다니까 아내가 거기서 술 마시고 다니냐고 먼저 묻더라고요 혼자 있으니 맥주 한 캔 하는 게 낙이긴 했습니다 돈은 생각보다 안 모입니다 원룸 월세에 기름값에 식비까지 하면 수당 받는 걸로 딱 메워져요 명절이나 연휴 때 길게 집에 있으면 오히려 제가 손님 같아요 아내가 언제 내려가냐고 묻는데 악의 없는 거 아는데도 그 말이 오래 남습니다 요즘은 작은애가 아빠 이번 주는 안 와도 돼 친구 생일이라 하는데 그게 배려인지 뭔지 한참 생각했습니다 주말부부 부럽다는 분들 있으면 진심으로 말리고 싶어요 가족이랑 떨어져 사는 게 편한 건 딱 처음 석 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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