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해서 커피만 계속 마시고 있어요. 이 글 쓰려고 한참 앉아 있었어요. 저는 마흔셋이고 예비신랑은 마흔다섯이에요. 둘 다 늦게 만났고 각자 모은 돈으로 조용히 하자고 처음부터 약속했어요. 상견례 때도 양가 부모님이 요즘 세상에 예단 예물 그런 거 생략하자고 하셨고요. 그 자리에서 다들 웃으면서 그렇게 하자고 했어요. 집은 신랑 명의 아파트에 들어가기로 했고 대신 제가 인테리어랑 가전을 전부 하기로 했어요. 제 쪽에서 들어간 돈이 5천 조금 넘어요. 신랑 집 대출이 남아 있어서 저도 그게 공평하다고 생각했어요. 문제는 지난주에 터졌어요. 예비 시어머니가 신랑한테 전화로 예단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어보셨대요. 신랑이 상견례 때 생략하자고 하지 않았냐고 했더니 그건 형식적으로 한 말이고 최소한 이불이랑 반상기는 해 와야 한다고 하셨대요. 친척들 보는 눈이 있다고요. 신랑 사촌 누나 결혼할 때는 그 집 며느리가 예단비로 천만 원을 보냈다는 얘기까지 하셨대요. 그걸 신랑이 저한테 그대로 전하면서 그냥 해드리면 안 되냐고 하더라고요. 비싼 것도 아니고 엄마 마음이니까요. 저는 그 말이 서운했어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상견례에서 다 같이 정한 걸 이제 와서 바꾸는 거잖아요. 그리고 제가 이미 가전이랑 인테리어로 5천을 넣었는데 그건 아무도 얘기를 안 하세요. 그래서 신랑한테 그럼 어머님이 집에 보태주신 건 있냐고 물었어요. 그 순간 신랑 표정이 확 굳었어요. 우리 엄마가 왜 보태야 하냐고, 집은 내가 산 거라고요. 제가 그럼 예단도 내가 왜 해야 하냐고 했더니 그건 원래 하는 거래요. 그날 밤 신랑이 카톡으로 이런 걸로 싸울 거면 결혼 다시 생각해보자고 보냈어요. 저도 화가 나서 그래 다시 생각해보자고 답했고요. 그 뒤로 사흘째 연락이 없어요. 웨딩홀은 두 달 뒤예요. 청첩장은 이미 인쇄돼서 우리 집 거실 박스 안에 있어요. 친정엄마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시고 어제도 전화로 한복 맞추러 언제 가냐고 물으셨어요. 이 나이에 파혼이라는 말이 무섭기도 하고, 이불 한 채 반상기 한 벌 때문에 이렇게까지 와야 하나 싶기도 해요. 근데 지금 한 번 넘어가면 결혼하고 나서도 계속 이렇게 넘어갈 것 같아서 그게 더 무서워요. 박스 안에 청첩장 300장이 그냥 그대로 있어요. 아침에 나오면서 그 박스를 한참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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