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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수학여행 때 맛없던 경주… 오랫동안 품었던 오해를 깼..

학창 시절, 버스를 타고 몇 시간을 달려 찾아갔던 경주를 기억하시나요? 제게 경주의 첫 기억은 고등학교 수학여행이었습니다. 그때 먹었던 식사는 솔직히 참 부실하고 형편없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저만치 선생님들 상엔 호화로운 반찬이 차려져 있었는데, 어린 마음에도 '참 이상하다, 경주는 음식도 비싸고 관광객만 모이는 헛헛한 곳이구나' 싶었지요. 그날의 씁쓸했던 기억 때문인지, 저는 오랫동안 경주를 '음식은 기대할 게 없는 도시'로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가을빛이 깊어진 경주를 다시 천천히 걸으며, 제가 오랫동안 얼마나 큰 오해를 하고 있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천년 고도의 숨결을 품은 이 고장에는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또 하나의 위대한 유산이 숨어 있었습니다. 바로 경주의 '진짜 밥상'입니다. 생각해보면 경주는 음식이 맛없을 수가 없는 복받은 땅입니다. 눈이 닿는 곳마다 황금빛 벼가 익어가는 넓은 안강평야가 들을 채우고, 동쪽으로는 푸른 동해 바다가 싱싱한 수산물을 끊임없이 내어줍니다. 들에서는 쌀과 채소가, 바다에서는 해산물이, 거기에 산의 식재료와 축산물까지 어우러져 한 지역에서 만날 수 있는 맛의 폭이 엄청나게 넓은 곳이었습니다. 이 번에 경주를 구석구석 다니며 만난 진짜 맛집들은 화려하게 멋을 부리지 않았습니다. 우리 땅에서 난 재료 본연의 맛을 정직하게 살려내고, 부담 없는 가격에 마음까지 넉넉해지는 따뜻한 밥상들이었습니다. 신선한 쌈채소에 쫄깃한 우렁강된장과 매콤새콤한 무침을 올린 우렁각시쌈밥 , 초장 한 숟가락에 오랜 내공이 담긴 용산회식당 , 백종원 씨도 반한 짬볶음의 남정부일기사식당 , 구수한 곡물 육수가 일품인 삼릉고향손칼국수 , 부담 없는 가격의 장군암소숯불 , 정갈한 집밥 부성식당 , 동해의 싱싱함을 담은 용명횟집 까지… 경주에 국보 제31호 첨성대가 빛나고 있다면, 세월과 정성으로 차려낸 이 정갈한 맛이야말로 경주가 품은 또 하나의 '국보급 유산'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만약 이번 가을이나 다가오는 주말에 경주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첨성대와 불국사만 보고 오지 마시고 이 정직하고 넉넉한 밥상을 꼭 한 번 경험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맛을 모르고 지나친다면, 경주의 진짜 매력 절반은 잊어버리고 오시는 것과 다름없으니까요. 여러분에게도 오랜 오해를 깨뜨려준 인생 맛집이나, 경주에서 잊지 못할 추억의 음식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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