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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오실 때마다 우리집 살림이 하나씩 바뀌어요

시어머니가 한 달에 한 번 반찬 갖다주신다고 오세요. 문제는 오실 때마다 저희 집 살림이 하나씩 바뀐다는 거예요. 그동안 바뀐 것들 그냥 적어볼게요. 쓰다 보니 열받아서 잠도 안 오네요. 수건 개는 법 저는 세 번 접어서 돌돌 말아 바구니에 넣어요. 어머님은 그게 보기 싫다고 다 꺼내서 네모나게 접어 장에 넣어두세요. 다음 날 아침에 남편이 수건 어딨냐고 찾아요. 냉장고 정리 투명 용기에 라벨 붙여서 칸별로 정리해 놨거든요. 반찬통 넣으시면서 라벨을 다 떼셨어요. 이런 거 붙이면 지저분해 보인다고요. 일 때문에 라벨 붙이는 게 습관이라 그렇다고 했더니 집이 무슨 실험실이냐고 웃으시네요. 세제 아기 옷 때문에 무향 세제 써요. 어머님은 그게 빨아도 안 빤 거 같다고 본인 쓰시는 향 진한 세제를 사다 놓고 가셨어요. 제 세제는 베란다 구석으로 옮겨져 있었고요. 그 세제로 빤 아기 내복 입히고 나서 애 등에 오돌토돌 뭐가 올라와서 소아과까지 다녀왔어요. 밥솥 잡곡밥 하는 거 보시고 애 아빠 속 안 좋다고 흰쌀로 바꿔놓으셨어요. 남편 건강검진에서 혈당 얘기 나와서 일부러 잡곡 한 건데요. 아이 간식 저는 아이 간식으로 과일이나 떡뻥 정도만 줘요. 어머님은 오시면 꼭 사탕이랑 과자를 한 봉지씩 꺼내 주세요. 안 된다고 하면 할머니가 손주 과자 하나도 못 주냐고 서운해하시고요. 그날 저녁에 애는 밥을 안 먹어요. 신발장 신발을 왜 다 꺼내놓고 사냐고 전부 장 안에 넣어두셨어요. 아침마다 애 운동화 찾느라 5분씩 더 걸려요. 이게 한두 번이면 웃고 넘기겠는데 매달 이래요. 남편한테 말하면 엄마가 도와주려고 그러는 거지 악의는 없다고 해요. 악의 없는 거 저도 알아요. 근데 악의가 없으면 남의 집 수건 접는 방식까지 바꿔도 되는 건가요. 남편은 그 자리에선 아무 말도 안 하다가 어머님 가시고 나면 그냥 다시 바꾸면 되잖아 이래요. 매달 다시 바꾸는 사람은 저인데요. 제가 시댁 가서 어머님 냉장고 정리를 제 식으로 다시 해놓으면 어떠실까요. 아마 난리 나시겠죠. 그런데 왜 저희 집은 어머님 집처럼 다뤄도 된다고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저도 서른일곱이고 이 집 살림 7년째 하고 있거든요. 다음 달에 또 오신다는데 이번엔 오시기 전에 라벨부터 더 많이 붙여둘 생각이에요. 떼시려면 한참 걸리시게요. 수건은 아예 바구니째 안방에 숨겨둘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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