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끝나고 정리할 겸 써봅니다 장인어른이 시장에서 건어물 가게를 하십니다 2년 전에 장인어른 허리 수술하시고 나서 아내가 주말에만 좀 같이 가서 돕자고 했어요 저도 처음엔 당연히 그러자고 했습니다 처가 일이 남의 일도 아니고 장인어른 혼자 무거운 박스 드시는 거 보기도 그랬고요 처음 반년은 괜찮았습니다 토요일 아침 여섯 시에 물건 받고 오후까지 포장 돕고 점심은 장모님이 해주시고요 근데 일이 점점 늘었습니다 처음엔 토요일만이었는데 어느새 일요일 오전까지 됐고 명절 대목엔 연차를 써서 평일까지 나갔습니다 어느 날은 장모님이 손님한테 우리 사위가 이 가게 직원보다 낫다고 소개하시는데 웃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주말에 아이랑 놀이공원 한 번 못 간 게 벌써 두 해째입니다 이번 추석 때도 제 연차 사흘을 거기에 다 썼어요 돈 얘기를 해본 적은 없습니다 장모님이 가끔 봉투를 주시는데 아내가 그걸 받으면 안 된다고 돌려드려요 가족끼리 무슨 돈이냐고요 그 말이 틀린 건 아닌데 받을 때마다 장모님 얼굴이 더 미안해지시는 게 보여서 저도 마음이 편하진 않았어요 그리고 진짜 문제는 처남입니다 처남은 같은 시장 근처에 사는데 2년 동안 가게에 나온 게 손에 꼽습니다 장인어른은 처남 얘기만 나오면 걔는 회사 일이 바빠서 그렇다고 하십니다 저도 회사 다닙니다 저도 평일엔 야근하고 주말에 쉬어야 버티는 사람입니다 작년에 장인어른이 가게를 나중에 처남한테 물려주실 생각이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건 장인어른 재산이니까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 얘기를 듣고 나니까 제가 주말마다 하는 일이 뭔지 좀 헷갈리더라고요 아내한테 넌지시 처남도 한 달에 한 번은 나오라고 하면 안 되냐고 했더니 우리 오빠 성격 알잖아 괜히 분란 만들지 마 이러고 끝났습니다 아내는 제가 이런 얘기 꺼낼 때마다 표정이 굳어서 요즘은 아예 말을 안 합니다 2년 해보고 느낀 건 이렇습니다 처가 일 돕는 건 좋은데 기한을 정하고 시작했어야 합니다 처음에 언제까지 어디까지를 안 정하니까 그게 그냥 제 일이 됐어요 그리고 돈을 안 받는 게 꼭 깔끔한 건 아니더라고요 안 받으니까 아무도 그게 일이라고 생각을 안 합니다 요즘은 일요일 아침에 알람 울리면 몸이 먼저 굳습니다 올겨울 김장철 대목엔 또 연차를 내야 할 텐데 벌써부터 그게 제일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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