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마흔에 결혼했어요 늦게 한 결혼이라 친정엄마가 누구보다 좋아하셨어요 신혼집 전세금이 모자라서 엄마가 3천을 보태주셨고요 그때는 그게 너무 고마웠어요 남편도 장모님 은혜 평생 갚겠다고 했고요 근데 그 3천이 문제가 될 줄은 몰랐어요 입주하고 나서 엄마가 거의 매주 토요일에 오세요 처음엔 반찬 들고 오시는 거라 좋았는데 오시면 집을 한 바퀴 다 도세요 냉장고 열어보고 베란다 보고 안방 옷장까지 열어보세요 지난주에 있었던 일이에요 엄마: 커튼 이거 왜 이렇게 어두운 걸로 했어 저: 남편이 빛 들어오면 잠을 못 자서 엄마: 집은 밝아야 돈이 들어와 내가 다음 주에 바꿔줄게 저: 엄마 괜찮아 우리 이거 맘에 들어 엄마: 내 돈도 들어간 집인데 그 정도 말도 못 해? 그 말 듣고 아무 말도 못 했어요 남편은 옆에서 웃고만 있었고요 다음 주에 진짜 커튼을 사 오셨어요 연한 베이지로 남편은 그날부터 거실 쪽이 밝다고 안방 문 꼭 닫고 자요 엄마가 오시는 토요일이면 남편은 일부러 약속을 만들어서 나가요 그걸 엄마가 또 아시고 김서방은 장모 오는 게 싫은가 보다 하세요 한번은 엄마가 남편 없는 틈에 그러시더라고요 김서방 월급이 얼마냐고 통장은 누가 관리하냐고 제가 알아서 한다고 했더니 너는 결혼을 너무 늦게 해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한숨을 쉬셨어요 저는 중간에서 양쪽 눈치를 보느라 토요일이 제일 싫은 날이 됐어요 지난달엔 남편이랑 크게 싸웠어요 남편: 우리가 그 3천 언제까지 갚으면 돼 저: 갚으라고 한 적 없잖아 남편: 갚아야 장모님이 안 오실 거 아냐 그 말이 너무 서운했는데 또 틀린 말은 아니라서 대답을 못 했어요 엄마한테 조심스럽게 오시는 거 한 달에 한 번만 하면 안 되냐고 했어요 엄마는 울면서 내가 너 시집보내려고 얼마나 애썼는데 이제 와서 귀찮냐고 하셨어요 그 뒤로 2주째 연락이 없어요 전화하면 안 받으시고요 아빠 말로는 엄마가 밥도 잘 안 드시고 제 결혼사진만 보고 계신대요 결혼하고 엄마랑 이렇게 멀어질 줄은 정말 몰랐어요 40년 동안 한 번도 이렇게 싸워본 적 없는 사이였거든요 친구들이 모녀가 자매 같다고 부러워할 정도였어요 남편이랑 엄마 사이에서 누구 편을 들어도 한쪽은 잃을 것 같아서 무서워요 이번 주 토요일에 엄마가 오실지 안 오실지 그것만 생각하면서 일주일을 보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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