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회사에서 점심 먹는 멤버가 바뀌었어요 원래는 저 포함 넷이 십 년 넘게 같이 먹었거든요 저 빼고 셋이 다 미혼이거나 결혼은 했어도 애가 없어요 저는 고등학생 둘 키우고 있고요 작년 겨울에 큰애가 학원 레벨테스트 1등 해서 그 얘기를 점심때 좀 했어요 그때 한 명이 와 좋겠다 이러는데 표정이 하나도 안 좋겠다는 표정이더라고요 그날부터 느낌이 왔죠 그 다음주엔 둘째 수행평가 얘기를 했는데 다들 폰만 보고..;; 제 카톡 프사 가족사진으로 바꿨을 때도 아무도 언급을 안 했어요 예전 같았으면 사진 잘 나왔다 한마디씩은 했을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결정적인 게 지난달에 한 명이 자기는 이번 연휴에 혼자 제주도 간다고 하길래 저는 애들 학원 때문에 꿈도 못 꾼다 부럽다 했더니 언니는 그래도 애들 있잖아 이러는 거예요 이게 무슨 뜻이겠어요 결국 자기들은 없는 걸 제가 가졌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거잖아요 남편한테 얘기했더니 니가 애 얘기를 너무 많이 해서 그런 거 아니냐고 하던데 남편은 회사 여자들 분위기를 몰라서 그래요 점심시간에 애얘기 말고 할얘기가 뭐가 있어요 드라마 얘기 아니면 다이어트 얘기인데 저는 그런 거보단 사는 얘기가 하고 싶은 거고요 그리고 솔직히 제가 자랑을 한 것도 아니에요 있는 그대로 말한 거지 둘째 수행평가 얘기도 걔가 조별과제에서 혼자 다 떠안아서 속상하다는 얘기였는데 그걸 자랑으로 들었다면 듣는 사람 마음이 꼬인 거잖아요 그러다 이번주부터는 셋이서 먼저 나가서 먹더라고요 제가 회의 끝나고 나오니까 이미 식당에 앉아 있었어요 자리도 딱 셋이 앉는 테이블로요 처음엔 좀 서운했는데 하루 지나니까 오히려 이해가 되더라고요 사람이 자기 없는 걸 매일 눈앞에서 보면 힘들 수 있겠다 싶어서요 그래서 그냥 혼자 먹기로 했어요 편의점 샐러드 먹으면서 큰애 입시 설명회 영상 보는데 그게 더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어제는 그 중 한 명이 지나가다가 언니 요즘 왜 같이 안 먹어 하길래 웃으면서 너희끼리 편하게 먹어 했어요 속으로는 좀 시원하더라고요 제가 먼저 끊어준 거니까요 친한 동생한테 이 얘기를 했더니 언니가 착각하는 거 같다고 하던데 걔도 애가 없어서 그런 말 하는 거 같기도 하고 암튼 저는 이제 신경 안 쓰려고요 나이 들면 결국 자기 가족밖에 안 남는다는 거 요즘 진짜 실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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