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뜨개질남 사진 돌던 거 그거 나임 올여름에 뜨개질을 시작했다. 계기는 별거 없다. 할머니 댁에 갔다가 할머니가 뜨던 목도리를 옆에서 좀 따라 해본 게 시작이었다. 해보니까 생각보다 재밌었다. 손은 바쁜데 머리는 조용해지는 느낌. 유튜브로 기초 배우고 털실이랑 바늘 사서 퇴근하고 매일 한 시간씩 떴다. 두 달 만에 목도리 하나를 완성했고 할머니한테 드렸더니 엄청 좋아하셨다. 문제는 지난주다. 출퇴근 지하철이 사십 분이라 그 시간에 뜨면 딱이겠다 싶어서 가방에 실이랑 바늘을 넣어 다니기 시작했다. 첫날은 아무렇지 않았다. 다들 폰 보느라 아무도 신경 안 썼다. 셋째 날쯤 앞자리 여고생 두 명이 계속 나를 보면서 속닥거리더니 폰을 내 쪽으로 들고 있었다. 그때는 설마 했다. 그날 밤에 친구가 링크를 보냈다. 지하철 뜨개질남 이라는 제목으로 내 사진이 커뮤니티에 올라가 있었다. 얼굴은 반쯤 가려져 있었는데 내 가방이랑 실 색깔은 그대로 보였다. 댓글은 반반이었다. 귀엽다 멋지다는 말도 있었고 관종이다 저런 건 집에서 해라는 말도 있었다. 그거 보는데 기분이 묘했다. 칭찬도 욕도 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거라서. 회사 사람 중에 누가 봤으면 어쩌나 싶어서 다음 날 출근길이 좀 불안했다. 다행히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 아직은. 그 뒤로 지하철에서는 안 뜨고 있다. 가방엔 여전히 실이 들어 있는데 꺼내질 못하겠다. 이 나이에 남자가 뜨개질하는 게 뭐 어떻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찍히고 나니까 그 생각이 생각보다 약했던 것 같다. 지금은 할머니 생신 선물로 장갑 뜨는 중이다. 집에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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