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래 선천적으로 예민하고 생각이 많은 성격입니다. 어릴 때부터 미디어에서 안 좋은 사건이나 뉴스를 보면 단순히 무서워하는 정도가 아니라, ‘혹시 나에게도 저런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 ‘나에게도 저런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심하게 불안해하곤 했습니다. 예를 들어 납치 뉴스를 보면 ‘혹시 나도 어릴 때 납치를 당했던 적이 있는데 기억을 못 하는 건 아닐까?’ 같은 생각까지 하며 벌벌 떨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춘기가 되면서 더 예민해졌던 것 같습니다. 저는 원래 보수적인 성향이었고, 특히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달라지는 제 몸을 굉장히 낯설고 불편하게 느꼈습니다. 어른의 몸이 되어가는 것 자체가 싫고 무섭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성장이나 발육이 남달랐던 것도 아닙니다. 중학생 때 초경을 시작했고, 원래 체구도 작고 마른 편이라 당시에는 거의 초등학생 같은 체형이었습니다. 가슴도 늦게 발달해서 브래지어도 또래보다 늦게 착용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브래지어를 하는 것 자체를 싫어했습니다. 브래지어를 착용한 제 모습이 낯설고 이상하게 느껴졌고, 오히려 노브라일 때보다 가슴이 봉긋하게 드러나는 것도 싫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는 노브라로 지내면서도 몸을 숙이고 다니거나, 위에 무언가를 걸치거나, 나시를 꼭 입곤 했습니다. 주변 여자아이들은 가슴이 커지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저는 오히려 가슴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남녀 간의 ***도 불결하게 느껴졌고, 처음 성적인 영상을 접했을 때도 역겹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제가 왜 그렇게까지 제 몸과 성적인 것에 거부감이 컸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오빠가 있는데, 그것 때문이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언니가 있었다면 달랐을까 싶기도 하고, 오빠와 달라져가는 제 몸 자체가 부끄럽고 이상하게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는 어릴 때부터 아빠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이 강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아빠는 늘 일하느라 바빴고 저희와 많이 놀아주던 분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가정에 충실했고 큰 사고를 치거나 폭력을 행사한 적도 없으며, 지금까지도 성실하게 일하면서 자식들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분입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제 기억 속 아빠는 ‘다정한 아빠’보다는 ‘엄한 아빠’에 가까웠습니다. 가끔 욱하거나 버럭 정색하는 모습도 있었고, 엄마와 사이가 좋아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엄마가 아빠의 눈치를 보거나 아빠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많이 봤고, 집안 분위기도 어느 정도 아빠를 중심으로 돌아갔습니다. 아빠가 외벌이였고 엄마가 전업주부였기 때문에 당시에는 흔한 가정의 모습이었을 수도 있지만, 어린 제 눈에는 자연스럽게 ‘엄마는 내 편, 아빠는 엄마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라는 구도가 만들어졌던 것 같습니다. 엄마가 저에게 아빠 흉을 많이 보기도 했고요. 지금 생각하면 아빠도 외벌이로 가족을 책임지느라 힘드셨을 것이고, 본인 역시 좋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자라 사랑을 표현하는 법을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저는 엄마에게 잘하지 못하는 모습, 신경질적인 모습, 제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보면서 아빠라는 사람 자체를 좋게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아래의 일들이 하나씩 겹치면서 아빠의 행동과 신체접촉에 더욱 예민해졌던 것 같습니다. 엉덩이를 만졌던 일 제가 초등학생일 때 아빠가 지나가면서 제 엉덩이를 툭툭 치는 장난을 가끔 했습니다. 그런데 사춘기가 되면서 그런 행동이 싫어졌고, 어느 날은 제 엉덩이를 꽤 세게 움켜쥐고 지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일이 너무 싫어서 엄마에게 이야기했고, 그 이후로 아빠가 다시 그런 행동을 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그 일이 강하게 남았습니다. 그 뒤로 아빠 옆을 지나갈 때마다 ‘또 내 엉덩이를 만지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어 긴장하게 됐습니다. 밥을 먹을 때 어깨를 주무르고 등을 쓰다듬었던 일 제가 밥을 먹고 있는데 아빠가 먼저 식사를 끝내면 제 뒤로 와서 어깨를 주무르거나 등을 여러 번 쓸어내리다가 가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저는 그 행동조차 ‘내가 브래지어를 했는지 확인하려는 건가?’라고 느꼈습니다. 오빠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는 저희에게 스킨십도 거의 하지 않고 많이 놀아주지도 않았던 엄한 아빠가, 제가 사춘기에 접어들고 여성의 몸으로 변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갑자기 저에게 스킨십을 하거나 예뻐해주려고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사실 자체가 당시의 저에게는 굉장히 이질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제가 어릴 때 아빠가 잘해준 부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고, 제가 어느 정도 큰 뒤에라도 딸과 가까워지고 싶어서 아빠 나름대로 친근하게 다가오려고 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저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사촌언니에게 모래로 가슴 모양을 만들었던 장난 제가 더 어렸을 때, 사춘기였던 사촌언니와 친척들이 다 같이 바다에 놀러 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아빠가 모래장난을 하면서 사촌언니를 모래에 묻고 가슴 모양을 만들어 놓는 장난을 했습니다. 사촌 남동생에게는 남성 성기 모양을 만들어 놓는 장난을 했고요. 사촌언니 역시 그 장난을 상당히 불쾌해했고, 나중에 저에게 똑같은 장난을 하며 복수하기도 했습니다. 저에게는 이런 모습 역시 아빠를 성적인 농담이나 장난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처럼 느끼게 했던 것 같습니다. 인형탈을 쓴 사람의 성별을 확인하는 방법에 대해 했던 말 어릴 때 인형탈을 쓴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궁금하다고 제가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아빠가 “궁금하면 가슴을 만져봐서 가슴이 나와 있으면 여자고 아니면 남자다”라는 식으로 말한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보면 별생각 없이 한 농담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어린 저에게는 이런 말들이 쌓이면서 아빠를 ‘성적인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이상한 사람’처럼 느끼게 했던 것 같습니다. 엄마와 싸운 뒤 제 가슴 위쪽에 손을 댔던 일 초등학교 저학년 때 엄마와 싸우고 방에서 혼자 씩씩대고 있었는데, 아빠가 들어와 엄마와 화해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너도 지금 심장이 두근거리지 않느냐”고 말하며 제 가슴 중앙이 아니라 쇄골 아래쪽, 가슴 위의 뼈 부분에 손바닥을 살짝 댔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두 번 정도 반복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의 저는 그것조차 ‘엄마와 내가 사이가 안 좋은 틈을 타서 내 몸을 만지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굳이 말로만 해도 될 일을 왜 제 신체에 손을 대면서 설명하는지 이해되지 않았고 불쾌했습니다. 저에게 심한 욕을 했던 일 제가 엄마에게 대들었을 때 아빠가 제 뒤통수를 치면서 심한 욕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은 년) 다음 날 선물을 주고 사과하면서 눈물을 보이기는 했지만, 당시 저는 ‘아빠가 정말 나를 딸로 사랑한다면 어떻게 딸에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한 번은 제가 오빠에게 욕을 했다고 아빠가 잘못 알아듣고 저에게 똑같은 욕으로 되갚아준 일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본인이 잘못 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사과하기는 했지만, 저는 ‘어떻게 아빠가 딸에게 이렇게 쉽게 심한 말을 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경험들도 제가 아빠라는 사람 자체를 신뢰하지 못하게 된 데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잠긴 방문을 열고 들어와 제 침대에 잠깐 누웠던 일 저는 사춘기 이후 방문을 잠그고 자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주말 아침에 가끔 문을 따고 들어와 제 침대 끝에 등을 돌린 채 잠깐 누워 있던 적이 있습니다. 오래 누워 있던 것은 아니고 저를 깨우러 들어왔다가 잠깐 그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때마다 소스라치게 싫었습니다. 제가 아빠를 지나치게 피하니까 엄마가 “너는 아빠가 남자로 보이냐, 왜 그렇게 피하느냐”고 말할 정도로 저는 아빠와의 사소한 신체적 거리에도 예민했습니다. 제가 자는 동안 혹시 무언가를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 앞서 말한 엉덩이 사건 이후로 아빠가 제 엉덩이나 가슴 등 제 몸을 직접적으로 만졌다고 기억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런데 가끔 친척들이 저희 집에 와서 자고 가면 공간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안방에서 가족끼리 같이 잔 적이 있습니다. 제가 먼저 잠들었던 다음 날 아빠가 “너 입 벌리고 자더라”, “아빠가 이불 덮어줬다” 같은 말을 장난스럽게 할 때면 저는 또 불안해졌습니다. 당시 저는 노브라에 얇은 티를 입고 자기도 했기 때문에 ‘혹시 내가 자는 사이에 아빠가 내 가슴을 만진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 기억은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도 ‘내가 자고 있었으니 모르는 것뿐 아닐까?’, ‘아빠가 작정하고 어떤 행동을 하지는 않았더라도 호기심이나 장난으로 한 번 슬쩍 만졌다면 나는 모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이어집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왠지 아***면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면서 너무 괴로워졌습니다. 한편으로는 아빠에게 사랑받았다고 느꼈던 기억도 분명히 있습니다. 아빠는 저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기념일도 잘 챙겨주셨습니다. 살면서 사소한 순간에 아빠의 사랑을 느낀 적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서 더 혼란스럽습니다. 제가 실제로 기억하는 일과, 당시 제가 그 행동을 불쾌하게 받아들였던 감정과, 지금 와서 ‘혹시 이런 일까지 있었던 것은 아닐까?’라고 상상하고 두려워하는 부분이 서로 뒤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아빠를 무조건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것도 아니고, 반대로 제가 불쾌했던 경험들을 없었던 일처럼 합리화하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그냥 제가 기억하는 사실은 사실대로 보고,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으로 남겨둔 채 아빠를 현실적으로 바라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객관적인 시선이 궁금합니다. 제가 실제로 기억하고 있는 행동들을 종합하면 아빠가 일반적인 부녀관계에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이상하거나 성적인 의도가 있었던 사람으로 보이나요? 여러분이 제 입장이라면 제가 적은 일들을 어떻게 받아들이실 것 같고, 아빠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실 것 같나요? 무엇보다 제가 왜 이렇게 오랫동안 아빠를 의심하게 된 것인지, 이런 생각을 계속하는 제가 지나치게 이상한 것인지 객관적인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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