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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슬 4형제로 애교 많은데 본인만 모르는 맏형이 보고 싶다

# 그레이스는 동생들한테 애교가 꽤 많은 큰형일 듯. 근데 본인만 그 사실을 모름. 애초에 일부러 귀여운 척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어릴 때부터 한집에서 부대끼며 살아온 동생들이라 경계가 하나도 없어서 나오는 생활 습관 같은 거임. 밖에서는 멀쩡하고 말투도 차분한 편인데, 집에만 오면 자기도 모르게 말끝부터 조금씩 늘어나겠지. 특히 피곤하고 정신없을 때 좀 심함. 학교에서 하루 종일 수업하고 들어온 날이면 현관문 열자마자 가방 내려놓고 “나 왔어어….” 하고 늘어지는 소리부터 하고. 그러고는 소파에 앉아 있는 식스 발견하면 그쪽으로 터덜터덜 걸어가서 옆에 털썩 앉는데, 앉자마자 식스 어깨에 고개 기대고 축 늘어짐. 식스가 내려다보면서 “피곤해?” 하면 그레이스는 눈 반쯤 감은 채 고개만 끄덕임. “응…… 오늘 수업 너무 많았어.” 자기가 지금 동생한테 몸을 반쯤 기대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을 듯. 식스도 워낙 익숙해서 밀어내기는커녕 형 편하게 기대라고 팔 위치나 조금 바꿔주겠지. 그레이스는 동생들 이름을 은근 길게 부름. 평소에는 멀쩡하게 “식스.”, “콜트.”, “드라이버.” 하다가 자기가 뭔가 필요하거나 귀찮은 일이 생기면 이름부터 늘어지는 거. “식스야아…….” 저 소리가 들리면 식스는 이제 대답하기도 전에 형이 뭔가 부탁할 게 있다는 걸 앎. “왜.” “끙… 이게 안 열려.” 가보면 그레이스가 병뚜껑을 붙잡고 낑낑대고 있음. 식스가 받아서 한 번에 열어주면 금세 얼굴 밝아져서 “오, 고마워.” 하고 가져가겠지. 콜트한테도 마찬가지임. 소파에 늘어져 있다가 콜트가 냉장고 근처를 지나가면 기다렸다는 듯 부름. “콜트야아.” “왜.” “오는 길에 물 좀…….” “형 바로 앞에 있잖아.” “아는데…… 네가 더 가까워.” 별 차이도 안 나면서 소파에 누운 채 손만 뻗어서 냉장고를 가리키고 있겠지. 콜트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쳐다보고 있으면 그제야 슬쩍 웃으면서 “부탁해.” 한마디 덧붙이는데, 눈까지 접어가며 배시시 웃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도무지 거절하기가 어려운 거임. 결국 그 얼굴에 약해져서 툴툴대면서도 물을 가져다주면 그레이스는 또 환하게 웃으면서 “고마워.” 하고 냉큼 받아마심. 근데 그레이스는 이걸 ‘애교’라고 생각하고 하는 게 아님. 그냥 자각이 없는 거임. 동생들 입장에서는 이런 게 좀 황당하겠지. 애교를 부리고 있다는 자각이라도 있으면 일부러 저러나 보다 할 텐데, 그레이스는 진심으로 자기가 평범하게 동생을 불렀고 평범하게 부탁했다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한번은 콜트가 대놓고 물어봤을 듯. “뭐야, 왜 애교 부려?” “내가?” 그레이스가 진심으로 놀란 표정으로 콜트를 돌아봄. “언제?” “방금.” “내가 뭘 했는데.” “‘콜트야아, 물 좀…….’ 이랬잖아.” 콜트가 일부러 말끝까지 늘여가며 똑같이 흉내 내면 그레이스 표정 바로 일그러지겠지. “뭐래.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어.” “맨날 그러거든.” “아닌데.” 본인은 끝까지 부정함. 그런데 옆에 있던 식스랑 드라이버까지 말없이 동시에 자기를 쳐다보면 그제야 조금 자신이 없어져 물어보겠지. “진짜? 내가……?” 셋이 동시에 고개 끄덕이면 잠깐 당황해서 자기 행동을 되짚어보긴 하는데,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을 듯. 애초에 의식해서 하는 행동이 아니라 몸에 밴 습관이라 그날 저녁만 돼도 또 아무렇지도 않게 “디이이이….” 하고 막내 찾는 그레이스임. 졸릴 때는 자각 없는 애교가 가장 심해짐. 기본적으로 그레이스는 잠이 많기도 하고 잠기운에 유독 약해서 졸음이 오기 시작하면 평소보다 말투부터 훨씬 흐물흐물해질 듯. 거실에서 같이 영화 보다가 잠이 오면 자연스럽게 가까이 있는 동생 쪽으로 붙어서 머리 기대고, 조금 지나면 팔이나 소매까지 슬쩍 붙잡고 있겠지. 특히 드라이버는 움직임이 적어서 그레이스가 기대기 좋은 상대일 듯. 영화 시작할 때는 분명 각자 앉아 있었는데 한 시간쯤 지나서 보면 그레이스가 드라이버 어깨에 머리 올리고 자고 있음. 안경은 살짝 비뚤어져 있고 손은 드라이버 소매 어딘가를 느슨하게 잡은 채로. 드라이버는 그런 형 한번 내려다보고 안경부터 조심스럽게 빼줌. 그레이스가 그제야 잠깐 눈 뜨면서 “으응…?” 하면, “안경 벗고 자.” “나 안 자능뎅….” 발음부터 다 뭉개진 채 웅얼거리더니 다시 스르륵 눈 감음. 소파에서 아예 잠들어버리면 방까지 제대로 걸어 들어가는 법도 없겠지. 깨워놓으면 눈은 뜨는데 정신은 하나도 안 들어서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고. “형. 방에 가서 자.” “으응…….” “일어나.” “……일으켜줘.” 그러면서 너무 자연스럽게 손까지 내미는 거임. 결국 드라이버가 그 손 잡아당겨 일으켜주면 그제야 비척비척 방으로 걸어감. 가다가 또 눈 감고 벽에 부딪칠까 봐 뒤에서 어깨 잡고 방향까지 돌려줘야 할 때도 있을 듯. 그레이스는 그렇게 방까지 거의 인도받듯 들어가놓고 다음 날이면 자기가 그랬다는 것도 잘 모름. 콜트는 원래 장난기가 많은 데다 형제들 중에서도 그레이스를 건드리고 반응 보는 걸 제일 좋아할 듯. 식스나 드라이버는 놀려봤자 반응도 시큰둥하고 재미가 없는데, 그레이스는 건드리는 족족 반응이 돌아오니까. 셋 중 제일 말랑하기도 하고, 장난 걸면 꼬박꼬박 받아주고, 짜증 내는 것조차 별로 무섭지 않은 큰형이니 자연스럽게 매번 콜트의 타깃이 되는 거임.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다가 별 이유도 없이 그레이스 볼을 한쪽 손으로 꾹 누르면 그레이스가 얼굴 찌그러뜨리면서 콜트 손목부터 붙잡음. “아, 하지 마아….” 짜증 난다는 듯 말끝에는 제법 날이 서 있는데, 그런 말투가 나오면 콜트는 오히려 신이 남. “아, 귀여워. 형 그냥 우리 집 막내 할래?” “먼 소리를 하능 거야.” “콜트 혀엉~ 해봐.” “미쳐써?” 그레이스는 콜트 손을 떼어내려고 낑낑거리는데 콜트는 더 신나서 이제 한쪽 볼로는 성에 안 차는지 양쪽 볼을 다 잡음. 잡았다가 늘렸다가, 양옆에서 꾹 눌러 입술 튀어나오게 만들었다가 거의 말랑이 갖고 놀듯 조물거리는 거임. “아무리 생각해도 형이 막내여야 돼. 오히려 디가 맏형 같을 때가 있다니까. 자, 큰형 오늘부터 우리 집 막내야. 동의하는 사람? 일단 나.” 그러고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멋대로 표결까지 시작함. 이럴 때만큼은 셋이 또 기가 막히게 쿵짝이 잘 맞아서, 식스가 말없이 손을 들면 드라이버도 잠깐 그레이스 눈치 한번 보더니 슬쩍 손을 듦. 만장일치. 졸지에 막내가 되어버린 그레이스만 억울해서 콜트 손을 확 뿌리치고 소파 반대편으로 가버림. 입 삐죽 나온 채 팔짱까지 끼고 앉아 있으니 그 꼴을 본 콜트는 오히려 자기 주장이 맞다는 확신만 얻겠지. “봐. 저게 어떻게 큰형이야. 아이 귀여워, 이리 와 막내야.” “그건 거의 강아지 취급 아니냐?” “그럼 강아지 할래?” “야! 진짜 짜증 나.” 결국 그레이스가 벌떡 일어나 콜트한테 다가가서 어깨며 팔이며 퍽퍽 때리기 시작함. 물론 하나도 아프진 않음. 콜트는 맞으면서도 웃겨 죽겠다는 듯 “아, 알았어. 알았다고, 막내야.” 해서 한 대 더 맞고. 그렇게 한바탕 투닥거려놓고도 진짜로 화난 건 아니라 조금만 지나면 또 슬금슬금 원래 자리로 돌아올 듯. 몇 분 뒤에는 언제 삐졌냐는 듯 식스 옆에 붙어 앉아 있고, 식스는 그런 형 어깨에 자연스럽게 팔 두른 채 머리칼이나 살살 쓰다듬어주고 있겠지. 뭐 잘못했을 때도 마찬가지임. 이때도 은근히 애교가 나오는데 당연히 본인은 자각 없음. 동생 물건을 실수로 건드렸다거나 자기가 약속한 걸 깜빡한 순간이면 일단 얼굴부터 굳었다가 동생 눈치를 살핌. “헉, 미안해… 화났어…?” 그러면서 얼굴을 가만히 올려다보는데 눈은 동그래지고 눈썹 끝은 축 처져 있어서 꼭 장화 신은 고양이가 눈 크게 뜨고 올려다볼 때 그 표정이랑 비슷한 거임. 일부러 불쌍한 척하는 것도 아니고 진짜 미안해서 상대 표정을 살피는 건데, 문제는 그 얼굴을 보고 있으면 화를 계속 내기가 힘들다는 거지. 결국 동생이 한숨 한번 쉬고 “됐어.” 하면 그제야 안심한 듯 표정이 확 풀리고. “……미안해.”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폭 안김. 이쯤 되면 동생들도 어쩔 도리가 없음. 이미 그 얼굴 보고 피식 한번 웃어버렸는데 거기다 미안하다고 안겨오는 형을 다시 떼어놓고 화내기도 뭣함. 결국 등이나 몇 번 토닥여주고 끝남. 식스가 한번은 기가 막혀서 말했을 듯. “형, 그렇게 쳐다보면서 물으면 누가 화를 내냐.” “내가 뭘? 어떻게 쳐다봤는데?” “됐어. 형은 평생 몰라.” 그레이스는 서운할 때도 얼굴에 다 드러남. 자기가 좀 늦게 들어온 사이 동생들이 셋이서 맛있는 걸 먹고 왔다는 걸 알게 되면 “아, 그래?” 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은 하는데 입이 살짝 삐죽 나와 있는 거임. 콜트는 그런 걸 또 귀신같이 발견해서 모르는 척 한번 떠보겠지. “왜. 형도 먹고 싶었어?” “…아니.” “먹고 싶었네.” “아니라니까.” “다음에 형도 데려갈게.” 그러면 잠깐 침묵하다가, “……응.” 하고 작게 웅얼거림. 아까까지 삐죽거리던 입은 어느새 쏙 들어가 있고 표정도 미묘하게 풀려 있음. 너무 투명한 반응인 거지. 이런 모습을 하루에도 몇 번씩 보고 사는 동생들한테는 이제 너무 익숙한데, 가끔 밖에서 아는 사람이 같이 있을 때면 차이가 확 드러날 듯. 학교 동료 앞에서는 자세도 반듯하고 말투도 차분한 그레이스가 동생들이 나타나는 순간 조금씩 풀리는 거임. 식스를 보자마자 자연스럽게 가까이 가서 팔 붙잡고 “언제 왔어?” 하고, 드라이버가 가져온 음료 받아들면서 “이거 내 거야? 고마워어.” 하고 웃고, 콜트가 장난치면 “아, 하지 마아….” 하면서 투닥거림. 그 모습을 처음 보는 사람은 놀라겠지. 정작 네 형제는 뭐가 그렇게 이상한지도 모름. 평생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누가 나중에 그레이스한테 “동생분들한테 되게 애교가 많으시네요.” 하고 말이라도 하면 눈 동그랗게 뜨고 되물을 듯. “네? 제가요?” 진심으로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얼굴로. 그레이스한테는 그게 애교가 아니라 그냥 동생들을 대하는 방식인 거임. 어릴 때부터 안아주고, 손잡고, 머리 쓰다듬고, 이름 길게 불러가며 키웠던 애들이 어느새 자기보다 훨씬 커졌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거리감이 생길 리도 없었음. 예전에는 그 애교 섞인 다정함을 받던 쪽이 작고 어린 동생들이었다면, 지금은 덩치 산만 한 동생들 사이에서 큰형 혼자 “식스야아….”, “콜트야아….” 하면서 기대고 부탁하고 있는 게 조금 웃길 뿐임. 그래서 본인은 아마 평생 모르겠지. 자기가 밖에서는 절대 안 하는 짓을 동생들 앞에서만 얼마나 자연스럽게 하고 사는지. 고슬사자 4형제 고슬고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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