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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만 잘 살면 된다던 예비사위가 이제 와서 딴소리를 ...

딸아이 결혼 준비 중인데 요즘 잠을 못 자서 글 남겨요. 딸이 스물아홉이고 사귄 지 3년 된 남자친구랑 내년 봄에 식을 올리기로 했어요. 처음 인사 왔을 때 그 친구가 제일 먼저 한 말이 어머니 저희는 둘만 잘 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였어요. 양가에 손 안 벌리고 집도 둘이 모은 돈으로 작게 시작하겠다고요. 저랑 남편은 그 말이 너무 고마워서 그날 저녁에 둘이 술 한잔 했어요. 요즘 애들 같지 않게 생각이 반듯하다고요. 그런데 상견례 끝나고 나서부터 얘기가 조금씩 달라지더라고요. 처음엔 신혼집을 그쪽 본가에서 차로 10분 거리로 하겠다고 했어요. 이유는 어머님이 혼자 계셔서 자주 들여다봐야 한다고요. 딸 회사는 거기서 한 시간 반이에요. 딸이 고민하길래 저는 그래도 효자니까 좋은 거다 하고 넘겼어요. 그때 남편이 출퇴근 세 시간이면 애가 버티겠냐고 한마디 했는데 제가 괜히 초 치지 말라고 남편 입을 막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부터 말렸어야 했나 싶어요. 그 다음엔 제사 얘기가 나왔어요. 그 집이 장남이라 명절이랑 기제사 합쳐서 일 년에 다섯 번인데 결혼하면 딸이 같이 준비해야 한다는 거예요. 둘만 잘 살자면서요. 딸이 그건 처음 듣는 얘기라고 했더니 그건 그냥 당연한 거 아니냐고 했대요. 결정적인 건 지난주예요. 딸이 결혼하고도 일은 계속하겠다고 했더니 애 생기면 그만두는 게 맞지 않냐고 자기 엄마도 그렇게 키웠다고 했대요. 딸은 그날 울면서 집에 왔어요. 연애할 땐 맞벌이 당연하다던 사람이 이제 와서 그런다고요. 저도 처음엔 딸을 달랬어요. 결혼 앞두고 다들 한 번씩 싸운다 그 친구도 엄마 생각에 그런 거다 하고요. 근데 딸이 엄마 그 사람 말하는 거 보면 둘만 잘 살자는 게 자기 집 방식대로 잘 살자는 뜻이었던 거 같아 하는데 그 말에 제가 아무 말도 못 했어요. 생각해보니 저도 결혼할 때 우리 둘이 알아서 할게요 소리를 듣고 시작했다가 이십 년 넘게 시댁 방식대로 살았거든요. 딸한테 그 얘기는 차마 못 하겠더라고요. 남편은 지금이라도 깨는 게 낫다고 하고 저는 식장이랑 스드메 계약금 다 넣어놓은 상태라 솔직히 그것도 머리가 아파요. 무엇보다 딸이 아직 그 친구를 좋아한다는 게 제일 걸려요.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게 이렇게 허탈할 줄 몰랐어요. 딸 방 불이 오늘도 새벽까지 켜져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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