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고 사무실 들어와서 화가 안 가라앉아서 씁니다 오늘 점심에 대학 동기 둘이랑 밥을 먹었습니다 한 놈이 계산하면서 이번에 와이프가 용돈 올려줬다고 자랑을 하더라고요 애들 학원비 끝나서 이제 좀 숨통 트인다고 매달 오십으로 올려줬답니다 다른 놈은 자기는 원래 월급 관리 자기가 한다고 하고요 저는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못 하고 물만 두 컵을 마셨습니다 괜히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다 사레까지 들렸습니다 저는 결혼하고 15년째 한 달 용돈 삼십만 원입니다 그 안에 점심값 커피값 교통비 다 들어갑니다 집에 와서 아내한테 넌지시 얘기를 꺼냈습니다 나 용돈 좀 올려주면 안 되나 뭐 하려고 아니 요즘 점심값이 만 원이 넘어 삼십으로는 한 달 빠듯해 도시락 싸가면 되잖아 매일 도시락을 어떻게 싸 내가 싸줄까 그럼 아니 그런 얘기가 아니라 15년 동안 한 번도 안 올랐잖아 그동안 애들 키우느라 그랬지 내가 쓴 거 있어? 여기서 말이 막혔습니다 아내가 사치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건 압니다 근데 아내는 매달 자기 앞으로 들어가는 보험이랑 운동 PT 비용이 따로 있고 그건 생활비에서 나갑니다 제가 PT 얘기를 꺼냈더니 그건 건강 관리라 용돈이랑 다르다고 합니다 저도 회계 일 하는 사람이라 숫자 보면 다 보입니다 가계부에서 제 이름 붙은 지출은 삼십만 원 하나고 나머지 생활비 항목 중에 아내 이름으로 빠지는 건 그보다 훨씬 많습니다 그걸 말하면 쪼잔한 남편이 될 게 뻔해서 말은 안 했습니다 작년에 장모님 칠순 때도 아내가 형제들끼리 백만 원씩 걷자고 해서 그건 군말 없이 보냈습니다 그런 데는 돈이 나오는데 제 용돈 오만 원 올리는 데는 왜 이렇게 벽이 높은지 모르겠습니다 아내는 그때도 당신은 돈 쓸 데가 없잖아 했습니다 솔직히 친구가 부러웠습니다 오십만 원이 부러운 게 아니라 와이프가 먼저 올려줬다는 게 부러웠습니다 저는 15년 동안 올려달라는 말 한 번 하는 데도 며칠을 고민했는데요 오늘 점심 그 친구 놈이 밥값 계산하면서 오늘은 내가 쏜다 했는데 저는 다음에 내가 살게 이 말을 하면서 머릿속으로 이번 달 남은 용돈을 계산하고 있었습니다 마흔다섯에 친구 밥 한 번 사는 것도 계산해야 하는 게 맞나 싶습니다 퇴근하면 또 아무렇지 않게 저녁 먹겠죠 월급날은 다음 주인데 제 통장엔 또 삼십만 원이 들어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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