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래야. 요즘 민주당을 바라보는 당원들의 마음이 편하지 않다. 누군가는 말한다. “민주당이 예전의 민주당이 아니다.” 누군가는 말한다. “우리가 지켜온 당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누군가는 말없이 당원증을 내려놓을까 고민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 민주당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민주당은 누군가의 사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대중의 민주주의가 있었고, 노무현의 사람 사는 세상이 있었고, 문재인의 촛불이 있었으며, 수많은 이름 없는 당원들이 거리와 선거운동 현장에서 민주당의 깃발을 들었다. 그 사람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민주당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당원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허전함이 있다. 우리가 사랑했던 민주당의 모습이 조금씩 흐려지고 있다는 불안이다. 청래야. 그래서 나는 네 이름을 다시 부른다. 너는 정치적으로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말이 거칠 때도 있었고, 지나치게 앞서 나갈 때도 있었고, 정치적 판단을 두고 논란이 생긴 적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게 기억한다. 너는 싸워야 할 때 뒤로 숨지 않았다는 것. 검찰개혁을 말할 때도, 언론개혁을 말할 때도, 당원주권을 말할 때도 너는 앞줄에 서 있었다. 특히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동일하게 하는 1인1표제는 네가 오랫동안 강조해온 당원주권의 핵심이었다. 그것을 두고 찬성하는 사람도 있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당원이 정당의 주인이어야 한다는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당원들은 너에게 기대하는 것이다. 당대표라는 자리가 아니라, 정청래라는 정치인이 가진 힘을 민주당을 다시 민주당답게 만드는 데 써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청래야. 이번 전당대회에서 네가 졌다는 것은 사실이다. 김민석 후보가 54.08%, 네가 45.92%를 얻었다. 하지만 정치에서 득표율 하나가 사람의 정치적 가치를 모두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너는 이미 말했다. “정청래는 졌지만 정청래가 주장한 것까지 진 것은 아니다.” 나는 그 말을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고 싶다. 이제 중요한 것은 누가 이겼느냐가 아니다. 민주당이 어떤 정당으로 남느냐가 중요하다. 당원이 주인인 정당인가. 민주주의를 말하는 정당인가. 개혁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당인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있을 수 있는 정당인가.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정당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권력을 얻기 위해 민주당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가치로 권력을 책임지는 정당인가. 청래야. 바로 그곳에서 네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당대표가 아니어도 된다. 최고위원이 아니어도 된다. 직함이 없어도 된다. 오히려 지금은 직함이 없는 네가 더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민주당이 잘못하면 민주당을 위해 쓴소리를 해라. 당 지도부가 잘하면 당연히 박수를 보내라. 당원이 무시당하면 당원을 대신해 말해라. 당원과 국회의원이 갈등하면 한쪽 편만 들기보다 둘 사이의 벽을 허물어라. 그리고 네가 비판받을 때도 민주당을 사랑하는 사람이 하는 비판이라면 귀를 닫지 마라. 그것이 진짜 당원주권 아니겠느냐. 청래야. 네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누군가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을 다시 세우는 것이다. 누구를 '친명'이라 부르고 누구를 '반명'이라 부르고 누구를 '친청'이라 부르는 정치보다 민주당의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이야기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김대중의 민주주의, 노무현의 원칙, 문재인의 촛불, 그리고 지금의 민주당이 이어가야 할 국민주권과 당원주권. 그것을 하나의 강물로 만들어야 한다. 너도 전당대회 직후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의 단결과 범민주진보세력의 통합·연대, 그리고 개혁을 강조했다. 그 말이 선거가 끝난 뒤에도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청래야. 민주당을 다시 민주당답게 만드는 일은 누군가 한 사람의 힘만으로 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때는 한 사람의 용기가 잠들어 있던 사람들의 마음을 깨우기도 한다. 너에게 그 힘이 있다면 그 힘을 당권을 위해 쓰지 말고 당원을 위해 써라.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쓰지 말고 민주당의 가치를 증명하는 데 써라. 다음 선거를 위해 쓰지 말고 다음 세대의 민주주의를 위해 써라. 그리고 무엇보다 민주당 안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라. 당원이 말할 수 있게 하고, 국회의원이 다른 의견을 낼 수 있게 하고, 지도부를 비판할 수 있게 하고, 패배한 사람도 당에 남을 수 있게 하고, 소수 의견도 사라지지 않게 하라. 그것이 네가 말해온 당원주권의 진짜 모습일 것이다. 청래야. 나는 네가 다시 당대표가 되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나는 네가 다시 민주당다운 민주당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당대표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정치인의 직함이 아니라 그 사람이 당에 남긴 정신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민주당 당원들이 다시 당을 바라보며 “그래, 이게 우리가 알던 민주당이지.” 라고 말할 수 있는 날. 그날 네 이름이 그 역사 한쪽에 조용히 적혀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겠느냐. 청래야. 이번에는 사람을 이기려 하지 마라. 당의 분열을 이겨라. 이번에는 경쟁자를 이기려 하지 마라. 민주당의 낡은 관성을 이겨라. 이번에는 네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 하지 마라. 민주당이 다시 옳은 길로 가도록 힘을 보태라. 그리고 끝까지 기억해라. 민주당은 당대표의 것도, 국회의원의 것도, 어느 계파의 것도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이 당을 지켜온 이름 없는 당원들의 것이다. 그러니 청래야. 다시 일어서라. 당대표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이 다시 민주당답게 설 수 있도록. 그 길에 네가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아직 있기 때문이다. 적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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