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씁니다. 결혼 7년차고 여섯 살 아들 하나 있어요. 남편은 중견 회사 기술영업이고 저는 회사에서 비서 일 해요. 올여름부터 남편 출장이 부쩍 늘었어요. 예전엔 한 달에 한 번 지방 다녀오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거의 매주예요. 월요일에 내려가서 수요일에 오고 또 금요일에 내려가고요. 야근도 많아져서 출장 없는 주에도 열한 시 전에 들어오는 날이 거의 없어요. 처음엔 회사가 바쁜가 보다 했어요. 근데 이상한 게 몇 가지 있어요. 출장 가방을 예전엔 제가 싸줬는데 요즘은 자기가 싸요. 향수를 새로 샀어요. 남편이 향수 뿌리는 사람이 아니었거든요. 휴대폰을 엎어놓고 자요. 원래는 충전기 꽂아서 아무 데나 던져놨는데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한테 손을 안 대요. 석 달째예요. 한번은 출장 간 날 밤에 영상통화를 걸었는데 안 받더라고요. 다음 날 아침에 미팅 끝나고 술자리라 못 봤다고 했어요. 근데 그 시간에 회사 단톡에 올라온 회식 사진엔 남편이 없었어요. 그 단톡을 제가 어떻게 보냐면 남편 동료 와이프랑 제가 친해서 그 언니가 보내줬어요. 그 언니 남편은요 출장 가면 매일 밤 영상통화 하고 애들 재우는 것까지 화면으로 같이 본대요. 출장 다녀올 때마다 언니 좋아하는 빵집 들러서 빵 사 오고요. 같은 회사 같은 팀인데 왜 이렇게 다른지. 언니 얘기 들을 때마다 너무 부러워서 집에 오면 괜히 남편 얼굴만 쳐다보게 돼요. 어제 남편한테 돌려서 물어봤어요. 요즘 출장이 왜 이렇게 많아? 회사에서 새 거래처 뚫는 중이라 어쩔 수 없대요. 향수는 왜 샀어? 거래처 사람들 만나는데 땀 냄새 나면 안 된대요. 다 말은 돼요. 말은 다 되는데 이상하게 하나도 안 믿겨요. 카드 내역도 봤는데 출장지 근처 숙박비는 회사 법인카드라 저는 볼 수가 없더라고요. 개인카드엔 편의점이랑 커피값뿐이에요. 그게 오히려 더 불안했어요. 너무 깨끗해서요. 그러다 제가 그 회식 사진 얘기를 꺼냈더니 남편 표정이 확 굳었어요. 누가 그거 보여줬냐고 그것부터 묻더라고요. 왜 그게 먼저 궁금한 건지. 그러고는 나를 감시하냐고 소리 지르고 작은방에 들어가서 문 잠갔어요. 오늘 남편 또 출장 갔어요. 가방은 이번에도 자기가 쌌고요. 아들이 아빠 언제 오냐고 묻는데 저도 모르겠다고 했어요. 현관에 남편이 뿌리고 간 향수 냄새만 아직 남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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