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석아 , 처음의 너를 기억하거라 〉 민석아 , 나는 네가 처음 정치를 시작하던 날을 기억한다 . 아직 세상이 젊었고 민주주의라는 두 글자가 목숨보다 무거웠던 시절 , 너는 학생의 깃발을 들었고 감옥의 차가운 벽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 그때의 너는 권력을 얻기 위해 싸운 것이 아니라 권력이 함부로 사람을 짓밟지 못하게 하려고 싸웠다 . 그래서 사람들은 너를 믿었다 . 젊은 김민석 , 민주화의 상징 , 새 시대의 정치인 . 그 이름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가 함께 들어 있었다 . 그러나 민석아 , 정치의 길은 청춘의 길보다 길고 권력의 길은 민주화의 길보다 훨씬 미끄럽더구나 . 한때는 개혁을 말하던 입에서 타협의 말이 나오고 , 한때는 동지를 바라보던 눈이 권력의 방향을 바라보기도 했다 . 그리고 그 선택은 너에게 오래도록 ' 배신 ' 이라는 그림자를 남겼다 . 사람들은 너를 비난했고 너는 긴 시간을 정치의 변방에서 견뎌야 했다 . 그러나 나는 그것만 기억하고 싶지는 않다 . 사람에게는 넘어지는 순간도 있지만 다시 일어서는 순간도 있기 때문이다 . 누군가가 내민 손을 잡고 다시 정치의 한복판으로 돌아온 너에게 나는 박수를 보내면서도 동시에 한마디를 하지 않을 수 없다 . 민석아 , 이번에는 절대로 자신을 잃지 마라 . 네가 젊었을 때그토록 싸웠던 것이 자리를 얻기 위해서였느냐 . 명함의 직함을 높이기 위해서였느냐 . 당내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였느냐 . 아니었잖아 . 사람을 위해서였잖아 . 민주주의를 위해서였잖아 . 억울한 사람이 권력 앞에서 무릎 꿇지 않는 세상을 위해서였잖아 . 그렇다면 이제 가장 높은 자리에 가까이 갈수록 더 낮은 곳을 바라보아라 . 민석아 , 정치인은 자신을 살려준 사람에게 충성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왜 정치를 시작했는지를 끝까지 기억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 오늘 네 곁에 사람이 많다고 기뻐하지 마라 . 권력이 사라지는 날에도 곁에 남을 사람이 있는가를 보아라 . 오늘 네 말에 박수치는 사람이 많다고 안심하지 마라 . 네가 틀렸을 때 “ 아닙니다 ” 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는지를 보아라 . 그 사람이 진짜 동지다 . 그리고 혹시라도 과거의 실패를 성공으로 덮으려 하지 마라 . 과거의 선택을 변명으로 지우려 하지 마라 . 정치인의 가장 큰 용기는 실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자신의 입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 그 순간 사람들은 다시 너를 믿을 수 있다 . 민석아 , 네가 걸어온 길은 이미 너무 길다 . 학생운동의 거리도 지나왔고 국회의사당의 문도 지나왔고 환호도 지나왔고 야유도 지나왔다 . 이제 남은 것은 하나다 .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 . 권력을 얻었던 사람으로 남을 것인가 , 아니면 수많은 굴곡을 지나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처음의 신념을 되찾은 사람으로 남을 것인가 . 나는 선배로서 동료로서 너에게 마지막으로 말한다 . 민석아 , 처음의 너를 잊지 마라 . 네가 감옥에서 견뎠던 밤을 기억하고 , 네가 거리에서 외쳤던 구호를 기억하고 , 네가 처음 국회의원이 되었을 때 가슴에 품었던 약속을 기억하라 . 그리고 지금 네 손에 권력이 쥐어졌다면 그 권력을 사람 위에 세우지 말고 사람을 위해 내려놓을 줄 알아라 . 그래야 청춘의 김민석과 오늘의 김민석이 마침내 한 사람이 될 것이다 . 민석아 , . 그리고 그 안에서 민주화를 외치던 젊은 김민석을 다시 만나거라 . 그러니 마지막까지 거울을 보아라 . 거울 속에서 처음의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바로 그 순간이다 . 정치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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