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다 # 어나더 # 삼나더 # 사나더 # 에필로그 클레리는 눈치가 빨랐다. 그녀는 알렉과 매그너스 사이에 뭔가가 있다는 걸 바로 깨달았다. 하는 짓은 헤어진 옛 연인을 우연찮게 재회한 것처럼 미련과 배신감이 뚝뚝 떨어지는데 말을 들어보면 또 만난지 얼마 안 된 것 같고. 하여간 해결 못한 사연이 있는 건 분명하다. 그렇다면 몬테카를로를 떠나기 전에 끝을 보고 가야지. 매그너스는 두 사람을 몬테카를로에 있는 그의 고급 아파트에 초대했다. 카밀의 저택만큼 거대하지는 않아도, 호화로움의 정도에서만은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우아한 아파트를 보고 알렉과 클레리는 감탄사를 터뜨렸다. 매그너스는 뿌듯하게 미소 지었다. 곧 클레리는 카지노에서 무슨 공연이 있으니 보러 가겠다며, 두 사람을 남겨두고 아파트를 나가버렸다. 카지노에서 어떻게 노는지 가르쳐주지 않아도 되겠느냐고 매그너스가 묻자 그건 내일 몫이라고, 클레리는 손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어색한 침묵 속에 남겨졌다. "음, 술이라도 한 잔 할래?" 매그너스가 옅은 갈색의 칵테일을 내밀었다. 알렉은 머뭇거리다가 유리잔을 받아들었다. 칵테일은 달콤했다. 홍차의 향과 떫은 맛이 레몬의 상큼한 맛과 근사하게 어우러졌다. 술이라기보다는 차 같은데? 그런 생각에 알렉은 가볍게 한 잔을 마시고, 매그너스가 권하는 다음 잔도 쉽게 받았다. 얼어붙는 겨울의 땅에서 술이라고 하면 보통 보드카를 의미한다. 섀도우헌터들도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 보드카를 물처럼 퍼마셨다. 모스크바의 섀도우헌터에게서 술을 뺏으면, 러시아혁명에 버금가는 소동이 일어날 것이다. 그런 주당들 틈에서 보드카를 못 마셔서 늘 샌님이라고 구박당했던 알렉은 드디어 자신도 마실 수 있는 술이 생겼다는 기분이 조금 들떴다. 그래서 계속 마셔버리고 말았다. 다시 말하지만 알렉은 보드카만 술로 취급해주는 동네에서 자란 터라, 이 달콤한 칵테일이 얼마나 사람을 쉽게 취해버리게 할 수 있는지 몰랐다. "한 잔 더요." "너무 마시는 것 같은데, 자제하는 게 좋지 않을까?" 매그너스로 말하자면, 분위기를 좀 풀어보고 싶었다. 어색함을 지워버리고, 분위기를 좀 말랑하게 만들고, 살짝 속내도 내보이고 엿보고 하려면 술만한 게 없었다. 그래서 술을 권했지만, 그렇다고 알렉을 취해버리게 할 마음은 아니었다. "괜찮아요. 이 정도는 술도 아닌데요." 그리고 알렉은 보드카로 수분섭취를 하는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장황했고, 미친 짓의 정도는 갈수록 과해졌지만, 요는 보드카에 비하면 이건 술도 아니라는 거였다. 하지만 이건 롱아일랜드아이스티인데... 이것도 달콤할 뿐이지 충분히 센 술이었다. "매그너스, 당신은," 알콜의 은총에 힘입어 알렉은 중얼거렸다. "이상해요 You're odd." "오?" 매그너스는 동그랗게 입술을 모으고 눈썹을 치켜올렸다. "내가 이상해? 어떤 점이?" "수수께끼 같고, 자꾸 내 앞에 나타나고, 그리고 마법 같고and you're quite magical......." 매그너스의 입가에 웃음이 고였다. "내가?" 알렉은 매그너스를 올려다보았다. 잘생겼다, 매그너스는. 그리고 강하다. 포털을 그렇게나 쉽게 여는 월록은 처음 봤다. 장거리든 단거리든. 마법도 마치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써댔다. 그리고 그들을 도와줬다. 아무리 같은 목적을 위해서였다고는 하지만 매그너스가 없었다면 이 임무는 결코 이렇게 쉽고 간단하게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알렉에게 정체를 속였다. 런던의 하이월록이란 점을 밝히지 않고, 알렉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접근했다. 알렉의 마음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은 건 알렉도 마찬가지지만, 알렉은 그가 먼데인인 줄 알았는걸……. 아무리 임무를 위해서라지만, 알렉은 조금 서러워져서 생각했다. 좋아하는 척을 할 필요는 없었잖아. 알렉을 흔들어놓고, 혼자서만 아무렇지도 않게. “네, 그리고 나빠요.” “내가 나빠?” "네, 아주 많이 나빠요." 술잔을 기울이려던 매그너스가 동작을 멈추고 알렉을 바라보았다. 그가 부드럽게 물었다. "내가 왜 나쁜데?" 나쁜 건 너잖아, 알렉산더. 나를 매몰차게 거절해놓고. 매그너스가 지적했다. 알렉은 입술을 우물거렸다. "하지만 먼데인인척 했잖아요. 거짓말했어요." 날 좋아하는 척 했어요……. 알렉의 눈꼬리에 눈물이 고였다. 알렉은 진심이었는데. 정말로 기쁘고 정말로 설렜는데. 정말로 매그너스가 좋았는데. "오, 알렉산더." 매그너스의 목소리가 기쁨에 들떴다. "그럼 내가 런던의 하이월록이란 걸 밝혔으면 달라졌을 거란 이야기야?" "그건……." 알렉은 머뭇거렸다. 냉전 중이니까 런던의 하이월록과 연애는 조금 눈치 보이긴 한다. 하지만 어쨌든 일반론은 먼데인의 정세가 섀도우월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거고, 그리고 몬테카를로에 사는 먼데인보다는 런던의 하이월록이 연애상대로는 더 쉽다. 눈치 보면서 포털을 열어달라고 하지 않아도 되니까. "네. 아마도." "오, 알렉산더." 매그너스가 기쁨의 탄성을 질렀다. 너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구나. 그렇지? "그럼 런던의 하이월록인 매그너스 베인이 모스크바 인스티튜트의 알렉산더를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하면, 한 순간도 진심이 아니었던 적이 없다고 하면, 카밀의 파티에서 널 처음 본 순간부터 네가 좋았다고 하면, 네가 날 거절했을 때 멋진 척 하면서 물러났지만 사실은 마음이 찢어졌다고 하면……." 매그너스의 목소리가 떨렸다. 알렉은 술에 취한 눈을 깜박였다. "그렇다면 알렉산더……." 매그너스가 알렉과 눈을 맞춰왔다. 금빛 고양이 눈이 반짝였다. 예쁜 눈이다, 라고 알렉은 멍하니 생각했다. "이번에는 다른 대답을 할 거야?" 금빛 눈동자에 정신이 팔려서, 알렉은 홀린 듯이 대답했다. "네……." 매그너스가 알렉을 얼싸안았다. 그의 품은 따뜻하고, 탄탄하고, 좋은 향기가 났다. 알렉은 눈을 감으며, 매그너스의 목덜미에 고개를 묻었다. 머리 위에서 매그너스가 뭐라뭐라 말하는 것 같은데 잘 들리지 않았다. 술에 취한 머리로 알렉은 생각했다. 첫 연애로 장거리 연애라……, 그거 괜찮네. "잠들었구나, 알렉산더. 괜찮아, 푹 자렴." 내일이 있으니까. 그리고 내일모레도, 그리고 또 다음 날도. 그리고 아마도 영원이. 끝 섀헌 말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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