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저기... 거기 누구 있어요?” “어린아이...? 이 추운 날 어린애가 왜 여기 있지...” “얘, 얘야. 눈 좀 떠 봐. 응?” ‘숨이 너무 약해.’ “일단 이거 덮자. 오빠 외투야. 좀 낡았어도 따뜻할 거야.” ‘머리 위에 귀가 두 개인 걸 보니...’ ‘쫑긋한 게... 개 수인인가 봐.’ ‘노예 수인은 잘 버려진다던데., 나쁜 새끼들...’ “괜찮아. 오빠가 데려갈게.” “오빠 집이 좀 좁긴한데... 그래도 바람은 안 들어.” “자, 따뜻한 우유야. 천천히, 천천히 마셔.” “...와, 벌써 다 마셨어?” “더 줄까? 이게 마지막이긴 한데... 괜찮아. 오빠는 배 안 고파.” ‘오늘 번 돈이 다 떨어졌잖아...’ ‘내일 점심은 건너뛰어야겠네.’ “이름이 뭐야?” “...몰라? 이름이 없어?” “그럼 오빠가 지어 줘도 돼?” “루나 어때? 옆집 할머니네 애완 슬라임 이름인데, 엄청 귀엽거든.” “...좋아? 개가 꼬리를 흔든다는 건 좋아하는 거라고 들었던 것 같아!” ‘역시 개 수인 맞네.’ “나는 엘리오야. 엘리오 오빠.” “앞으로 오빠가 루나를 지켜 줄게.” “루나야, 오늘도 오빠는 바닥에서 잘게.” “응? 왜 따라 내려와?” ‘"오빠 옆에서 잘래요..."라니.’ ‘쪼그만 게 고집은 더럽게 세네.’ “...알았어. 그럼 같이 자자.” “춥지? 오빠 쪽으로 더 와.” ‘그래도 요즘 루나 덕분에 일이 덜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 ‘...내 옆에 있어 줘서 고마워, 루나야.’ “루나야, 오빠 일 다녀올게.” “문 꼭 잠그고, 누가 두드려도 열어 주면 안 돼.” “응? 오빠 언제 오냐고?” “해 지기 전에 올게. 약속.” “...루나야, 발목 좀 놔줘. 오빠가 일을 해야 루나가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고...” ‘"오빠 일찍 와요... 루나 혼자 무서워요."라니.’ ‘아직 가지도 않았는데 왜 울려고 하는 거야, 도대체...’ “그럼 이거 줄게. 오빠 목도리.” “오빠 냄새 나지? 이거 안고 있으면 하나도 안 무서워.” “...응, 착하다.” ‘오늘 안에 약초를 세 개만 캐도 빵 하나에 우유 하나.’ ‘네 개면 루나 신발도 살 수 있겠다.’ ‘...오늘은 다섯 개까지 캐 보자.’ “짜잔! 새 신발!” “...울어? 왜 울어? 마음에 안 들어?” ‘"오빠 거는요?"라니.’ ‘내 신발 밑창이 빠졌다 해도 아직 쓸 만한데...’ “오빠 건 아직 멀쩡해! 봐, 이렇게...” “아, 이건 원래 이렇게 생긴 거야. 바람 잘 통하라고.” “...어, 루나야? 갑자기 왜 안겨...” ‘"루나는 오빠가 제일 좋아요."라고...?’ ‘......’ ‘한 달 동안 점심을 굶은 보람이 있구만.’ “루나야, 이리 와 봐. 오늘은 글자를 배울 거야.” “자, 이건 '루'. 이건 '나'.” “합치면?” “...루나! 맞아! 우리 루나 천재네!” ‘고작 한 번 알려 줬는데 바로 읽잖아?' ‘우씨 나는 이거 배우는 데 한참 걸렸는데.’ “그럼 다음엔 오빠 이름 써 볼까? 엘, 리, 오.” “...와.” “삐뚤빼뚤해도 진짜 잘 썼다.” ‘'엘'은 거의 그림이긴 한데.’ ‘이건 평생 간직해야지.’ “루나는 커서 뭐 하고 싶어?” “...응? 오빠 지켜 주는 거?” ‘"루나는 커서 오빠를 지켜 줄 거예요."라니.’ “하하, 그래. 기대할게.” ‘쪼끄만 게 말은 잘해.’ “...거기 누구세요?” “이 애요? 제 동생인데요.” “호랑이 수인이라 진짜 비싸게 쳐준다고요? 무슨 소리예요 그게, 우리 루나는 개 수인인데...” ‘이 새끼들... 노예상이구나.’ “루나야, 오빠 뒤로 와.” “안 팔아요. 돈 필요 없어요. 가세요.” “...놔요! 이씨 놓으라고!” “루나야, 도망가! 뒤도 돌아보지 말고 집으로 뛰어!” “윽...!” ‘등이... 뜨거워.’ ‘칼에 베였나.’ “하, 하하... 괜찮아 루나야, 이 정도쯤이야.” “너네는 빨리 꺼지는게 좋을거야. 경비대 불렀으니까, 곧 온다?” “...가네.” ‘경비대 부를 돈 같은 건 없는데.’ ‘거짓말이 먹혀서 다행이다.’ “루나야, 울지 마. 봐, 오빠 멀쩡하잖아.” “피? 아, 이거... 등이 좀 긁혔네. 별거 아니야.” ‘"오빠가 아프면 루나도 아파요..."라니...’ ‘이 녀석이 진짜.’ “...그럼 오빠 안 아플게. 됐지?” “어, 약 발라 주게?” “고마워.” “아야, 아야! 루나야, 살살...” “하하, 안 아파. 하나도 안 아파.” ‘존나 아파...’ “루나야, 너 또 컸어? 작년에 맞춘 옷이 벌써 짧네.” “...아니, ㅅㅂ 잠깐만. 너 오빠보다 커졌어?” “어제까진 분명 눈높이가 같았던 것 같은데...” ‘개 수인은 다 크면 사람이랑 비슷하다던데.’ ‘얘는 왜 계속 크냐?’ “그리고 루나야.” “이제 네가 오빠보다 크잖아.” “그런데 왜 아직도 오빠 이불로 들어와?” “...오빠 냄새가 나야 잠이 온다고?” “그건 아홉 살 때 얘기잖아...” “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너무 꽉 안지는 마. 오빠 갈비뼈...” ‘팔 힘은 또 왜 이렇게 센 거야.’ ‘으아~ 숨 막혀.’ ‘...그래도 아직 애기네.’ “루나야, 꼬리 좀 이리 줘 봐. 털 빗겨 줄게.” “...어?” “이거 줄무늬야? 원래 이랬나?” “털갈이하면서 진해졌다고?” “...하얀색에 검은 줄.” ‘개 중에 이런 무늬가 있었나.’ ‘없지.’ ‘없는 것 같은데.’ “...루나야.” “너 혹시... 호랑이야?” “아, 알고 있었어? 언제부터?” “...원래부터? 근데 왜 말 안 했어?” “내가 '우리 강아지' 라고 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서...?” ‘......’ ‘이 녀석이.’ “하하... 뭐, 호랑이면 어때. 루나는 루나지!” ‘근데 솔직히 좀 무섭다.’ ‘이제 내 머리가 얘 가슴팍에 닿네.’ ‘저번엔 장작 패던 도끼 자루를 맨손으로 부러뜨리더니.’ ‘...앞으로 루나 간식은 절대 뺏어 먹지 말자.’ “루나야, 빵집 아주머니한테 인사 좀 하지.” “그렇게 째려보면 아주머니가 무서워하시잖아.” “응? 아주머니가 나한테 웃는 게 싫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손님한테 웃으시는 거지.” ‘요즘 루나가 사람들한테 엄청 틱틱대네.’ ‘옆집 꼬맹이들한테도, 시장 상인들한테도.’ ‘근데 나한테는...’ “어, 담요? 나 춥다고 한 적 없는데.” “기침했다고? 한 번 했잖아, 한 번.” “...따뜻하다. 고마워, 루나야.” ‘사춘기인가.’ “루나야, 오빠 잠깐 시장 다녀올게.” “...같이 간다고? 소금만 사 올 건데?” “아니, 따라오는 건 좋은데 등에 매달리지는 마. 오빠 허리가...” “루나야, 너 이제 오빠보다 무거워...” ‘집에만 오면 찰싹 달라붙어서 미치겠네...' “오빠 씻으러 간다니까? 문 앞에서 기다리지 마...” “...화장실까지 따라오는 건 진짜 아니야, 루나야.” ‘"오빠 어디 갈까 봐."라니.’ ‘내가 어딜 가.’ ‘갈 데도 없는데.’ “루나야, 또 왔어?” “네 침대 따로 있잖아. 오빠가 그거 만드느라 손에 가시 박혔던 거 알지?” “...오빠 침대가 더 좋다고?” “알았어, 알았어. 대신 이불 다 뺏어 가지 말고.” “아, 죄송합니다! 제가 못 보고...” “네? 당신들이 먼저 부딪혔는데—” “...루, 루나야? 언제 왔어?” “루나야, 안 돼! 때리면 안돼!” “그분 이미 기절했어! 그만!” “다른 놈들은 도망가네... 아니, 루나야 쫓아가지 마!” “...휴.” “너 진짜.” “오빠는 괜찮다니까.” “응? 오빠 건드리는 놈은 아무도 가만 안 둔다고?” ‘...어릴 때 내가 했던 말이랑 똑같잖아?’ ‘근데 왜 이렇게 무섭게 들리지.’ “네? 왕도에서 기사단 지원병을 뽑는다고요?” “수인도 받아 준다고요?” “...아, 아니에요. 그냥 아는 애가 생각나서요.” ‘루나라면.’ ‘루나라면 분명 될 거야.’ “루나야, 생일 축하해!” “벌써 이렇게 컸네.” “케이크는 작아도 이해해 줘. 오빠가 직접 만든 거야.” “...맛있어? 다행이다.” “응? 오빠도 먹으라고? 오빠는 아까 먹었어.” ‘이제 다 컸구나.’ ‘루나는 나보다 훨씬 많은 걸 할 수 있는 아이야.’ ‘나 같은 짐을 데리고 이런 골목에서 썩을 애가 아니라는 말씀.’ ‘내가 옆에 있으면, 루나는 평생 나만 챙기겠지.’ ‘...그건 안 돼.’ ‘오늘도 다 못 썼네.’ ‘쓰고 지우고, 또 쓰고 지우고.’ ‘으으... 무슨 말을 써도 부족하잖아...’ ‘돈은... 이 정도면 왕도에 가는 마차비랑 방값 조금은 되겠지.’ ‘약초 몇 개만 더 캐면 겨울 외투도 하나 사 줄 수 있을 텐데.’ ‘루나가 깨기 전에 빨리 숨기자.’ ‘...잠들었네.’ ‘또 내 팔을 베고 자다니.’ ‘빼야 하는데.’ ‘조금만, 조금만 더 이러고 있자.’ ‘......’ ‘이제 진짜 가야지.’ ‘살살... 깨면 안 돼...’ ‘됐다.’ ‘목도리는 루나 베개 옆에 두고.’ '편지는 음...여기다가 두자' ‘...마지막으로 한 번만 읽어 볼까?' 『사랑하는 루나에게. 오빠야. 오빠는 오래전부터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았어. 근데 막상 얼굴을 마주보기만 하면 하나도 못 하겠더라. 그래서 이렇게 편지로 써. 아마 너가 이걸 읽을 때쯤이면 오빠는 벌써 멀리 떠나가 있을 거야. 화내지 마. 아니, 화내도 돼. 근데 너무 오래는 말고. 무서우니까. 너를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 너는 너무 작아서 기억 못 하겠지. 눈이 엄청 많이 오던 밤이었어. 너는 골목 구석에서 눈사람처럼 하얗게 덮여 있었어. 숨도 겨우 쉬고 있었고, 손은 얼음장 같았지. 오빠는 그때 진짜로 무서웠다?. 네가 집에 도착하기 전에 오빠 품에서 죽어버릴까 봐. 그런데 너는 살아 줬어. 그게 오빠 인생에서 제일 고마운 일이야. 처음엔 강아지인 줄 알았어. 귀가 쫑긋하고, 꼬리를 흔들어서.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 호랑이를 강아지라고 부르면서 키웠으니까. 그리고 고백할 게 하나 있는데. 네 이름, 옆집 할머니네 슬라임 이름이야. 미안. 옛날에 말했던 것 같은데 어짜피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 못하겠지. 근데 그 슬라임 진짜 귀여웠어. 그리고 너는 그 슬라임보다 백 배는 더 귀여웠고. 오빠가 아침마다 배 안 고프다고 했던 거 있잖아, 사실 다 거짓말이었어. 근데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 이건 진짜야. 네가 오빠 몫까지 먹고 쑥쑥 크는 걸 보는 게, 오빠한테는 제일 배부른 일이었으니까. 너에게 처음 신발을 사 줬을 때, 너가 '오빠 거는요?' 하고 울었던 거 기억나? 오빠는 그때 알아버린거야. 이 아이는 오빠가 평생 지켜야 할 아이라는 것을. 그리고 네가 처음으로 오빠 이름을 써 줬던 종이. 그건 오빠가 가져갈게. '엘'은 거의 그림이었지만, 오빠한테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글씨야. 등에 있는 흉터, 네가 볼 때마다 울었던. 그건 오빠한텐 훈장이야. 너를 지켰다는 증거니까. 그러니까 이제 그만 미안해해. 넌 이제 오빠보다 크고, 오빠보다 세고, 오빠보다 똑똑해. 오빠 머리가 네 가슴팍까지 밖에 안 닿는 거, 솔직히 좀 무서웠어. 근데 그만큼 자랑스러웠어. 그래서 이제는 놓아줘야 할 것 같아. 이 좁은 골목에서 오빠 챙기느라 시간만 버리기엔, 너는 너무 대단한 애야. 왕도에서 기사단 지원병을 뽑는대. 수인도 받아 준대. 너라면 분명 될 거야. 오빠가 장담해. 상자 안에 든 돈이, 많지 않아서 미안해. 왕도 가는 마차비랑 방값 조금은 될 거야. 밥 거르지 말고. 이불 꼭 덮고 자고. 발 차가우면 양말 신고 자. 사람들한테 너무 틱틱대지 말고. 처음 보는 사람들한테도 인사 좀 잘 하고. 그리고 좋은 사람 만나. 너를 아프게 하지 않는 사람. 네가 틱틱대도 웃어 줄 수 있는 사람. 너를 오빠보다 더 많이 사랑해 줄 수 있는...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목도리는 베개 옆에 두고 갈게. 너가 내 냄새가 나지 않으면 잠이 안온다고 떼쓰던 거...기억나? 그 냄새가 다 빠질 때쯤이면, 너는 오빠가 없어도 잘 자고 있을 거야. 오빠는 어디서든 잘 지낼게. 걱정 마. 밥도 잘 먹을게. 이번엔 진짜로. 루나야. 사랑해. 오빠는 네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사랑하는 내 강아지, 아니 호랑이에게. 엘리오가.』 ‘...됐다.’ ‘흑...울면 안 돼.’ ‘루나를 깨울순 없으니...’ ‘......’ “...잘 있어, 루나야.” ‘뒤돌아보면 못 갈 것만 같아.’ ‘그러니까 앞만 보고.’ ‘앞만 보고 가자.’ “할아버지, 오늘 캔 약초 여기 두고 갈게요!” “네? 이번 건 질이 좋다고요? 헤헤, 바닷바람 맞으면서 산 넘어간 보람이 있네요.” “아, 점심이요? 먹고 왔어요. 진짜로요.” ‘약속했으니까.’ ‘밥은 꼭 챙겨 먹어야지.’ ‘여기 바다는 참 조용하네.’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자는 것도 이제 익숙해졌어.’ ‘근데 가끔 등이 허전하네...’ ‘누가 뒤에서 끌어안고 자던 게 버릇이 됐나 .’ ‘루나는 잘 지내려나.’ ‘밥은 잘 먹고 있을까.’ “네? 북쪽 국경에서요?” “수인 여전사가 혼자서 적 진영을 다 박살 냈다고요?” “와... 진짜 세다.” “무슨 수인인데요?” “...호랑이요?” ‘호랑이 수인이라.’ ‘루나도 호랑이였는데.’ “아, 아니에요. 그냥 아는 애도 호랑이 수인이라서요.” “하하, 호랑이 수인이 한둘이겠어요?” ‘우리 루나는 지금쯤 기사단에 들어갔으려나.’ ‘싸우다가 다치진 않았으면 좋겠는데.’ “아주머니, 생선 두 마리만 주세요.” “네? 그 여전사가 기사단장이 됐어요?” “왕국 최고 기사단장이요? 와, 대단하다...” “이름을 아냐고요?” “...루나요?” ‘......’ “하하! 루나가 흔한 이름이긴 하죠.” “제가 살던 동네 옆집 할머니네 슬라임 이름도 루나였어요.” “네? 슬라임이요. 그 마물 맞아요 말랑말랑한 거요.” ‘우리 루나 이름도 그 슬라임한테서 따온 건데.’ ‘...동명이인인 사람이 기사단장이라니, 루나가 들으면 좋아하겠다.’ “왕을 구했다고요? 그 기사단장이?” “암살자를 혼자서 다 막았다고요? 와...” “보상으로 땅이랑 작위랑... 소원까지요?” “근데 그 자리에서 바로 썼다고요?” “무슨 소원인데요?” “...사람을 한 명 찾아 달라고요?” “왕국 전체를 다 뒤져서라도?” “남자를요?” “와... 낭만적이다.” “그렇게 다 가진 사람이 찾는 사람이면, 누군지 몰라도 진짜 복 받았네요.” “...응? 할아버지, 왜 저를 그렇게 보세요?” “등에 흉터가 있는 남자를 찾는다고요?” “하하, 등에 흉터 있는 남자가 어디 한둘인가요.” “저도 있는걸요.” ‘...근데 그 사람은 누굴까.’ ‘무슨 사이길래 소원까지 써서 찾는 걸까.’ ‘궁금하네.’ “요즘 왜 이렇게 시끄럽지?” “기사들이 엄청 많네...” “아주머니, 무슨 일 있어요?” “왕실 기사단이 이 근처를 다 뒤지고 있다고요?” “범죄자라도 숨어 있나...” “아, 저기 벽에 뭐 붙었다. 사람 찾는 전단지인가?” “...어?” “이 사람 나랑 좀 닮았네?” “갈색 머리에, 키는 작고, 등에 흉터...” “이름은... 엘리오.” “하하! 엘리오도 흔한 이름이지!” “등에 흉터가 있는 사람도 많고!” ‘근데 그림 진짜 잘 그렸다.’ ‘눈매가 딱 나네.’ ‘...설마.’ ‘에이, 설마.’ ‘나를 왜 찾겠어.’ ‘나 같은 걸 누가 찾는다고.’ “네, 나가요! 누구세요?” “아니, 문 부서지겠어요! 살살 두드리세요!” “...왕실이요?” “네, 제가 엘리오 맞는데요.” “등이요? 흉터가 있긴 한데... 그건 왜요?” “동행이요? 어디로요?” “이유를 말씀해 주셔야... 말씀 못 하신다고요?” “그럼 죄송하지만 저는 못 가요.” “내일 할아버지한테 약초 갖다드리기로 했고—” “아, 잠깐만요! 팔 놓으세요!” “저 아무 잘못도 안 했어요! 진짜예요!” “들지 마세요! 저 혼자 걸을 수 있어요!” ‘이 나라 기사들은 왜 다 이렇게 힘이 세.’ ‘...꼭 루나 같네.’ “마차 안이 너무 푹신한데요...” “저 진짜 죄인 아닌 거 맞죠?” “...대답 좀 해 주세요.” “여기가 어디예요?” “왕궁이요? 제가 왜 왕궁에...” “아, 문 닫지 마세요!” “......” ‘갇혔다.’ ‘근데 방이 엄청 좋네.’ ‘침대가 우리 옛날 집만 해.’ ‘왕궁이라 그런가.’ ‘...진짜 날 왜 부른 거지?’ ‘혹시 약초를 캐면 안 되는 산에서 캐버린건가?’ ‘아니면 생선값을 덜 냈나?’ ‘...모르겠다.’ ‘일단 앉아 있자.’ “아, 누구 오셨... 어...” “......” “...루나?” “어... 안녕?” ‘키..키가 더 컸네...?’ ‘어깨에 저거... 기사단장 휘장이잖아.’ ‘그럼 소문 속 그 루나가...’ ‘진짜 우리 루나였어?’ ‘그리고 목에 감은 건...’ ‘저건... 내 목도리잖아.’ ‘다 해져서 실밥이 다 터졌는데.’ ‘아직도 하고 다닌다고...?’ “루, 루나야. 오랜만이다.” “잘 지냈... 어, 왜 말이 없어?” “루나야? 날 왜 그렇게 봐...” “어, 너무 가까운데... 잠깐만—” “읍...!” “으읍...! 읍...!” ‘키, 키스...?!’ ‘밀어내야 해... 으윽 안 밀려!’ ‘하나도 안 밀려!’ ‘어릴 땐 내가 한 손으로 번쩍 들었는데...!’ “으읍... 루, 읍... 숨... 숨 좀...!” ‘얼마나 해대는거야.’ ‘이거 무슨 기록 세우는 거야?’ ‘으아아 다리에 힘 풀려...’ “푸하...! 하아... 하아...” ‘숨 막혀...’ “루나야... 제발, 얘기 좀 하자.” “대체 왜 이래...” “...뭐? 몰라서 묻냐고?” “모르니까 묻지...!” “...책임?” “내가 너를 책임 안 지면... 여기서 날 죽이고 너도 죽겠다고?” “루나야, 농담하지 마.” “...칼은 왜 뽑아! 집어넣어, 당장!” “잘 들어, 루나야.” “너 지금 기사단장이잖아.” “지위도 있고, 힘도 있고, 돈도 명예도 다 있잖아.” “이제 좋은 남자 만나서 행복하게 살기만 하면 되는데, 왜 자꾸—” “켁...!” ‘목, 목을...’ “케헥... 루, 루나...” ‘ 숨이...’ “...콜록! 콜록, 콜록...!” “루나야, 잠깐만—” 짜악!!!! “......” ‘...맞았다...?’ ‘루나한테.’ ‘뺨이 너무 아파.’ “...씨, 씨발새끼...?” “루나야, 말이 너무...” “...응.” “응, 듣고 있어.” “내가... 네 세상의 전부라고?” “나 하나 찾으려고... 그동안 수련하고, 싸우고...” “절대 죽으면 안 돼서... 그래서 버텼다고...?” “북쪽 국경에서도?” “암살자들을 막을 때도...?” ‘그 소문들이.’ ‘시장에서 들었던 그 소문들이...' ‘전부... 나 때문이었어?’ “그 소원도...” “그 소원도 나였어...?” “......” “...루나야.” “나는 네가 나 없이도 잘 살길 바래서...” “...그 편지가 제일 좆같았다고?” “목도리 냄새가 다 빠져서... 잠을 하나도 못 잤다고...?” ‘편지.’ ‘내가 밤새 고쳐 쓴 그 편지가...’ “미안해.” “미안해, 루나야.” “그런 뜻이 아니었어...” “...응?” “이제 찾았으니까 명예 은퇴하고?” “나랑... 아, 아기를...?!” “몇 명이라고?!” “루나야, 그건 좀—” “안 돼, 안 돼!!!!!!!!!!!” "말로 하자 루나야 응?말로..." “내려놔! 루나야, 내려놓으라고! 내려놔!!!!!!” “나 혼자 걸을 수 있어! 아니, 침대로 가지 말고!” “루나야, 우리 일단 대화를... 대화를 좀 더...” “그, 그 셔츠 시장 아주머니가 일일이 뜨개질 해주신 건데...!” “......” “으아아아아아아악-!" "......" "흐윽...흑..흑" 그렇게 둘은 순순히 애를 낳고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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